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해적 가상으로서의 김수영과 김춘수 시학 연구
The present study comparatively examines Kim Soo-young's poetics vis à vis Kim Choon-soo's in order to show how the two poets' distinct approaches to poetry may shed light on each other's literary works. More to the point, they can be recognized as two different modes of one literary substance rather than two exclusive substances; they are, in other words, two different modes of 'dissonant aesthetic appearance(Schein)'. Modern poetry doesn't merely represent social reality or even the nature as such. My inquiry argues that modern poetry can and does exist as a distinct form of 'dissonant aesthetic appearance'. It is dissonant because it can no longer imitate the peaceful and comfort-giving nature. On the contrary, it tries to express its discord with nature together with the oppressing totality of society. It is a kind of aesthetic appearance because it does not directly imitate the discord but it endeavors to express its own predicament via literary praxis based on a more particularized way. By redefining itself as 'dissonant aesthetic appearance', modern poetry was able to express the discord with nature and corrupt society and retain the desire to overcome the existing contradictions, thereby resuscitating the utopian impulse.Both Kim Soo-young and Kim Choon-soo had deep understanding on the historical development and wide implications of the western modernism movement. At the same time, they both paid vigilant attention to the modernist literary movement in Korea. By attempting to overcome the limits of korean modernism movement in 1950s, they proceeded to articulate their own poetics.This thesis engages with two crucial aspects of Kim Soo-young's and Kim Choon-soo' poetics: the double binds resulting from the recognition of the social reality and the dissolution of double binds through poetic praxis. Kim Choon-soo's crucial question, in the respect, is 'what am I doing here at the center of my trauma?' He identifies history with ideology and violence and he yearns to expose the 'hidden face' of veiled history. However, he always fails at his attempts, because he thinks its center is empty. Therefore, although he repeatedly tries to get closer to the site of his trauma which, he thinks, is inscribed by the violence of history, he can't get to the center of history or ideology. The bifurcated direction of his poetry after the late 1906s can be explained by this mechanism of double bind. As the result, the most productive way to examine the two flows of his poetry is to analyze the ways in which he utilizes irony, not just as a rhetorical device but as a way to critically investigate the social reality.Kim Soo-young's crucial question, on the other hand, is 'how far am I engaged in this corrupt world?' Kim Soo-young realizes that he must try not just to change the corrupt world but also to change his own attitude toward ready-made values. Thus, poetry becomes the most important medium to him. He says, 'Political revolution aims at relative perfection but poetry aims at absolute perfection.' 'To set something to overthrow it' becomes his maxim. As the result, allegory as not just as a rhetorical method but as 'the way of seeing' becomes the most productive tool in Kim Soo-young's late poetry.Finally, this study explores the way Kim Soo-young and Kim Choon-soo attempt to overcome the double binds circumscribing their own existential condition through their poetic liberty.
