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시의 공간 연구 = (The) study on the space of Lee Yong-ak's poetry
본 연구는 현실에 대한 태도와 정신 및 주관적 지향성이 함유되어 있는 시적 공간을 통해서 이용악 시에 나타난 시적 주체의 내면의식을 밝히고자 하였다. 기존의 연구는 작품을 통해 이용악 시의 성격을 규명하기보다 당대의 현실이나 시인의 전기적 사실을 통해 연역적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에 본 연구자는 일차 텍스트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이용악 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간의 성격과 공간에 반영된 시적 주체의 내면의식을 규명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논의를 전개하였다.이용악의 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간이 ‘고향’이고, 고향은 시적 주체에게 안온함과 평화로운 느낌을 갖게 하는 원초적 공간이기도 하다. Ⅱ장에서는 이러한 원초적 공간인 ‘고향’이 가지는 의미와 고향으로부터 도주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시적 주체의 내면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이용악 시에 형상화된 고향은 불모와 폐허로 가득한 공간이기에, 시적 주체는 이러한 고향으로부터 도주를 감행하지만, 시적 주체의 지향공간인 ‘북쪽’공간 역시 불모와 상실과 고통과 같은 부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 시적 주체는 북방공간을 특징짓는 인물인 ‘팔려간 여인’과 상호교감하면서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는데, 이는 불모와 상실 그리고 고통을 경험하는 이가 ‘나’, ‘나의 가족’, ‘내 고향 사람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소녀에서부터 어른까지, 남도에서부터 북쪽 지역까지의 민족 전체라는 것이며 현실 인식의 차원도 개인적 수준에서 보편적 수준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족적 현실 앞에 시적 주체는 굴복하거나 회피하는 선택을 하지 않고 어둠을 걷어낼 ‘먼동’과, 차가움을 덜어줄 ‘햇살’을 희망하며 눈보라 치고 얼음으로 뒤덮인 ‘벌판’이라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의지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차가움과 어두움으로 표상되는 현실에 맞설 의지를 보여준 시적 주체는 ‘먼동’과 ‘햇살’을 앞당길 방안들을 구상하기에 이르는데 그 구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제시되는 것이 ‘방’이다.Ⅲ장에서는 시적 주체가 지향하는 공간에 도달하기 위한 노정(路程)에서 거치게 되는 공간들을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 논구되는 공간들은 시적 주체의 내적 상태를 나타내는 외적 기호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상징적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방’이라는 공간은 자기 성찰을 통해 미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시적 주체는 닫힌 공간에서의 자아성찰을 통해 발견한 미래에의 가능성을 실현코자 열린 공간인 ‘길’로 공간이동을 시도한다. ‘길’은 시적 주체의 확고한 의지와 확신이 함유된 공간이라는 의미와 함께 고독함, 황량함,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는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길’에 대한 두 가지의 의미 층위는 ‘길’이 ‘벌판’이라는 공간과 연결될 때에는 전자(前者)의 의미가 강화되어 형상화되고, ‘거리’라는 공간과 연결될 때에는 후자(後者)의 의미가 강화되어 형상화된다.. 그리고 ‘뒷길’은 전자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고 후자의 의미로만 가득 찬 공간으로서 시적 주체의 가능성 없는 노정에 대한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태도가 함유된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향 공간에 대한 의지와 확신이 소멸되어 ‘뒷길’로 가자고 외쳤던 시적 주체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현실 인식에서 나아가 현실을 도피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러한 현실도피를 위한 공간으로 ‘두메산골’이 제시된다. 두메산골이라는 공간은 힘든 현실에서 안식을 얻기 위해 시적 주체가 구축해 낸 공간이다. 시적 주체가 상상한 두메산골은 고향을 환유하는 공간으로서 현실의 고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풍성함과 공동체의식이 가득 찬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메산골이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상의 공간이기에 실제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그 세계와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적 주체는 두메산골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울이라는 현실공간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Ⅳ장에서는 이용악의 시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하늘이라는 상향공간과 안온함과 평화로움을 함유한 공간으로 재생시킨 ‘고향’공간의 성격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용악의 시에서 ‘하늘’이라는 상향공간과 재생된 ‘고향’공간은 시적 주체가 도달하고자 갈망한 이상적 공간의 성격을 지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늘’이라는 공간은 비애에 가득 차고 절망적인 현실과 대조되는 이상적 공간이다. 이용악의 시에 있어서 ‘하늘’이 등장하는 시들은 부정적 현실공간과 하늘이라는 긍정적 이상공간 사이의 긴장을 기본축으로 하여 형상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하늘’이 검정색의 색채 이미지와 결합되게 되거나 별이나 달이 뜨지 않는 밤이 되면, 부정적 현실공간의 상황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형상화 된다. 한편 현실공간에서의 노정을 통해 긍정적 가치를 함유한 공간에 도달하지 못한 시적 주체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고향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감행한다. 즉 상실과 불모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던 고향 공간이 꽃이 피어 생기 넘치고, 구성원들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동체 의식이 존재하는 긍정적 공간으로 재생시킨다. 이러한 고향의 의미변화는 부정성이 가득한 현실공간에서 어떠한 긍정성도 발견치 못한 시적 주체의 내면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생되고 회복된 고향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공간의 노정에서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겪은 시적 주체가 스스로 상상하여 상정한 이상적 공간이기 때문에 긍정적 의미를 함유한 고향을 노래하는 이용악의 시들은 현실공간과 이상공간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중심으로 형상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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