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의 미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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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작성언어
Korean
자료형태
한국연구재단(NRF)
본 연구는 먼저 김수영 시텍스트에 대한 정치한 분석을 가장 중요한 방법론으로 취하고자 한다. 비록 미학적 지향점 추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작품 해석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시인이 산출한 작품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또한 시작품 외에도 일기와 시론 그리고 산문과 평론을 남겨놓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김수영의 시 뿐만 아니라 산문들도 연구의 대상에 넣고자 한다. 김수영의 작품비평이나 시론이 여러 연구자들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김수영의 시와 상호텍스트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시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산문과 평론과 시론들에서 50년대와 60년대 삶과 시대의 질곡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수영의 산문들을 시와 함께 연구함으로써, 김수영 시세계에 드러나는 숭고의 전모를 드러내 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김수영의 시를 4.19 혁명을 기준으로 하여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김수영의 시는 두드러진 변모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시에서 그의 시가 자기정립을 위한 존재론적 자세를 보여준다면, 후기시에서는 당대의 사회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과 사회 현실에 대응한는 주체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수영 시에 자주 드러나는 중심단어들을 항목화하고 그 의미망과 자장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미적 지향의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 김수영의 시에는 ‘설움’, ‘양심’, ‘사랑’, ‘자유’와 같은 추상어들이 시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메타퍼와 상징을 만나 작품의 의미를 확산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단어들을 통해서 김수영의 시적 숭고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중요한 방법으로 ‘숭고’의 미학적 계보의 정립을 간단하게나마 시도하고자 한다. ‘숭고’는 롱기누스의 「숭고론」에서 최초로 다뤄진다. 롱기누스 이후 ‘숭고’를 미학적으로 체계화시킨 이는 버크이다. 버크는 숭고를 미에서 분리된 별개의 범주로 다룸으로써 이후 미와 숭고를 근대미학의 기본 범주로 자리잡게 했고, 숭고의 양가적 감정인 쾌와 불쾌의 존재에 대한 해명을 시도한다. 칸트는 버크가 미와 숭고로 이원화시킨 미적 범주를 받아들여서 「판단력 비판」에서 미와 독립된 숭고를 분석한다. 칸트는 ‘숭고’를 크기의 ‘수학적 숭고’와 그것이 파괴적으로 작용할 때 두려운 것으로 보이는 힘의 ‘역학적 숭고’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피면서 김수영의 시에 산포되어 있는 숭고미적 요소를 추출해 보고자 한다. 김수영은 많지 않은 시편들을 남기고 갔지만, 각각의 시편들의 다양성과 깊이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들은 생활의 비극에서 국가의 폭력에 이르기까지, 체제의 억압아래 왜곡된 삶의 현장을 때로는 폭로하고, 때로는 절규하고, 때로는 성찰하면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시세계는 ‘숭고’의 미학적 특성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본다. 이 일련의 미학적 계보와 미적 특성을 살피면서 김수영의 시세계를 고찰하여 그 속에 담지된 미의식의 일단을 추출해 볼 것이다. 2. 숭고는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척도로 등장하게 되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전위예술에 직면하자 이제는 더 이상 전통미학의 관점에서 예술 일반을 설명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현대예술의 다양한 성취에 대해 전위예술이라는 한가지 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숭고 개념에 나타나는 ‘몰형식성’과 ‘복잡성’ 그리고 ‘반-양식성’ 등은 현대예술의 한 방향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수영의 시는 바로 이 전위성의 지점을 담지하고 있다고 본다. 그가 시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자유의 이행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폭압적인 시대 현실에 부정성으로 저항하고, 몰형식과 반양식으로 자유를 개진해나가는 것이었다. 후기 작품에서는 4.19혁명과 그 실패라는 현실적 정황 속에서 김수영은 시를 통해 당대의 부정적 현실을 철저하게 부정성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부정성은 그의 시론인 반시론으로 정립된다. 김수영의 시작품들과 반시론을 고찰해 보면 그의 시적 지향이 형식과 내용을 모두 아우르는 지점에서 아방가르드적인 시적 태도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수영은 당대 억압적 현실 속에서 시인으로서의 형이상학의 추구와 좌절, 실존의 의미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현대인의 고통스러운 정신적 상황을 시로서 육화해간 시인이었다. 이 장에서는 니체와 아도르노에서 리오타르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의 현대적 숭고의 미학을 통해 김수영 시세계의 궤적을 추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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