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歷史小說의 변모양상과 주제의식
조선후기 역사소설은 상, 하층의 전란 체험과 이를 통해 얻은 민족의 현실에 대한 인식, 수난을 극복하려는 소망을 담아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당쟁과 관련된 작품들이 더해져 조선후기 사회에 대한 당대인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조선후기 역사소설이 시기에 따라 변모하는 양상을 확인하고 그 원인과 거기에 담긴 주제의식을 추출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역사소설은 정체성의 위기 혹은 혼돈의 시기에 올바른 정체성을 모색하고 확립하려는 그 시대인들의 고투의 산물이다. 이런 점에서 본고에서는 조선후기 역사소설을 “위기의 현실을 맞이하여 정체성 정립을 위해 자국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중심 제재로 삼아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형상화한 소설”로 규정하였다.
17세기 역사소설로는 <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을 고찰하였는데, 동시대인으로서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느낀 작가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18세기 역사소설로는 <임경업전>, <박씨전>, <배시황전>, <임진록>, <박태보전>, <윤지경전>을 고찰하였다. 18세기 역사소설에는 민생의 문제를 다룬 작품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당쟁을 제재로 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前시기 작품에 비해 등장인물들에게 부여된 성격에서 그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19세기 말에 창작된 <흥무왕연의>는 조선후기 역사소설이 20세기 초의 역사물들과 연결되는 교량 역할을 한 작품이다.
조선후기 역사소설은 당쟁이 새롭게 작품의 제재가 되는 한편, 주체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이념적 성격이 강화되는 변모를 보였다. 이러한 변모의 원인은 시대환경의 변화, 작품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계층의 차이, 소설적 환경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조선후기 역사소설의 특성으로는 계층별, 당파별 역사인식에 따른 인물상의 창조, 자국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자부심, 다양한 소설 유형과의 교섭과 수용을 들었다.
이 논문에서 검토한 작품들에 현실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이 강렬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당대인들의 치열한 노력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역사소설은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통해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또 20세기 초에 활발하게 창작되었던 역사, 전기물, 역사영웅소설 등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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