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일본과 조선총독부 초등학교 수신교과서 비교 = A comparison between Elementary school′s ≪Moral Textbooks≫ of Modern Japan and that of Chosunchongdokbu
이 연구는 근대일본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수신교육이 ‘근대어린이 육성’에 어떻게 관계하였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일본의 수신교육이 조선총독부를 통해 식민지 지배체제와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또한 식민지인 육성을 위해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특징과 형태를 띠고 사용되었는지, 일본과 조선총독부의 두 수신서를 비교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수신서의 내용과 분량을 고려하여 서장·제Ⅰ부·제Ⅱ부·제Ⅲ부·제Ⅳ부·종합과 결론으로 나누었다.
제Ⅰ부에서는 일본의 근대와 교육칙어, 그리고 수신서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먼저 제1장에서는 일본수신서와 조선총독부수신서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된 토대와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근대와 수신서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제2장에서는 ‘교육칙어’와 수신서의 윤리를 고찰하였다. 이 장에서는 교육칙어와 동·서양 윤리, 교육칙어의 목표와 방향을 통해 수신서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이나 국가정책의 큰 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제Ⅱ부에서는 일본과 조선총독부수신서의 생활덕목을 분석하여 전체 이데올로기의 큰 틀과 흐름을 고찰하였다. 제1장에서는 일본수신서의 생활덕목 분류와 분석으로 ‘개인생활’, ‘가정생활’, ‘학교생활’, ‘사회생활’, ‘국가생활’, 그리고 ‘천황주의’라는 분석 방법을 제시하였다. 여기에서는 각 기수별 ‘주제수’와 ‘주제어’를 통해 국민육성에 따른 이데올로기와 국민성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국민성으로 일반화된 근거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제2장의 조선총독부수신서의 생활덕목 분석은 일본수신서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분류와 분석방법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흐름과 식민지 조선의 이데올로기 차이와 특징을 파악하였다.
제Ⅲ부에서는 제Ⅱ부 제1장 일본수신서의 생활덕목에 나타난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에 근거하여 이데올로기 특징을 세부적·포괄적으로 제시하고, 각각의 이데올로기를 주제화하여 고찰하였다. 각 기수별 이데올로기의 논증에 따라 나타난 주제들은 근대일본의 내셔널리즘과 봉건주의 양립, 다이쇼(大正)기의 세계주의와 팽창주의, 쇼와(昭和)기의 파시즘과 국민육성, 국민학교와 황국민 육성이었으며, 여기에 근거하여 실업교육의 양상과 근대일본 아동의 탄생까지 추적해 보았다.
제Ⅳ부에서는 제Ⅱ부 제2장의 조선총독부수신서 생활덕목에 나타난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에 근거하여 이데올로기 특징을 주제화하여 고찰하였다. 제Ⅳ부의 각 장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근대화론, 동화정책과 수신교육, 황민화교육과 육성, 실업교육과 정책, 천황 숭배주의와 지배이데올로기 등을 주제화하여 고찰하였다. 그리고 식민지 조선인의 식민성과 국민성을 통한 식민지 아동의 탄생까지 고찰해 보았다.
마지막 종합과 결론에서는 일본·조선총독부수신서의 이데올로기 비교를 각각 주제화하여 고찰하였다. 이어서 전체 범위에 대한 내용과 흐름에 따라 나타난 특징을 몇 가지 결론으로서 정리해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일본수신서와 조선총독부수신서를 고찰하고 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일본수신서와 조선총독부수신서에서 지배이데올로기로서 핵심적인 작용과 역할을 한 것이 무엇보다도 내셔널리즘과 천황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내셔널리즘과 천황제는 지배이데올로기로서 메이지유신부터 패전시기까지 사상과 이념의 기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중에 국정 제Ⅰ기의 내셔널리즘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Ⅱ기에는 제국주의, 제Ⅲ기에는 세계주의, 그리고 Ⅳ·Ⅴ기에는 초국가주의와 파쇼주의로 나타났으며 그 근저에는 국가주의가 존재해 있었다.
그리고 천황제는 에도막부를 대체할 강력한 지배이데올로기로 출발하여, 교육칙어나 국체를 통해 강화되었고, 수신서를 비롯한 국정교과서를 통해 이념의 숭배와 작용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하도록 하였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천황제로 환원되며, 천황제는 일본의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사상에 이르기까지 국가지배 이념이었다.