더보기본고의 중심적 문제의식은 김수영과 김춘수, 두 시인의 시학은 상호배제적인 두 개의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로부터 비롯된 두 개의 양태로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시의 존재양식과 존재의의에 대한 이들의 사유의 근저에는 양태를 달리해 전개되는 하나의 실체를 전제로 하는 인식이 놓여 있다. 현대시가 ‘비화해적 가상’으로서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현대시는 더 이상 현실을 고스란히 재현하거나 지시함으로써 예술의 가상적 지위를 말소하려할 수도 없고, 자연에 상처를 고하고 그로부터 위안을 돌려받는 방식의 화해적 가상의 형식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 오히려 현대시는 현실과의 불협화를 직접·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고통을 그대로 작품 속에 담고 있으되 그 현실을 넘어서려는 충동까지 함께 간직하는 가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비화해적 가상’으로서의 시학의 요체이다.김수영과 김춘수는 이미 1950년대에 서구 모더니즘 운동의 전말과 그 의의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당대 우리 시단의 모더니즘 운동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후반기> 동인들의 성과와 한계를 가늠하면서 김수영은 현실과의 불화를 표현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동경을 표현하는 것은 시 언어 고유의 문법 안에서 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한다. 시가 현실과의 불협화를 표현하되 가상의 지위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또 시적 언어 고유의 힘에 의해, 현실로부터 산출되나 현재 현실에는 없는 어떤 것을 동경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 바로 비화해적 가상으로서의 시의 지위에 대한 인식이 그가 국내외의 모더니스트들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면서 마련한 ‘서정의 변혁’의 요체이다.김춘수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청록파의 시를 답습하던 시기를 벗어나면서 이들의 시에 대한 대타의식을 지니기 시작했고 또한 <후반기> 동인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의는 평가하면서도 그들의 구체적 시 작품에 드러나는 시적 발상태가 현대시의 규격에 미달한다고 평가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김춘수가 하이데거의 시론을 원용하면서 김종삼의 시를 읽으며 강조한 것은 시의 무상성이다. 김춘수는 이 무상성이 시가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사회적 함의를 띠지 않고 가장 효용이 약한 듯 보이는 가상의 세계가 오히려 인간의 근본적 문제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아마도 김춘수와 김수영의 현실 인식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을 꼽는다면 각각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와 “나는 타락해 있는 것이 아닌가?” 가 될 것이다. 이 질문들은 김춘수와 김수영이 현실을 인식할 때 직면하는 각자의 이중구속(double bind)을 잘 보여준다. 두 시인이 모두 강조한 시적 자유의 문제는 결국, 현실인식 태도에서 비롯된 이 이중구속의 시적 해결에 대한 모색과 관계 깊다.김춘수가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무의미시를 써나가기 시작한 시점이 주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편 서사시『처용단장』의 집필이 시작된 시점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문제는 그의 예술 세계를 기존의 방식처럼 이분법에 의해, 화해적 가상으로의 도피 내지는 의미를 배제한 형식실험에의 몰두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긴장관계를 내장한 ‘비화해적의 가상’을 축조하려는 의지의 결과물로 읽을 때만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설명될 수 있다. 결국 현실에 없는 절대자유를 추구하는 김춘수의 태도의 아이러니는 기법적 아이러니를 통해 표현된다. 한계 상황과 상황의 구속 안에서의 두 목소리의 충돌, 외상을 향하는 운동과 그로부터 미끄러지는 운동 등이 공존하는 양상을 시 속에서 제시하는 것, 그것을 통해 자유 자체를 도달될 수 없는 곳으로 끊임없이 밀고 가는 방식이 그 자체로 하나의 시적 구원이 될 수 있음을 김춘수는 보여주고 있다.김춘수가 현실과 역사와 이데올로기라는 것에 접근하고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미끄러지면서 대상과 의미에 괄호를 치고 그 괄호를 자꾸만 넓혀가는 방식으로 이중구속을 타개하고자 했다면, 현실의 부정성에 스스로 깊이 연루돼 있다고 느끼는 김수영은 자신을 포함한 현실을, 기성 질서에 포섭된 의미를 매번 동시적으로 전복하는 방식으로 즉, 무한한 부정의 방식으로 갱신하고자 했다. 기성 세계의 부정성에 연루된 주체의 이중구속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세계와 사변, 의미와 형식이 모두 동시적으로 전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두 시인의 시세계는 초월적 대상과의 부단한 동일시를 도모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두 시인의 시세계가 상징이 아닌 알레고리와 아이러니를 각자의 세계관과 기법을 매개하는 방법으로 삼는다는 확인될 수 있다. 결국, 두 시인의 시학과 시세계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들, 이질적이고 비정합적인 것들을 통해 이미 있는 현실 세계 속에서 아직 있지 않은 가능 세계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세계와의 불화를 새로운 시학이 탄생하는 선결조건으로 삼아 현대시의 존재양상과 존재의의를 탐문해간, ‘비화해적 가상’이라는 한 실체의 두 양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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