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통치 쟁점이 해방기 음악운동에 미친 영향 = The effect of the trusteeship issue on the liberation music movement
저자
발행사항
부산 : 부산대학교 대학원, 2021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부산대학교 대학원 : 예술·문화와영상매체협동과정 2021. 8
발행연도
2021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780.9519 판사항(23)
발행국(도시)
부산
형태사항
viii, 177 p. : 삽화, 악보 ; 30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문겸
참고문헌 p. 156-160
UCI식별코드
I804:21016-000000151659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본 연구는 해방기 음악운동에 관한 연구이다. 민족 고유의 음악 어법으로써 독자적 민족음악을 창작 보급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전개된 해방기 음악운동이 신탁통치안이 알려지고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수립 운동으로 환치되는 과정을 다루었다.
관련한 선행연구들은 해방기 음악운동이 정치계와 연계하여 좌우로 분열된 상태로 진행되었다는 공통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본 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운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향점에 초점을 맞추고 당시 좌우 갈등의 실질적인 원인이었던 신탁통치 쟁점과 결부 지어 분석하였다. 연구는 신탁통치 쟁점 이전과 이후로 유형화하고 신문 매체를 비롯한 당대에 발간된 담론적 구성물들을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였다. 신탁통치 쟁점을 기준으로 연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음악운동의 지향점이 환치되는 과정을 뚜렷하게 논증할 수 있었다.
음악운동의 지향점이 민족음악 수립에서 정부수립으로 환치되었다는 것은 국가건설을 위한 헤게모니 투쟁으로 전이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방 직후는 과거 항일 독립운동세력의 애국정신을 재조명하며 사회주의가 다시 확산되던 시기였고, 음악운동 또한 초기에는 사회주의 음악가들의 주도하에 민족음악 수립을 목표로 인민의 주권적 가치를 일깨우며 전개되었다. 그들은 음악에 남아있던 왜색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민족 고유의 음악 어법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노래들을 창작 공급하며 민족음악의 가치를 차곡차곡 구축해 나갔다.
신탁통치안이 알려지자 국내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대중은 차별과 탄압, 징병과 공출 등 이미 겪었던 식민지 생활에 대한 경험치로 인해 신탁통치를 더 큰 불안으로 인식했다. 통치 권력의 주체였던 미군정은 좌익활동을 불법화 시킬 다양한 통제장치와 문화정책으로써 대중의 불안을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로 전환해 나갔다. 해방정국은 애국이라는 가치 아래 찬탁과 반탁으로 분열되었고, 그 영향 아래 있었던 음악운동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익계열 음악가들은 반탁이 곧 애국이라는 담론과 함께 세계 보편적인 교향악 중심의 음악운동을 펼치며 한국적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실천하는 한편 이승만의 정치적 위상을 정립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였다. 반면 프롤레타리아예술관을 지향한 좌익계열 음악가들은 찬탁을 주장하며 박헌영계의 ‘조선공산당’ 정책 노선 안에서 임시 정부수립 운동을 펼쳐 나갔다.
탁치 찬반양론의 대척점에서 보인 좌우 음악운동의 대립양상은 일반 사회생활에서 볼 수 있는 반목과 질시의 수준을 훨씬 넘어 선, 적과 원수로 상대를 인식하는 전장과 같은 위험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음악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가들은 노래에 내포된 오락, 화합, 교육의 기능들을 십분 살려 말로써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정치적 사상이나 감정들을 노래에 담아 공급하며 대중들을 동화시켜 나갔다.
미·소 공동위원회가 최종 결렬되고 한국문제가 UN으로 이관됨에 따라 통일 정부수립과 관련한 제반 활동들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좌익계 음악가들은 활동 무대를 북쪽으로 옮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체제유지를 위한 숙청 바람에 휩싸이게 되면서 음악 활동은 고사하고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다. 비판을 면하거나 복권된 음악가들은 주체 사상화를 위한 음악적 사상 교양 사업에 헌신하게 된다. 한편,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후 국립대학 등을 중심으로 문화 권력을 공고히 다져나갔던 우익계열 음악가들은 정부 문화정책에 따라 국가주의와 반공사상을 이입한 애국가류의 노래들을 창작 공급하며 지배이데올로기 확산에 헌신한다. 결과적으로 신탁통치안이 쟁점화되면서부터 정부수립을 위한 선전대 역할을 자처하며 정치계몽의 영역에서 국민의 정서를 관리하던 해방기 음악가들의 기능적 역할은 각각의 정부수립 이후에도 반복되어 나타났다.
해방기 음악운동은 음악으로써 민족공동체 의식을 고취하여 화합을 도모하고자 했던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부수립을 목적으로 프로파간다적 면모를 강하게 띄며 정치적 분열을 부추겼다. 탁치 찬반양론의 선동과정에서 폭력과 테러가 속출하는 극단적 상황을 야기시키며 편 가르기라는 모순적 측면을 그대로 들춰 내보였다. 새로운 음악 예술로 진전시킬 가능성이 충만했던 시점이었음에도 냉전적 관념에만 매몰된 해방기 음악운동의 양상들에서 다양성을 포용할 만한 성숙함의 부재를 지적한다. 과거 식민시대 저항의 관념을 그대로 적용하고 근로 인민에게만 한정하여 음악운동을 전개한 좌익계의 태도에서 전일적 가치의 부재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정치적 이념에 과도하게 경도된 음악운동의 폐해로 남는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조직적인 음악운동을 통해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현실을 음악적 요소들로 계몽해 가며 민족 변혁기의 주체자로서 공헌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음악가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음악가들의 정치적 사유가 창작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심 토대로 작용하였던 만큼, 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작품은 신탁통치 쟁점을 두고 이념적 이격을 심하게 들춰내며 프로파간다 매체로서 기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적 감성과 해방의 실질적 의미를 담은 노래 또한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공급해 식민의 상흔을 치유하며 민족 공동체적 동질성 회복의 매개체로서 역할 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만연했던 일본식 음악 요소들에서 탈피하여 민족 고유의 음악 어법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해방가요 곳곳에 적용한 점 또한 그러하다.
정부수립의 문제에 있어서 절대적 타자가 될 수 없었던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음악운동을 고려해 보면, 각종 음악회, 강연회, 강습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된 자리에서 대중은 근대적 음악을 향유 할 기회를 공급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당면한 현안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선동적이라 할지라도 문맹률이 높고 정보미디어가 태부족인 현실에서 음악운동이 그것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정보획득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공공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해방기 음악운동의 지향점이 환치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음악운동 이면에 있는 정치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음악사가 우익의 관점에서 서양음악 중심으로 논해진 근원적 이유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음악운동을 통해 획득한 우익계 음악가들의 문화 권력은 단독 정부수립 이후 한국의 음악 환경에 있어서 구조와 성격을 규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반면 좌익계 음악가들의 업적은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존재마저 교과서에서 배제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래에 들어서는 일부 우익계 음악가들 몇몇이 『친일인명사전』(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2009.)에 오르면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역사의 역설로 치부하기엔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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