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의 연설·좌담회 연구 : 신체적 담론공간의 형성과 변화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연세대학교 대학원, 2010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0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colloquiums and table-talks in modern Korea : formations and changes of the corporeal discoursive space
형태사항
vi, 348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이경훈
소장기관
본 논문은 한국 근대의 “신체적 담론공간”이 형성·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신체적 담론공간”이란 근대초기 연설·토론회, 1920년대 강연·토론·웅변회, 1930년대를 전후해 ??조선문단?? 합평회와 ??별건곤??·??삼천리?? 좌담회, 중일전쟁 이후 좌담회의 테마·언어·참여자·발화 및 참여방식의 변화, 1940년대 초 전국화·전체화되는 담론공간의 양상(『국민문학』좌담회, 이동연극, 문화번역, 대동아 문학자 대회)등 담론과 신체가 직접 부딪치는 담론공간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신체적 담론공간’을 국가적·제국적인 ‘공론장’과 구별되는 ‘잠재적인 사건의 장’으로 전제하고, 담론공간의 변화와 신체성의 관련성을 분석하여, 한국의 근대화 및 식민지화 과정 속에, 계몽/전복, 억압/저항, 통제/균열, 참여/부재가 길항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 결과 ‘신체적 담론공간’은 ‘매체의 변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었고 그 매체를 유입·확산시키는 대중‘들’에 의해 형성·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한국 근대의 신체적 담론공간은 ‘외부자극(매체변화, 제도유입, 주권권력 변동 등)’과 긴밀히 반응하면서 조직되었다. 이 각각의 국면들마다 새로운 신체성, 혹은 대중의 (참여)형태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근대초기 연설·토론회는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지키기 위한 계몽적 열정에서 시작되어, ??독립신문??과 같은 계몽적 신문과 배재학당·협성회와 같은 교육기관을 통해 퍼져나간다. 이 시기의 담론공간에는 ??연설법방??에서처럼 연설하는 ‘영웅’신체가 나타나며, 이광수의 초기소설에서처럼 눈물·박수 등을 통해 민족과 공감하는 ‘청년’신체가 나타난다. 1920년대 연설·토론회는 ‘사회’의 형성과 ‘사회주의’의 유입 속에서 전문적이고 분화된 강연·토론·웅변의 형태를 띤다. 또한 3.1운동 이후 매체의 확산 속에서, 강연회는 ‘청년들’ 뿐 아니라 ‘비청년들(백정, 여성지식인, 여성노동자)’이 등장하고 갈등하는 장으로 조직된다. 그러나 1920년대 초기 강연회에서 나타났던 청년들의 열정은 1920년대 후반에는 점차 사그라든다. 1926년을 기점으로 인쇄 매체를 능가하는 전파매체가 등장하고 취미를 향유하는 소비대중이 형성된다. 이에 따라 취미를 즐기는 소비대중에게 적합한 담론형태가 모색되며, ??조선문단??의 합평회나 ??조선지광?? 의 지면상 논쟁형태가 대두한다. 특히 ??조선문단??은 문학 합평회를 매달 개최하고 논의한 내용을 속기해서 싣는다. 속기에서는 희곡의 지문, 대화체 등을 통해 담론공간을 텍스트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좌담회 이후 담론공간에서 나타나는 신체성은 제도들의 관계 속에서 표현되고 언어수행적인 것이 되며, 대중들은 자본주의적 유통관계 속에 출현한다. 1930년대의 좌담회는 기획·편집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좌담회를 둘러싼 권력배치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좌담회 초기에는 ??혜성??·??비판?? 좌담회처럼 정론적인 성격의 것이 시도되지만, 이후 식민권력의 검열·통제가 심화됨에 따라, ??삼천리??의 좌담회처럼 다방면의 지식을 다이제스트식으로 전달해 대중성·오락성을 확보하거나, ??별건곤??처럼 흥미위주의 픽션 좌담회를 싣는 식으로 굳어지고 좌담회의 논쟁성은 약화된다. 결국 좌담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당대의 지배적인 권력-자본주의, 식민권력-의 배치 속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형식적 전향’의 성격을 띤다. 중일전쟁 이후에는 시국적 좌담회가 늘어나는데 이 변화는 ??삼천리??, ??조광??과 같은 한 잡지 안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언어가 일어로 바뀌고 참여자들 간의 발화 관계도 지배자(식민권력)와 피지배자(식민자) 사이의 위계가 뚜렷해진다. 발화는 질문/대답, 옳고/그름, 정책에 대한 다짐·결의 형태를 띤다. 좌담회를 감시하던 식민권력이 좌담회 내부에서 직접 좌담회를 생산하여 통제하는 권력으로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좌담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전향’과 같은 수행성을 띠었고, 참여자들은 ‘참여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전향’적 수행성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1940년대 신체제 질서 이후, 식민권력의 성격은 담론공간 안에 내부화되어 확대·재생산할 뿐 아니라 각각의 담론공간을 분화하는 동시에 단일한 시스템으로 포섭한다. 이러한 전체주의화된 시스템 하 담론공간의 특징은 1940년대 이후 네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 형태는 신체제 질서를 모드화된 ??