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 연구 : 한문 부정소와의 대응을 중심으로
본 연구에서는 석독구결의 부정문에 나타나는 부정사의 의미기능을 살펴보았다. 특히 ‘不(안)’, ‘不·未(안)’, ‘未(아니?)’, ‘不<>(?)’와 같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을 규명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두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에 대해 단순히 ‘안’과 ‘못’으로 이분되는 현대국어 부정사 체계에 맞추어 이해해 왔으며, 주로 문맥에 따른 해석을 통해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을 분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방법은 우선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와 현대국어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이 동일하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분석 방법은 문맥에 따른 해석이 바탕이 되므로 개인의 해석 여부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분석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점이 설정될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비교적 쉽게 파악되는 현대국어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을 세분한 후, 한문의 부정 구문과 현대국어 용언 부정사가 맺는 대응관계를 분석의 기준점으로 삼아 보았다. 그리고 한문의 부정 구문과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가 보이는 대응관계를 검토한 후, 이를 분석의 기준이 된 대응관계와 비교·대조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 방식을 통해 본고에서는 문맥에 따른 자의적인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고는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 분석에 대한 참고자료로서 석독구결과 더불어 ‘한문의 자국어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한문 훈독자료를 이용하였다. 만약 한문의 부정 구문을 자국어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일본의 한문 훈독과 석독구결이 일정한 상관성을 보인다면, 일본의 한문 훈독에서 보이는 부정 구문의 양상은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큰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다음과 같다.
본고의 분석에 따르면, 분석의 기준이 되는 현대국어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은 ‘단순부정’, ‘의지부정’, ‘능력부정’, ‘타의부정’, ‘불급부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순부정’과 ‘의지부정’의 의미기능은 부정사 ‘안’을 통해 실현되는데, ‘단순부정’은 명제를 단순히 부정하는 의미기능이며 ‘의지부정’은 명제 속 주어의 의지가 문장의 부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미기능이다. 한편 ‘능력부정’, ‘타의부정’, ‘불급부정’은 부정사 ‘못’이 가지는 의미기능인데, ‘능력부정’은 화자가 주어의 능력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의미기능이며, ‘타의부정’은 주어가 능력은 있어도 외부의 환경이 적절하지 못해 그 행위가 일어나지 못함을 화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기능이다. 또한 ‘불급부정’의 의미기능은 화자가 보기에 주어가 어느 기준점에 미치지 못함을 나타낸다.
현대국어 용언 부정사가 한문의 부정 구문에 대응되는 양상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한문의 ‘不能’, ‘未能’ 구문은 일괄적으로 부정사 ‘못’에 대응되고 있는데, 이때 ‘못’은 ‘능력부정’의 의미기능을 가진다. 한편 한문의 ‘不得’, ‘未得’ 구문도 일괄적으로 부정사 ‘못’에 대응되고 있는데, 이때 ‘못’은 ‘타의부정’의 의미기능을 가진다. 한문의 ‘不’과 ‘未’는 ‘안’과 ‘못’ 모두에 대응이 된다. 이 중 ‘못’에 대응되는 이유는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서술어와 부정사 ‘안’이 공기 제약을 가지기 때문이고, 둘째는 번역자가 맥락상 ‘不’이 ‘못’이 가지는 의미기능 중 하나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의 논의를 기반으로 하여 분석한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의미기능은 다음과 같다. 한문의 ‘不能’ 구문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부정사 ‘不’과 ‘不<>’이 현토되고 있는데, 이들은 문헌별 분포만 차이가 날 뿐 ‘못’과 마찬가지로 ‘능력부정’의 의미기능을 가진다. 또한 ‘未能’ 구문에도 일정하게 부정사 ‘未’이 대응되고 있는데, ‘未’도 ‘못’과 마찬가지로 ‘능력부정’의 의미기능을 지닌다. 한문의 ‘不得’, ‘未得’ 구문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각각 ‘不’과 ‘未’이 대응되고 있으며, 이때 ‘不’과 ‘未’은 ‘못’과 마찬가지로 ‘타의부정’의 의미기능을 가진다.
한문의 ‘不’에는 ‘不’과 ‘不()’, ‘不<>’, ‘不’이 현토되고 있다. 이 중 ‘不<>’, ‘不’은 ‘못’이 한문의 부정구문에 대응될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不’과 ‘不()’은 ‘안’이 한문의 부정구문에 대응될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단 본고에서는 기존에 ‘不()’로 파악해 왔던 일부의 예에 대해서 ‘못’으로 해석되는 예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不<>’로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未’는 ‘未’, ‘未’, ‘未’으로 반영된다. ‘未’은 유일예이긴 하지만 ‘안’이 한문의 부정구문에 대응될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未’은 ‘못’이 한문의 부정구문에 대응될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未’는 ‘未能’, ‘未得’ 구문에 일정하게 현토되지 않고 ‘안’과 대응되어 해석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못’이 한문의 부정구문에 대응될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다만 ‘未’는 한문 부정소 ‘不’에 현토되지 않고 오로지 ‘未’에만 현토되므로 이를 ‘未’가 가진 의미기능과 대응되는 부정사로는 분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고는 ‘未’의 의미기능 분석을 위해 석독구결과 ‘한문의 자국어화’라는 공통성을 전제할 수 있는 일본 훈독문을 검토하였다. 만약 ‘未’가 한문 부정소 ‘未’의 고유한 의미기능과 관련이 된다면 일본의 한문 훈독에서도 이에 대응될 수 있는 양상이 관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未’에 대당되는 일본의 한문 훈독 구문 ‘いまだ…ず(아직…하지 않다)’와 석독구결의 부정사 ‘未’가 대응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이를 통해 ‘未’가 ‘미완료’의 의미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본고에서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설정된 석독구결 용언 부정사의 체계를 다른 차자표기에서 나타나는 부정사와 체계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차자표기 자료별로는 각각 일관된 부정사 체계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모두를 아울러 설명할 수 있는 부정사 체계를 세우는 일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각 차자표기 자료들의 연관 관계가 아직 완벽하게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자료가 더 많이 발견되고 관련 연구가 보다 진전되어야 해결될 문제인 것으로 보았다.
본고에서는 ‘未’이 겨우 한 예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만약 ‘未’이 유일예로서 잘못 현토된 것이라면 이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지만 ‘未’에 현토된 부정사의 수가 적어 쉽게 결론내리지 못하였다. 이는 앞으로 관련 용례가 더 확보되면 검토하여 고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또한 본고에서는 ‘未’는 ‘未’과는 달리 화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 있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未’의 용례가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도 또한 앞으로 관련 용례가 더 확보되면 검토하여 고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석독구결 문헌에는 자토석독구결 문헌 이외에도 점토석독구결 문헌이 있다. 해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점토석독구결 문헌은 자토석독구결의 부족한 용례를 보충해 줄 수 있는 자료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토석독구결의 용례 뿐만 아니라 본고에서 다루지 못했던 점토석독구결의 부정사 용례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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