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깨달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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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03
작성언어
Korean
KDC
186.5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45-50(6쪽)
제공처
대각연후지대몽(大覺然後知大夢)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큰 깨달음이 있고 난 연후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말이나 글을 읽으면 대뜸 大覺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느끼거나, '꿈'을 깨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그러한 노력을 통하여 더 이상의 자기분열감(自己分裂感) 없이 자족(自足)하며, 자명(自明)하며, 자중(自證)한 진리와 사랑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그와 같이 '꿈'을 깨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大覺을 향해 길을 떠나면서부터 우리는 진짜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그때부터가 진짜 꿈이요 '환(幻)'이요 허구(虛構)라는 말이다.
깨어나야 할 '꿈'이란 아예 처음부터 없으며, 우리는 본래부터 깨달아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잠든 적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大覺然後知大夢'의 참뜻은 '꿈'을 깨고 大覺을 이루려고 하는 그 모든 노력들 자체가 사실은 한바탕 헛된 꿈이라는 말이다. 잠든 적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잠을 깨려고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우리는 본래부터 잘못되어 있지 않고, 본래부터 깨달아 있다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그 오랜 세월 그토록이나 우리를 방황하게 하는가?
단 하나,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눈[心]'-이를 불가(佛家)에서는 '분별심(分別心)'이라고도 하고 '상(相)'이라고도 한다-하나가 잘못되어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참 보잘것없고 볼품없으며, 내면적으로 바라는 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어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중생(衆生)'이라는 말이다. 맞다. 정녕 그러하다. 우·리·는·바·로·그·런· 존·재·이·다! 그런데 진실로 그러한 줄을 알면, 진실로 그것이 바로 '나'임을 알아 더 이상 채워서 만족하려는 마음이 정지하면, 바로 그때 우리에게는 일생일대의 존재의 비약(飛躍)이 온다. 아니, 그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줄 아는 눈이 뜨인다고나 할까? 우리는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부족' 그것이 바로 '완전'이요, 아무리 봐도 '중생'인 우리의 모습 그대로가 바로 '부처'의 모습임을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많은 노력과 수고를 통하여 도달해야 하는 어떤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 올올이 녹아 있다. 우리 자신이 이미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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