국민문학?? 좌담회이다. 모드화된 좌담회에는 식민지 기관의 대표자들이 함께 참여해 위계화된 배치를 구성했으나, 모드 아래에서는 이러한 위계가 사라지고 참여자 각각이 동등한 언권을 부여받는 듯이 보였다. 따라서 좌담회 안에서의 갈등양상은 식민지/피식민지 관계보다 다층적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로 좌담회 자체가 국경을 넘어 매체 간에 번역·송출됨으로서 대동아 공영권의 문화적 교류, 출판·인쇄 메커니즘을 통합한다. 조선의 신문에 실린 좌담회가 동경잡지에 그대로 옮겨지거나 조선문화에 대한 좌담회·기사·문학 등이 일본 잡지에 실리거나, 조선 문단의 일본진출 시도 등으로 나타난다. 세 번째로 ‘다국적 대회’를 들 수 있다. 이 대회에 참여한 피식민지·피점령지 대표들은 대회를 둘러싼 견학·참배·본회의·좌담·술자리·만찬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제국의 스피커로 연성되었다. 네 번째로는 평범한 일상이나 지방으로 제국일본의 신체제적 질서가 파급되면서 발생하는 담론공간이다. 애국부인회, 학교, 이동연극 등은 의례적이고 전체주의화한 담론공간의 특성들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세포 말단까지 동원했다. 이러한 네가지 형태의 담론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1940년대 이후의 제국화된 담론공간은 일상화된 동원 체제를 성립시킨다. 그러나 한국 근대의 담론공간은 외부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신체적 담론공간은 화자와 청자의 직·간접적인 만남을 전제로 하며, 통제·관리와 함께 갈등·균열을 내포했다. 예를 들어 근대초기 연설·토론회는 계몽적 지식인들에 의해 유포된다. 따라서 이 담론공간은 회의진행방식(박수, 동의, 제청 등)이나 발화방식(언권을 얻는 방식) 등 신체적 규율을 배워야 참여할 수 있는 계몽적 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성을 습득한 대중들은 규율을 변형시키고 이용하여 누구나 언권을 갖고 발화하는 만민공동회와 같은 사건적 담론공간을 구성한다. 1920년대 연설토론회는 3.1운동, 사회주의 사상의 유입, 또래문화(학교·독서회·야학) 등에서 형성된 정치적 감각을 배경으로 ‘강연’형태로 활성화되거나 ‘비청년(여성·백정)’들을 연설주체로 등장시킨다. 1930년대 좌담회 참여자들은 식민권력과 자본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좌담회에 참여하면서도, 아프다고 핑계를 대거나, 능력이 없다고 미루며, 참석하는 대신 편지를 보내는 등 ‘부재’의 형태로 참여하기도 한다.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국 일본의 권력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한편, 한 민족 내부의 세밀한 부분까지 전체화시킨다. 그러나 모드화된 좌담회에서는 그 모드의 평등함을 이용해 언어게임을 벌이거나, 식민자의 양가성을 이용해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심리적 우위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대동아 공영권 전체를 일원적 문화시스템으로 묶는 문화번역에서는 번역불가능한 흔적들이 남는다. 다국적 대회에서 황국신민의 신체로 형성되던 참여자들은 식민자보다 더욱 식민자다운 신체가 되기를 시도함으로써 피식민/식민의 관계를 전도시킨다. 강제적으로 동원된 산간벽지의 대중들은 그들이 지닌 전근대성 때문에 제국일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균열지점들은 식민권력이 담론공간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장악한 상황에서 ‘부재한 채 참여하는’ 대중들의 형상을 제공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신체적 담론공간의 형성·변화는 문체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근대 초기 연설·토론체는 연설·토론하는 신체적 규범과의 피드백을 통해 형성되며 특히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한 ‘-다’체가 시도된다. 그 외에도 1920년대의 “연설체로”와 같은 신체적 언어, 연설·토론·강연의 속기를 위한 방법(문법, 표준어, 필기법, 대화체, 행동묘사)모색, 1930년대 후반 ‘좌담회 텍스트’ 자체가 물질성을 지니게 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처럼 신체적 담론공간의 형성·변화는 문자와 음성 사이의 영향관계 속에서 문체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신체적 담론공간의 ‘모드’가 형성·변화하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신체에 대한 억압과 통제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모드’를 변형·균열시키는 해방의 계기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근대 초기 연설·토론회에서 나타난 대중들의 열정(만민공동회), 1920년대 연설토론회에 참여한 다층적인 정치주체들 간의 갈등과 사건(잠재적 사건성), 중일전쟁과 신체제 질서 속, ‘내부화된 부재’라는 참여방식(핑계, 변명, 침묵)이나 언어게임(전달실패, 패러디, 대화단절 및 침묵, 질문 등)의 전복적 계기, 문화번역에서 나타나는 번역불가능성이나 대중들의 통제불가능성(전근대성, 비협조적인 태도) 등이 그것이다. 본 논문의 시도는 한국 근대 전반에 걸쳐 형성·변화한 담론공간과 대중의 관계성을 ‘신체성’에 기반하여 밝히는 한편, 여태까지 연구되지 못했던 연설·좌담회를 통시적으로 정리함으로써, 비평사적 연구맥락 및 방법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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