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너지정책 레짐의 역사적 전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 2010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0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ⅹ, 337 p. : 챠트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영평
참고문헌: p. 309-337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이 연구의 목적은, 정책레짐(policy regime)을 분석단위로 건국후 2007년까지의 60년간에 걸쳐 전개된 한국 에너지정책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작용한 정책적 역동성을 조명하며, 이로부터 정책변화에 관한 이론적 함의로 도출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정책레짐은 정책들에게 방향상과 목적성을 부여하는 문화적 실체이자 제도적 맥락, 그리고 문제해결지식의 덩어리로 정의된다. 그것은 어떤 사전적이고 의도적인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이를 초월한 다변수적 메커니즘이 인도하는 지형 속에서 시행착오적으로 전개되는 문제해결과정을 통하여 진화적으로 형성된다. 이 과정은 변화촉발기제(반동기제), 정책네트워크, 그리고 기존의 제도적 맥락의 세 가지 변수들로 범주화되는 변수들이 엮는 역동성 속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형성된 정책레짐이 정책공간에 들어섬으로써 해당 정책영역의 역사적 전통과 정책적 특성이 바뀐다. 따라서, 어떤 정책영역의 정책역사는 순차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정책레짐들이 순차적으로 형성되고, 이들이 정책공간에 병렬화됨으로써 해당 정책영역의 역사적 전통과 정책적 특성이 갱신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아래 설정된 ‘정책레짐의 변화모형’을 적용한 결과, 한국의 에너지정책역사는 개발주의 레짐(development regime), 안보주의 레짐(security regime), 생태주의 레짐(ecology regime), 그리고 시장주의 레짐(market regime)이 순차적으로 형성되어 정책공간에 편입된 역사로 분석되었다.
(1) 건국 후 1970년대초까지의 약 25년간 에너지정책의 당면과제는, 세계최빈국 수준의 에너지빈곤 문제를 해결하여 에너지의 풍족하고 값싸며 보편적인 공급을 기하고 이를 통해 경제개발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경사생산전략에 입각한 건국 직후의 석탄개발정책을 시작으로 전원개발정책과 석유산업육성정책, 그리고 원전건설정책에 이르는 일련의 개발정책들을 통하여 추구되었다. 그 결과, 신탄 중심의 전통적 에너지체계가 석유 중심의 현대적 에너지체계로 바뀌어, 시대적 과제였던 경제의 이륙과정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에너지개발과 경제성장을 실현가치로 하는 개발주의 정책레짐이 형성되어 정책공간에 들어섰다. 그러나, 초기의 주탄정책에 따른 석탄의 생산여건 악화로 주유종탄정책이 추구되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의 수급비중이 빠르게 높아져 에너지안보의 취약성이 커지는 새로운 문제가 잉태되었다.
(2) 개발주의 레짐 아래 축적된 에너지안보 문제는, 1970~80년대에 있었던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결합하여 거시경제의 위기로 표출되었다. 자칫 한국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었던 이 문제는 에너지원의 다원화와 비축역량의 확장, 그리고 소비절약을 핵심전략으로 하는 에너지안보정책을 통하여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치유되었고, 이를 통해 에너지체계의 환경탄력성이 배양되어 경제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공급의 신뢰성과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을 실현가치로 하는 안보주의 정책레짐이 형성되어 기존의 개발주의 레짐에 병렬화되었다.
(3)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한국 에너지체계의 성장은 그 이면에 생태적 취약성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채 축적된 이 문제는 대기질의 악화와 안전사고의 증가, 그리고 1980년대 후반의 민주화열기로 점화된 시민(주민)저항운동의 형태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성장주의의 전통에 경도되었던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촉발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저공해 청정에너지의 공급확대와 에너지안전관리제도(원전․가스․전기)의 정비를 골자로 하는 생태주의 정책들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저공해 청정에너지의 공급량이 증가하여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증가일로에 있던 안전사고가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생태적 건강성을 실현가치로 하는 생태주의 정책정향이 강화되면서 에너지정책공간의 세 번째 레짐으로 추가되었다. 이 과정은 에너지․경제간의 기능적 관계에만 열중하였던 에너지정책의 기능영역에 생태 영역이 추가되는 과정에 다름아니었고, 이를 통해 성장주의와 보전주의가 결합하여 지속가능발전주의로 승화되는 새로운 정책지평이 열렸다.
(4) 이상의 역사적 전개는 한국 에너지체계의 양적 성장과 구조적․기능적 복잡성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에너지체계의 자생적 발전잠재력이 높아지고 에너지문제를 둘러싼 가치와 이익이 다원화되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에너지정책의 전반적 관리를 담당하던 권위주의적 관료제 거버넌스가 지속됨으로써, 이것이 에너지체계의 자생적 발전을 억누르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모순이 초래되었다. 이 모순의 해결은 관료제 거버넌스의 부족한 문제해결역량을 시장기능을 활용하여 메꾸기 위한 규제완화, 민영화, 경쟁도입 등의 시장주의 정책을 통하여 추구되었다. 그 결과 규제의 절반 이상이 폐지되어 에너지체계의 자생적 발전이 촉진되었지만, 민영화와 경쟁도입 정책은 이를 저지하려는 반동기제에 밀려 좌초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정책과정이 개방되고, 이익당사자들의 참여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행정부가 전유하였던 정책마당이 국회와 법원 및 지방자치단체로 중첩화됨으로써, 다원적 가치와 이익의 민주적 조정기제가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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