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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동어미화전가〉에 나타난 세계인식과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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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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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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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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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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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45(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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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내용 면에서 여러 이견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덴동어미화전가〉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요청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개가와 운명론을 두 축으로 한 덴동어미의 삶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수동적 측면과 능동적 측면 양측 모두로 해석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다. 과거 고생담에 대한 소회와 평가로써 제출된 덴동어미의 후속 발화를 ‘고생할 팔자’, ‘수절긍정’, ‘깨달음 설파’의 세 담론으로 구분할 때, 이들 간의 논리적 상관성을 명확히 규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고려하며, 본고는
〈덴동어미화전가〉에 나타난 세계인식과 그 의미를 새롭게 살펴보려 했다. 덴동어미는 과거 생을 영위하는 기본원리로써 ‘흥진비래(興盡悲來)’와 ‘고진감래(苦盡甘來)’, 더불어 ‘복선화음(福善禍淫)’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덴동어미의 최종 실패는 이상의 삶을 향한 믿음이 거부당하고 노력이 배반당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누구로부터? 그는 다만 ‘누가 무엇을 주재함’ 자체를 알 수 없는, 그래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현실을 알뿐이었다. 그에게 있어 문제는 고생의 의미, 곧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알 수 없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 자체로 극심한 고통이 될 수 있었다. 이에 ‘상부=고생할 팔자’는 ‘알 수 없음=고생할 팔자’로 새롭게 명명할 수 있다.
한편 ‘감래(甘來)’에 대한 기대가 ‘비래(悲來)’로 귀결되는 그의 인생 여정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타자의 존재가 있었다. 살아감이 곧 알 수 없음(고통)과의 투쟁이라면 타자로의 투사는 단지 타자가 주조한 시공간 내 그의 알 수 없는 현실에 달라붙어 그인 양 살아내는 것 정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도래할지 모르는 그 알 수 없음을 향한 나의 모든 지배력과 의결권을 포기한 채 말이다. ‘수절 긍정과 당부’는 이러한 배경 하에 실천될 수 있었다.
‘삶의 알 수 없음’이라는 인식과 ‘고생의 자기 감당’이라는 실천. ‘깨달음의 설파’는 양측의 요점을 짚은 최종 정리라 할 수 있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덴동어미의 시선에서 하늘과 자연과 사람이 동일한 생명법칙과 질서를 공유한다는 믿음에 대한 회의를 감지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분리가 확인되는 지점으로, 그렇게 보편 법칙과 질서의 상실로부터 삶의 알 수 없음에 대한 자각이 드러날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알 수 없음은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극심한 허무와 절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대신 힘들지언정 원점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의 의지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사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 · 여기’는 눈앞의 사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감각하며 하루하루 제대로 살아가는 충족의 시공간이 될 수도 있었다. 덴동어미의 ‘명랑함’은 바로 그러한 가운데 형성될 수 있었다. 언제 도래할지 모를 고생과 고통에 대한 불안 대신 주어진 현실을 성실히 살아내며 ‘지금이 순간’을 발견하고 만끽하려는, 고(苦)나 비(悲)와 연계되지 않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감(甘)이자 흥(興)으로써의 삶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 삶을 꾸려나가는 문법이 달라진 것일 뿐이지 생에 대한 의욕과 충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러한 존재의 모습을 달관으로 명명할 수는 없을 것같다. 관조나 한발 물러남이 아닌, 오늘 하루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긍정과 악착같은 달라붙음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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