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법상 공해자유원칙의 현대적 의의
중세기 때 발상된 ‘공해의 자유’는 오늘날까지도 국제관습법상의 원칙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수세기간 인정되어온 ‘공해자유의 원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해양의 이용이 다양화되고, 자원의 확보가 용이해져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해양법이 변화해나감에 따라 21세기 현재 공해의 자유의 내용과 형태는 많은 부분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공해자유원칙의 근본적인 변화는 안보 환경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러한 변화들은 동 원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타적 기국주의 관할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성질로 인하여 국가들은 전통적인 배타적 기국주의에 의한 집행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해자유의 원칙의 변화 양상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양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공해의 공간적·지리적 범위에서의 축소이다. 이러한 공해의 양적인 변화는 연안국의 관할권의 확장 현상인데, 그 대부분이 ‘1982년 UN해양법협약’의 채택 및 발효와 함께 발생하였다. 첫째, 3해리로 인정되던 영해의 범위가 최대 12해리로 확장되었으며, 접속수역 역시 영해기준선으로부터 최대 24해리 또는 영해외측한계선으로부터 최대 12해리로 확장되었다. 둘째, 대륙붕 역시 ‘1958년 대륙붕협약’에 의해 인정되던 대륙붕의 범위보다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는데, 기본적으로 200해리까지는 모든 국가가 대륙붕을 선포할 수 있게 하고, 200해리를 넘은 경우 자연연장론에 입각하여 대륙붕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셋째, 연안국의 관할권이 행사될 수 있는 새로운 수역이 등장하였는데, 영해기준선으로부터 200해리이내의 그 해저·지하·상부수역의 자원개발 및 보존, 그리고 공해방지에 관한 연안국의 배타적 권한을 인정하는 수역인,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공해로 인정되던 공해부분의 해저부분인 심해저는 ‘인류공동의 유산’이란 개념으로 인정되어 국가들의 관할권 이원의 범위가 되었다.
공해 자유의 질적인 변화는, 앞서 언급했던 주로 환경과 안보의 상황의 변화로부터 기인한다. 우선 항해의 자유는 2001년 9. 11 테러 이후 인식할 수 없는 대상과 형태로 행해지는 새로운 양상의 테러리즘에 대해 국제사회는 큰 위협을 느끼게 되었고, 대량살상무기가 이러한 테러리스트에 의하여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의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데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협약들이 가지고 있던 테러범죄 이후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형사처벌의 법리에서 나아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자체를 차단하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들은 조약의 신설 및 개정 그리고 국가간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공해 상 테러행위 혹은 불법적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혐의가 있는 선박에 대하여 해상차단 혹은 임검권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어 공해 상 항해의 자유는 그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존의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환경오염의 원인들에 대한 다양한 규제가 시도되었고, 그 중 항해 중 선박으로 인한 대기 오염에 대한 규제도 포함된다. IMO에서는 1997년 ‘1997년 대기오염방지에 관한 의정서’가 채택되었고 2005년 5월 19일 발효되었는데, 동 의정서는 선박의 엔진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농도를 감소시키게 하고 온실 가스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항해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업의 자유도 항해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지구환경 보호 노력의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간 국가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오염과 자원들은 고갈의 위험에 노출되자 자원의 장기적 이용가능성의 확보와 생태계 및 지구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향유하던 어업의 자유를 상당부분 양보하면서 해양에서의 어업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들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공해어업을 규율하는 다양한 내용과 방법들을 구현하고 있는 규범들로 탄생되었으며, 공해 상 어업의 자유는 일정 요건과 제한 하에 인정되어지는 대폭 제한된 어업의 권리로서 변화되었다.
공해 상 상공비행의 자유와 관련하여서는 역시 안보상황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국가들은 1950년대 이래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이라는 명칭 하에 자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 구역의 범위가 공해 상공까지 확대되고 있어 그 국제법적 근거를 두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이 합법성에 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방공식별구역을 운용하고 있으며 설정한 확인 및 통제 규칙을 국가들에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상공비행의 자유는 제약되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국이 아닌 타국에 의한 공해 상 관할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국한되어져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변화된 환경들로부터 기인하는 안보 및 환경의 문제는 국제적 협력 없이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절대적으로 향유해왔던 자신들의 기국주의에 대한 일정부분의 제한을 감수하면서 그러한 문제들에 대처해나가고 있으며, 공해자유의 구체적 내용과 형식은 그에 따라 점차 변경되고 제한되어지고 있다.
이렇게 공해의 자유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국제적 합의 내지는 규범의 형성들로 인하여 예전보다 많은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공해의 공간적 범위 역시도 국가의 관할권이 미치는 수역의 확장과 새로운 수역 및 제도들의 등장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많이 감소되었다. 공해자유의 원칙은 과학기술의 발전, 국제공동체의 이익 혹은 가치의 변화에 따라 공해의 자유의 구체적인 예와 그 제한사항 등을 수정하고 추가하며 변화하여왔다. 하지만 공해자유원칙의 근간은 국제사회의 원칙적인 규범으로써 그 지위를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국제사회와 국가들은 여전히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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