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1920년대 대중문학론의 전개와 대중소설의 형성
이 논문은 1910년대에서 1920년대까지의 근대문학 장에서 대중문학론이 전개되고 대중소설이 형성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1910년대와 1920년대는 사회·문화적으로 대중이 성숙하지 않은 때이며, 문학적으로도 대중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인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학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대중문학이 흥성했던 1930년대를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1930년대 대중문학의 만개를 가능하게 했던 문학사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근대적 대중의 개념이 형성되고 대중문학이 정체성을 획득하기 시작한 1910년대와 1920년대의 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우선 1910년대와 1920년대 비평자료를 통해 문학 장 내에서 대중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며 대중문학이 순수문학과의 길항 관계 속에서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았는지 살펴보았다. 이 논문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사회사적으로 확대하지 않고 문학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중과 대중성 그리고 대중문학에 대한 지식인들의 인식이 보여주는 특징을 분석하였다. 근대적 문학 교육을 받은 1910년대의 신지식층과 1920년대의 문인들은 미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문학 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당대 대중들이 즐기던 문학을 배제하여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문학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려 하였다. 이들은 1910년대 이념의 공백 상태에서 󰡔매일신보󰡕의 상업적 기획으로 표면화된 문학의 대중성을 거부하려고 하였으나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줄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다시 대중의 호응을 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식인들은 대중문학을 순수문학의 하위 개념으로 포섭하면서 대중문학은 저급한 형태의 문학이라는 위계질서를 구축하였고, 수준 높은 예술을 위해 대중문학을 계도해야 한다는 계몽적인 의도를 표면화시켰다.
그러나 대중문학 장은 지식인들의 의도만으로 형성되지는 않았다. 1910~1920년대 대중문학은 문학 생산자인 지식인의 의도와 그 소비자인 대중들의 욕망이 신문이라는 매체의 상업적 기획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며 전개되었다. 지식인의 의도와 대중의 욕망은 신문의 기획을 통해 절충되면서 다양한 장르를 분화시켰다. 1910년대에는 번안소설을 중심으로 연애소설과 정탐소설이 각축을 벌였는데, 연애소설은 자유연애를 통해 근대적 개인의 자율성을 획득하고자 하였던 지식인들의 담론과 조응하면서 1920년대 이르러 신문연재소설의 주도적인 서사로 부각되었다. 그에 비해 정탐소설은 탐정소설이라는 명칭으로 장르명이 변화하면서 지적인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장르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런 지적 취향의 강조로 인해 탐정소설은 살인과 추적과 복수의 서사를 즐기는 대중의 욕망을 담아내지 못하고 번안소설의 수용으로만 그 명맥을 유지하였다. 역사소설은 1920년대 후반에 들어 정착되었다. 역사소설은 부정적 현실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주체의 순결을 유지하려했던 지식인 남성 독자들의 욕망에 부응함으로써 지적인 취향을 지녔던 탐정소설 독자를 흡수하게 되며, 1930년대로 넘어가면서는 연애소설 중심의 현대물 다음으로 신문에 자주 연재되는 장르가 되었다.
이러한 대중문학 장의 특징은 1910년대와 1920년대에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신문연재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10년대에서 1920년대까지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은 연애소설 유형의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에서 화자는 이항대립적인 인물 구도를 설정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설득적인 어조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고 대중을 계도하려 하였다. 화자의 이런 권위적인 태도는 대중을 계몽하려는 지식인의 의도가 텍스트 속에 반영된 것으로, 이후 대중소설의 전형적인 서술방식으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독자의 욕망은 이런 화자의 의도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의도에서 빗겨나갔다. 1910년대에서 20년대에 걸쳐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던 작품에 나타나는 갈등구조와 현실인식은 당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욕망이 어떤 지점에서 고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장한몽󰡕에 나타난 ‘선택과 갈등의 삼각관계’는 󰡔개척자󰡕에서 제시된 ‘사랑과 방해의 삼각관계’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타락한 여주인공에서 순결한 여주인공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당대 대중들은 사랑이 실패한 원인을 주체의 결함에서 찾지 않고 현실 사회의 모순에서 찾음으로써 주체의 도덕적 정당함을 보장받고자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192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중소설은 󰡔장한몽󰡕과 󰡔쌍옥루󰡕와 같은 번안소설을 통해 도입된 자책과 자학이라는 신파적 정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순결한 주체가 부정적 현실 속에서 좌절하면서 발생하는 비극적 정조를 향유하였다.
1910년대에서 1920년대 대중문학론은 대중을 배제하고 교화하려는 입장을 노정하였다. 이러한 지식인 담론의 특징은 대중문학 장르의 형성과 대중소설의 특징에도 영향을 끼쳤다. 권위적인 위치에서 독자를 계도하려는 화자의 모습은 대중을 교화하려는 지식인의 의도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번안을 통해서만 탐정소설을 소비하고 역사소설에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은 부정적 현실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가지려는 지식인들의 욕망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욕망은 󰡔개척자󰡕와 같은 소설에서는 주체의 사랑이 부정적 현실에 방해를 받으면서 좌절하는 형태로 형상화되는데, 이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반영된 모습이기도 했지만, 외부의 억압 속에서도 이상적 사랑을 고수하는 주체의 순결한 의지를 통해 부정적 현실에 저항하고자 했던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부정적 현실에 연루되지 않고 순결한 위치를 유지하려고 하였던 지식인들의 욕망은 대중들에게 확산되어 1920년대 후반에 정착되는 대중소설에는 순결한 주체가 부정적 현실의 방해로 이상적 사랑 획득에 좌절한다는 ‘사랑과 방해의 삼각관계’가 보편적으로 정착되었다. 이와 같이 지식인의 의도와 대중의 욕망은 끊임없이 서로를 모방하고 참조하며 당대 대중문학의 특징을 만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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