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정치와 지민(知民) = 과학과 정치의 경계 넘기에서 지식 민주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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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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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KDC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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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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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6(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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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든 주요 분쟁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지식 정치를 다룬다. 지식 정치란 사회적 투쟁의 과정에서 지식 자체를 둘러싼 갈등, 경합, 타협의 과정을 말한다. 한국에서의 지식 정치는 아래로부터 형성된 시민지식동맹이 정치 엘리트와 지식 엘리트의 동맹이 맺은 지배지식동맹과의 대결을 특징으로 한다. 경험 연구자로서 나는 구체적인 4가지 사례들-반올림 운동, 광우병 촛불 사태, 황우석 사태, 그리고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통해 지식 정지를 개념화 할 것이다. 지식정치에서 지식은 살아 움직이고 저항하고 정치화 되며, 정치는 지식을 통해 냉정함과 신중함을 가지려고 한다. 곧 지식이 정치가 되고 정치가 지식이 된다. 이 글은 과학과 정치의 경계 넘기를 분석함으로써 전통적인 지식 대 정치, 지식인 대 시민, 지식 대 실천 사이의 이분법에 도전한다.
이 글의 주요 쟁점인 지식 정치는 대리인들인 정부-전문가 동맹이 거꾸로 주인인 시민들의 권리와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 때 시민지식동맹이 이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시민지식동맹은 한편으론 열세한 자원과 지식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지배지식동맹에 저항하기 때문에 ‘대항’지식동맹이 된다. 곧 지식동맹 간의 권력과 자원의 불균 등은 중요하며 지배지식동맹과 시민지식동맹으로 나누어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지식 정치의 분석에서 나는 ‘지민’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인식적 주체를 제안한다. 지민은 지식인으로서의 시민을 뜻하는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지식인을 뜻한다. 지식인으로서의 시민은 자신과 관계된 일상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연결시키는 의미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진다. ‘공부하는 시민’으로서의 지민은 단순히 의견을 표출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실제적인 상황에서 판단하고 적용하는 실천적인 지식의 공동 생산자(co-creators 또는 co-producers)이다. 시민으로서의 지식인(대항전문가)은 시민의 권리에 반하는 지배지식동맹의 정책에 대항한다. 이들은 시민을 ‘위한’ 전문가라기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전문가로서 시민들이 제공하는 아래로부터의 지식과 자신들의 전문성을 결합시킨다. 지민은 사회운동을 통해 ‘지식 시민권’(지식권)을 요구하는데 이는 정치 공동체에서 시민들의 알 권리, 지식생산에의 참여 권리, 해석의 권리 등을 포함한 지적 권리를 의미한다.
지민과 지식권의 출현과 확장은 지식 민주주의로 나아간다. 민주주의는 ‘인민 지배’를 주요 이념으로 하는 다양하고 혼합되어 있으며 때로는 쟁투하는 이념들, 실천들, 문학들, 제도들의 복합적인 사회기술적 지배 양식이다. 이 요소들의 다양한 결합에 따라 ‘다양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고 ‘열려 있는’ 지배 양식으로써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지식 민주주의는 지식 엘리트와 정치 엘리트의 동맹으로 인한 지식 독점을 비판하며 지식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한다. 지배지식동맹에 의한 지식의 독점은 지식의 자유와 평등을 위반한다. 시민지식동맹은 이들의 지식 독점을 문제 삼고 지식 생산과 해석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며 시민들에 의한 지식 생산과의 평등한 대우를 주장한다. 곧 지적 평등은 지적 자유의 선제조건이다. 따라서 지적 평등 없이는 지적 자유는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나의 경험 연구가 보여주었듯이, 지식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서, 곧 지식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시민들은 지식 엘리트들과의 대결도 서슴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에서 지식 권력은 소수의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민의 머리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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