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선교하시니라 : 창세기 원역사의 선교적 해석 = In the beginning was ‘missio dei’: a study on missional understanding of primeval history in Genesis 1-11
‘선교적 해석학’이 성서 해석학의 의미 있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성경 전체의 첫 자리에 있는 창세기 원역사는 지금껏 체계적인 선교적 해석에서 소홀하다. 그러나 원역사가 선교적으로 해석되는 당위성과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성경 전체를 창조로부터 종말의 구원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선교’로 읽을 수 있는 선교적 해석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칼 하르텐슈타인이 처음으로 신학 용어로 채택한 라틴어 술어 ‘mis-sio Dei’(하나님의 선교)는 선교의 주체를 인간과 교회로부터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바로잡는 선교의 대각성 시대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하나님의 선교’의 빛 아래에서 선교의 목적은 교회의 확장과 영광이 아니고, 하나님 지배의 확장과 영광 가운데 그리스도의 주권이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와 샬롬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이 가장 선명하게 선포되는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선교의 시원은 창조이고,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우주적 구원 의지가 펼쳐지는 은혜의 장소이다. 따라서 선교는 율법적, 도덕적 규범의 실천이 아닌 ‘창조 질서’에 속한다.
창세기 원역사는 세상의 기원 및 인간의 타자(하나님, 이웃, 창조 세계)와 관계가 원형(原型)으로서 해석된 심판과 구원 사이에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저에 두고 있는 선교 지향적 텍스트이다. 원역사의 삶의 자리로서 포로기/포로기 이후에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성전과 국가를 상실하고 이방인과 공존해야만 했다. 그들은 좌초한 역사를 성찰한 끝에 자신들이 본래 ‘예배공동체’(עֵדָה)였음을 자각하고 배타적 선민의식을 걷어내고 이방 가운데 야웨 하나님을 증언하는 선교적 신앙공동체로 거듭났다. 포로기/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신앙공동체는 창조 세계를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한 그들을 부르신 비가시적 성전으로 인식하였다. 그들은 실패한 역사 가운데 절대 타자 하나님과의 불화를 반성하고, 하나님과 이웃과 창조 세계와의 불화에서 벗어나 화해와 공존의 길로 나갔다.
창세기 원역사에는 선교적 해석을 위한 다섯 가지의 준거틀이 제시된다. (1) ‘하나님의 선교’의 근거: ‘부르심’, (2) ‘하나님의 선교’의 시작: ‘파송’, (3) ‘하나님의 선교’의 주체: ‘선교하시는 하나님’, (4) ‘하나님의 선교’의 동인: ‘죄’, (5) ‘하나님의 선교’의 목표: ‘하나님 나라’와 ‘샬롬’. 선교적 해석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어는 그 중심에 ‘선교하시는 하나님’을 두고 서로 유기적으로 호응하여 원역사를 ‘하나님의 선교’로 해석하는 주춧돌이 된다. ‘하나님의 선교’가 성경의 첫 자리인 원역사에 적용됨으로써 성경 전체를 선교로 여는 문이 열리고, 선교는 성경 전체 내러티브의 근본 주제로 수용된다. 창세기 원역사는 타자와의 불화를 끝내고 화해와 공존으로 하나님 나라와 샬롬을 이루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부합하는 기독교 최고의 영성과 실천으로서 선교의 토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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