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의 상징체계
저자
발행기관
발행연도
2009년
작성언어
Korean
자료형태
한국연구재단(NRF)
차제에 중국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의 심층적 연구 전망 확보라는 차원에서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중국인들의(혹은 작가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심층 심리에 대한 천착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화대혁명의 문화적 상징들과 그 체계에 대한 연구는 이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상징 및 상징체계에 대한 연구이며, 그것이 중국인들의 의식과 감정 등 정신세계 전반에 미친 영향들을 초보적으로 탐색해 보기 위한 인문학적 연구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단계에 따라 수행될 것이다.
먼저, 문화대혁명 시기 동안 각 계층의 사람들에게 고루 수용되고 영향을 미쳤을만한 ‘상징’들을 수집, 분류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상징적 기호들이 선택되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어떤 상징들이 ‘문화대혁명의’ 상징이냐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문화대혁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겹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연구를 통해, 더구나 상징체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라는 방법만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수집의 단계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자료의 수집 과정에서는 문혁 시기의 선전물들 속에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상징적 기호들의 광범위한 리스트를 작성하고는 데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지만 선별의 기준으로 양적 통계치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수집된 상징적 기호들을 분류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체계성’을 분석·도출하는 것이다. 모든 상징적 기호들은 그것이 단순한 기호로부터 ‘상징’으로 ‘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상징’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象徵化’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기호가 상징으로 변화되는 과정은 결코 폐쇄적 과정이 아니다. 따라서 상징들의 체계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징 외부의 정치·사회적 맥락(context)에 대한 추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라는 것이 그 맥락에 근거한 분석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 하면 문화대혁명의 전개 과정과 맥락에 대한 기존의 해석들이 문화대혁명에 대한 직간접적인 참여의 경험을 지니고 있는 주체의 내면 과정에 대한 고려를 결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호들의 ‘의미작용’에 관한 바르뜨의 이론과 상징과 사회적 권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미심장한 분석도구를 제시하고 있는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방법, 그리고 텍스트 내면의 심층 논리에 관한 정신분석적 비평 방법 등이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상징 및 상징체계가 탈문혁기의 텍스트들 속에서 어떤 연속성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주로 탈문혁의 시기에 쓰여진 문화대혁명에 대한 ‘기억’의 서사들(회고록, 경험담, 소설, 영화 등)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상징 기호들과 그것이 구성하는 의미망을 문화대혁명 시기의 기분석된 상징 체계와 대비해 보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어떤 기억들이 선택되거나 억압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문화대혁명에 대한 평가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계층,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게서 어떤 기억이 보존되거나 억압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대혁명 시기와 현재의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내적 갈등의 연속성의 한 단면을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상징체계’가 ‘하나’일 수 없다는 것은 문화대혁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지니고 있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문화대혁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징’을 둘러싼 투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복수의 상징화 과정 및 그로 인해 구성된 복수의 상징체계들에 대한 통시적 변화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우리는 문화대혁명 시기뿐만 아니라, 탈문혁(포스트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사회에 내한 이해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문화대혁명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전통적 문화 심리와 문화대혁명 시기의 문화 심리, 사회주의 건설기와 문화대혁명 시기의 문화심리에 대한 비교 연구, 그리고 문화대혁명 시기와 오늘날 중국인들의 문화적 심층 문법에 대한 진전된 비교 연구의 활성화는 이 연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효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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