둘째, 본 연구의 결과 가장 뚜렷이 부각된 것은 근대 아동의 탄생과 식민지 아동 탄생의 문제였다. 일본은 부국강병과 문명개화를 통해 자주국가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로부터 세계 패권주의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성장과 위세를 높이기 위해 충량한 신민 육성에 주력하였으며, 초등학교의 아동 육성에 핵심을 기울였다. 근대인이나 근대성, 혹은 국민성의 실체는 본래 서구와 같은 개인적인 자각 하에 있는 근대인이 아니라, 동양의 가부장적 위계질서 하에서 파생된 천황과 국가에 충량한 신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러한 충량한 신민은 쇼와시대의 초국가주의에서는 멸사봉공, 진충보국의 황국신민이어야 했다. 이 신민은 내셔널리즘의 강화에 따라, 또는 보수우익이 득세함에 따라 일방적인 국민성으로 육성되었으며, 쇼와기에는 파쇼적인 국민성으로 나타났다. 식민지 아동에게는 또한 일제가 정해준 교육목표와 방향에 따라 주조된 식민성과 국민성이었다. 이러한 식민성과 국민성을 유발시키기 위해 일제는 조선의 미풍양속과 전통적인 효윤리나 조상숭배와 같은 가정의 풍속과 습관을 존속시켰다. 그러나 조선의 미풍양속과 조상숭배에 있어서도 일본인과 조선인의 우열을 줄 수 있는 이념이 그 속에 항상 내재되어 있었다.
셋째, 수신서에서 가르친 교육의 핵심은 교육칙어나 국체에 적합한 국민도덕교육으로, 수신서에는 국민도덕교육을 아동 자신의 주체적 자각이나 삶을 위한 수신이 아닌 타자를 위한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수신서에서 강조한 아동의 삶이 가정에서는 부모와 형제, 학교에서는 친구와 선생을 위해, 사회에서는 이웃사람들을 비롯한 타자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국가와 천황을 위해 일방적·맹목적으로 충효로서 봉사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이 패턴에 따라 국민도덕을 주입하였다. 그래서 아동은 자발적인 도덕적 존재가 될 수 없었으며, 항상 국가와 천황을 위해 자기를 희생해야 할 준비가 되어야 하는 인간이었다. 이것이 식민지 아동에게는 더욱 철저히 주입되었다. 식민지 아동은 여기에 덧붙여 식민지인으로서 일본인까지 섬겨야 하는 존재가 되도록 교육받았다
넷째, 수신서에서는 국민성과 식민성을 유발시키기 위해 아동에게 규율과 규제, 통제에 따른 이데올로기를 주입하였는데, 그것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의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하면서도 은밀한 형태의 주형이었다. 수신서가 근대인의 사고에 적합한 도덕이나 덕목 속에서 자아의 형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것들은 모두 이미 일정한 규칙과 규율의 작용 하에 놓여 있었다. 아동은 규제와 통제에 따라 시간과 공간, 의식을 통해 철저히 각인되어 지배체제에 순응하는 존재자들이 되어갔다. 아동은 시간이라는 1차적인 규율에만 한정되지 않고, 약속, 정직, 근로, 저축, 순종 등과 같은 다른 규율로 확장되어 신체와 정신을 완전히 종속당하였다. 일제는 시간과 더불어 더구나 ‘공간’의 구조적인 장치(학교, 가정, 운동장, 교실, 놀이터)를 사회의 공공장소나 국가의 기관(신궁, 궁성, 산업현장, 군대, 전쟁터) 등에 이르기까지 확장시켜 아동의 신체를 무차별적으로 통제하였다.
다섯째, 일본수신서나 조선총독부수신서에서는 아동의 존재를 ‘일중심주의’ 내지는 ‘근로중심주의’ 인간으로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두 수신서에서는 일이나 근면, 근로, 직업의식을 통해 근로의 신성함을 항상 강조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아동은 일본 자본주의의 노예적인 인간이 되어갔다. 일본의 아동이든 식민지 아동이든 이들은 문명화가 시작될 때부터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도록 했으며, 일과 근로만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단이자 목적임을 주입받았다. 이러한 경향은 전체 수신서에서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가문의 부흥과 같은 내용으로 강조되어 나타났다. 나아가 이것은 사회와 공익, 그리고 최종적으로 항상 국가와 천황을 위한 실천적 행위로 간주되었고, 제Ⅳ·Ⅴ기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화되어 신민의 道에 따른 교화와 군국적인 충군애국에 함몰되어 나타났다.
