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評 <《紅樓夢》評論>
저자
洪尙勳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02
작성언어
Korean
KDC
331.5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01-128(28쪽)
제공처
소장기관
중국에서 '예술'과 '아름다움'이란 것의 독자적인 가치에 대해 최초로 전문적인 논의를 시도한 王國維의 역사적 위상은 결코 소홀히 취급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국내에서도 王國維의 문학관에 대한 박사 학위 논문이 나와서 그 전체적인 면모를 개략적으로 정리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詞와 戱曲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특히 1904년에 발표된 〈《紅樓夢》評論〉(이하 (평론)으로 약칭함)에 관해서는 아직 부분적인 분석만 이루어진 느낌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평론>에 수용된 서구 미학의 본질과 의미를 王國維가 살았던 시대 환경과 결부시켜서 고찰함으로써, 중국 최초의 '근대적인' 소설 평론으로 일컬어지는 이 글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좀 더 넓은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논의해보았다.
1904년 봄과 여름 사이에 발표된 <평론>은 그가 '새로운 것'에 대해 왕성하게 모색하며, "낡은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破壞舊文化而創造新支化]" 선진적 사상으로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에 심취해 있던 1902년부터 l1905년 사이의 독서와 사색의 결정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시기는 王國維가 관념의 세계로 첫 발을 디딘 관문이기도 했는데, 필자는 그것이 王國維가 보수주의자인 羅振玉과의 인간적인 친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그가 추구한 '학술'이라는 것이 일체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이른바 '순수하고 자유 독립적인' 어떤것이라는 환상이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론>에 나타난 王國維의 예술 개념은 본질적으로 칸트가 제시한 예술의 '몰개념성Disconceptness`이라는 인식 위에 나름대로 쇼펜하우어의 허무주의를 결합한 것으로서, 아름다움에 대한 관조 행위를 통해 사람은 삶의고통에 대한 해탈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그는 그런 결합을 이루어낸 '접착제'로서 쇼펜하우어의 허무주의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여력이 없었고, 그저 '新-舊 교체기'의 고통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현실에 대한 지극히 순진한 지식인적 代案으로서 잠시나마 거기에시 벗어나는 '해탈'의 길을 제시하는 쇼펜하우어의 傳道에 깊이 감화되었던 듯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검증의 결여가 곧 그의 생애를 비극으로 몰아간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 미학자들이 오랜 논의를 통해 얻어낸 (그러나 아직 미완의) 결론에 따르면, 예술 작품이나 미적 대상을 더 이상 개별적 인간의 신체적 구조나 심리적 구조로부터 생기는 '미적 감각'이나 '유희 충동', '미적 관조', '感知'와 같은 개인적인 힘보다는, 비록 분석적 체계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회 구조로부터 오는 制度的인 힘이 어느 대상에 대해 예술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평론>은 王國維 나름대로 수용한 서구 미학의 개념-그 개념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서-이 동원되어서 최초로 장편 논문으로서 체계적인 형식을 갖춘 글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은 '비극'으로서 《홍루몽》에 대한 王國維의 설명을 분석하거나 평가하기에 앞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작품 자체가 과연 '비극'이냐는 문제에 대해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홍루몽》을 비극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가 이중적으로 되어 있다는 주지의 사실이 간과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불완전한 자아로서 주인공이 타락을 경험하고, 다시 그 타락 속에서 좌절(또는 깨달음)을 경험함으로써 좀 더 완전한 자아로 되돌아오는 '탕자의 귀환'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국적인 대단원'의 성격을 띤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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