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귀환 서사 연구 = (A) study on the repatriate narratives after the liberation of Korean
이 논문은 해방기 귀환을 소재로 하는 서사 텍스트에 내재한 귀환 인식의 특질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당대 귀환 서사의 역사적 상상력을 규명하고자 하였다.이를 위해 이 논문에서는 귀환이 2차 세계 대전의 종전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귀환은 '민족의 땅'을 되찾아가는 이동인 동시에, 식민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람들의 이동이었던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귀환이 탈식민화 과정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다는 점과 더불어 식민지 상태에서 독립한 지역으로의 귀환은 이미 국가 체계가 성립되어 있던 지역으로의 귀환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전자는 새롭게 국가를 건설해야 할 지역으로의 귀환이었기 때문이다. 근대 국가는 일정한 영역(영토)에 거주하는 사람(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타적 권력(주권)을 소유한다. 그렇다면 해방된 조선으로의 귀환은 새롭게 건설될 국가의 국민이 되는 과정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역의 국가 건설 과정에는 '국민'이라는 공동체 인식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국을 통해 근대 국가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의 경험은 민족을 자각케 하였을지는 모르나 '민족 국가'의 국민이라는 의식을 일깨우지는 못하였다. 귀환의 서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성을 얻는다. 귀환의 서사는 '국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기제였기 때문이다.귀환 서사를 고찰하기에 앞서 이 논문에서는 귀환의 전제가 되는 이주의 상황이 귀환 후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았다. 이주의 기억은 귀환 서사와 밀접한 관련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식민 지배가 종식된 상황에서 이주 당시의 기억은 두 가지 특징을 지니며 구성되고 있었다. 이주의 계기를 제공한 일제는 적으로 규정되며 타자화되고, 고국을 떠나야 했던 동포들은 희생자로 규정되며 동정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따라서 귀환 서사에서 귀환은 일제의 억압에 의해 행해졌던 과거의 이주를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결속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방이 식민 잔재의 청산과 민족의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와 이어졌던 만큼 귀환의 문제 역시 당대의 기획에 연동하여 서사의 층위에서 재탄생하는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과거의 청산과 미래의 기획이 귀환 서사의 큰 틀을 이루면서 귀환 서사는 과거 부정과 미래 긍정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서사적 상상력의 근본적 힘으로 삼는다. 귀환 서사에서 민족과 민족의 땅은 과거 이주지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서술된다. 과거 이주지에서의 삶은 부정적인 것으로 서사화되는 반면 귀환할 고국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되는 것이다. 고국의 명미한 자연 경관은 이주지의 척박한 생활 환경과 곧바로 대조되며, 고국의 풍토가 기른 신체는 다른 민족들과는 판이한 것으로 서술된다. 이주지에서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고국에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서사적 상상력은 향수(鄕愁)의 형태로 나타남과 동시에 일종의 통과 의례를 텍스트에 새기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귀환은 일정한 의례를 통과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사건으로 서사화되는 것이다. 통과 의례가 의례를 통과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나누는 작용을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귀환의 서사가 결속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서사의 기저에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단기간에 귀환민들이 급격하게 유입되어 갖은 혼란이 야기됨으로써 그들은 곧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당대의 언설들은 귀환민들을 일제의 식민 정책에 의해 희생당한 '동포'로 규정하여 동정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그들을 구호하여 건국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자고 역설하였다. 이 같은 언설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 '적'을 상정하면서 동포들의 결속을 강조하는 동시에, 규합된 힘을 국가 건설이라는 당대의 정치적 기획 속으로 흡수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귀환의 서사 역시 귀환민들이 떠나게 되었던 이유의 토대에 조국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전면화하면서 동포와 민족의 땅에 대한 그들의 애착을 부각시킨다.그러나 해방기 귀환 서사는 귀환민들을 희생자로 지목하면서도 그들에게 건국의 초석이 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귀환민들에게 강조되는 헌신의 요구는 해방된 조선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한 주체의 위치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하게 밝혀 준다. 귀환민들은 타지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로 동정하고 감싸 안아야 할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들은 새로운 국가의 국민이 될 자격을 얻어야 될 사람들이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귀환민들은 스스로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를 띠기도 한다. 귀환 서사에 나타나는 귀환민들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귀환민들의 모습은 해방기 귀환 서사의 작용 지점이 당대의 정치적 기획과 연관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즉 해방기 귀환 서사에서 볼 수 있는 국민을 만들고 국민이 되려는 모습은, 앞으로의 삶을 향한 기대 지평의 근간에 국민 국가의 질서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그러나 해방기 귀환 서사는 그 기대 지평의 한 편에 미래의 안정된 삶이 놓여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내고 있다. 식민/피식민의 경험이 차별적 현실 속에서 대타적 성격의 내셔널리즘을 발흥케 했던 만큼 귀환은 내셔널리즘이 추동하는 이동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귀환 과정이 각국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귀환을 추동한 내셔널리즘이 '우리의 내셔널리즘'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제국의 해체는 제국을 구성하던 다양한 집단의 범위를 복수의 내셔널리즘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구획하였다. 전후의 혼란 속에서 이들 내셔널리즘이 교차하고 부딪치는 갈등 과정에서 귀환은 이루어졌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더 이상 거주하기 힘든 사람들이 귀환길에 올라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아울러 바라보았을 때,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만한 여지가 있는 장소를 선택했던 셈이다.