조선총독부수신서에 나타난 일이나 근로 등의 정신은 본래 일제의 보통교육을 통한 실용적인 인간, 근로와 직업에 충성스러운 하급의 식민지 근대인을 만드는 문제로부터 출발하고 있었다. 일제는 조선을 일본자본주의의 경제적인 예속화에 두고, 식민지 아동에게 근로주의 내지 순종·종속·충실주의를 주입시켜 종속적인 지배를 고착화하였다. 중일전쟁 이후에는 조선을 병참기지로 만들어 물적·인적자원의 약탈과 수탈, 강제동원, 산업전사, 전투적인 인간의 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것을 수행하기 위해, 일제는 국어(일본어)정책, 그리고 신사참배, 창씨개명, 조선어 사용금지 등 총체적인 규제와 통제를 하였다. 게다가 실업교육은 국민총력운동(1940)에 따라 생산확충운동(1943)이나 저축장려운동·공출(1943)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이들 운동을 전쟁과 관련되는 산업정책에 포함시켜 가르쳤다. 이에 따라 식민지 아동의 교육은 산업전사와 전투적인 인간이 되는 내용만이 전부였다.
여섯째, 두 수신서에서는 아동을 국가 속에서만 의미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었다. 두 수신서에 나타난 국가주의 정신의 고취는 항상 국가의 우월성, 즉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등을 모두 전승사관에 입각하여 기술함으로써 아동의 국가주의 정신을 더욱 부추겼다. 이러한 국가주의 정신의 고양에 따라 아동의 놀이나 활동, 학습 등 모든 행위들은 이 전쟁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정서와 행위만이 전 수신서에 일괄되게 나타났다. 이러한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수신내용은 제Ⅳ·Ⅴ기 수신서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수신서에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왜곡된 전쟁관련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침략전쟁의 목표 강화와 전투적인 인간교육으로 일관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식민지 조선의 아동은 전승사관과 식민사관이라는 두 요소 속에서 분열과 혼란을 겪었다. 그들은 일제의 전승사관적 교과내용을 통해 일본의 우월성을 주입받았으며, 더불어 민족주의적인 패배관과 열등적인 민족성도 동시에 자각해야만 했기에 식민지 아동의 정신과 신체는 그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
일곱째, 지금까지 언급한 바에 따라, 일본과 조선총독부의 국민성 및 식민성의 양상을 종합해 보면 부정적 경향성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수신서가 근대인의 형성에 일부 공헌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가주도의 국민육성이자 의도적으로 통제된 인간 육성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수신서나 조선총독부수신서에 나타난 국민육성은 은밀하게 작용한 이데올로기의 작용으로, 천황과 국가를 위한 충량한 신민 내지 황국신민 육성이었다. 이러한 육성은 사유 내지 행동양식, 지배체제의 이념에 따라 이루어졌다. 일본수신서나 조선총독부수신서가 교육칙어에 따라 교육의 좌표와 이념을 형성한 이래 아동의 심성에 영향을 준 여러 양상은 봉건적 윤리관계에서 나타나는 상하주의와 예속주의였다. 이것은 맹목주의와 극단주의를 유발시켰으며, 전시상황에서는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팽창주의, 파쇼주의, 정신주의, 이상주의로 나타났다. 이 모두에는 근로주의와 근면주의, 성실주의와 체념주의가 내재해 있었다. 이러한 양상들은 기계적인 반복된 교육시스템에 따라 아동의 심성에 각인되어 국가가 의도하는 근대인, 국민성의 전형이 되었다.
지금까지 일본수신서와 조선총독부수신서를 비교 고찰한 결과, 근대일본이 근대국가를 지향한 이래 서구의 근대와 같은 소박한 근대인의 표상에서, 나중에는 황국신민이라는 파쇼적 국민성으로 일탈과 변화를 겪었다. 이것은 세계가 문명과 근대화를 추구한 역사 이래 일찍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일탈적인 파쇼적 통제와 규율을 통해 생산된 국민이나 국민성 및 국가는 메이지·다이쇼·쇼와의 패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3세대로 이어지면서 습속이나 관습화되었고, 이것이 보다 체계적인 형태를 띠면서 민족적, 국가적인 특성으로까지 고착화되었다. 오늘날 일본의 신보수주의와 신군국주의 재현의 조짐도 당시 국민성의 주형과 상당부분 일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일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식민지 지배를 받은 우리의 일상이나 국가 간의 문제에서도 파쇼적 현상들이 생활 속에 묻어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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