따라서 귀환의 서사는 결속의 상상력과 더불어 내적인 균열의 양상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귀환민들이 귀환 후 겪게 되는 고국에서의 경험들은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귀환민들의 기대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귀환 서사는 귀환민들이 돌아와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어렵사리 생활하는 장면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조선 사회가 귀환민들을 배척하는 양상과도 연결되었다. 사실 식민지에서 해방된 고국이 귀환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삶의 방편은 보잘것없었다. 귀환민들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국을 원했으나 당시 조선의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다. 막상 돌아온 곳에서 오히려 이주지를 그리워하거나 재이주를 결행하는 모습은 민족과 국가로의 귀환이 기대했던 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순탄하지도 않은 과정이었음을 시사한다. 고향을 떠났던 '동포'들이 잃어버렸던 '민족의 땅'으로 되돌아온다는 귀환의 서사는 민족과 국가로의 편입이 단일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보기This thesis explores the characteristics of the repatriate narratives in the years following Liberation of Korea and examines their contributions to the nation-state building efforts of the time.The issue can be best explored in the context of world-wide return of displaced people to their country of origin after the end of the second World War. Repatriation meant more than a physical return to their country of origin. It was a transition into a new paradigm from an old colonial regime. Repatriation of Korea at the time was rather unique in that it was not returning to an already existing country, but returning to a state where nation had to be built from scratch. Modern nation-state has sovereignty over its people who reside in its territory. Returning to liberated Korea meant becoming a citizen of a new born country. Thus, facilitating the idea of national identity and citizenship was essential. Experiences under Japanese colonial rule may have generated nationalist sentiment, but assuming a new identity as a 'citizen' of a country was a totally different story. This is where the crucial role of repatriate narratives of the time lies. They served as a means of forming a concept of citizenship.The memories of displacement in the narratives are characterized by stark contrast between 'them' (Colonial Japan) and 'us' (these poor people who were forced to leave their country). Repatriation carried symbolic importance in a sense that it rectified past injustice and but also had practical values in that it served to unify people. In its effort of freeing themselves from colonial legacy and building a new nation, Korean people rewrote repatriate narratives in accordance with their goal in mind.These narratives center around the theme of uprooting the past legacy and marching into the future and rely heavily on the contrast between negative past and rosy prospect for the future. For instance, beauty of the native land set in contrast with the waste land of Japan. Coming back to homeland was like a rite of passage in a sense that it is a process of cutting oneself off from the past and assuming a new identity. The rite of passage is exclusive by nature, dividing those who passed through it and those who didn't, and this again confirms the mechanism of internal consolidation against outsiders at the core of repatriation narratives.Sudden influx and accompanying problems put repatriates in the spotlight. They were the victims of Japanese imperialism and thus should be given necessary social support to become a contributing member of a society. This kind of discourse served the purpose of rallying people around common enemy (Japan) and common goal (nation building). In the same manner, expatriate narratives contributed to promote nationalist sentiment and compatriotism by emphasizing the fact that displacement was one of the tragic consequences of not having a nation.However, repatriates were not just considered as a victim. They were also asked to become a responsible citizen who contributes to the task at hand-formation of a nation. They may deserve sympathy as a victim of colonialism, but they also have duties to fulfill as a member of a new nation, The narratives show various attempts on repatriates part to live up to these social expectations. This implies that there was social consensus that hope for the future was only feasible in the context of successful creation of a nation.Nonetheless, in a practical sense, it cannot be said that they came back in order to participate in the grandiose plan to build a nation. Simply put, just as the colonialism forced them to leave, the end of colonialism and subsequent events forced them to come back in the hope for better, stable life. Unfortunately, reality was harsh. Repatriate narratives not only reflect high hopes for harmonious future but also latent problems of discord. Some narratives depict difficult lives of expatriates, sometimes shunned by their own compatriots. In practical sense, life their homeland provided was no better than that of Japan. The fact that there were some people who even wanted to go back to Japan clearly shows that the transition was not an easy t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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