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관의 '문화운동' 연구
신문관은 ‘신문화 운동’의 현실적인 기반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 시기 다양한 인물들을 규합하고 각종 단체 및 조직들의 ‘운동’과 연동됨으로써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문화 기구로서 기능했다. 이처럼 신문관이 출판 기구로서 문화복합체의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집회의 결사 및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 통제되었던 1910년대의 예외적 상태에서 가능해질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문관의 출판 이념은 안창호의 ‘십년생취’와 결합되면서 수양과 교양을 함양한 지식인 청년독자들의 양성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주시경의 한글사상을 계승해 공통된 언어 의식을 공유한 언어 공동체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무엇보다 신문관은 공통의 이념과 언어를 공유한 이들 청년독자들이 1910년대 각종 동맹휴학과 1919년의 2·8 및 3·1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점진적이며 ‘기나긴 혁명’의 방식으로서 말이다.
지금까지 이 논문은 신문관의 문화운동을 통해 대략 다음과 같은 점을 밝혀 보였다. 신문관의 실질적인 출판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물적 토대의 구체적인 양상을 고찰했다. 둘째, 신문관의 출판 활동에 개입한 인물 및 각 단체와 연동된 운동을 통해 문화운동의 양상을 구조화시켜 보았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출판물을 통해 신문관이 조선의 학술 문화에 대한 모색과 새로운 청년 주체의 양성에 주력했음을 살펴보았다.
신문관은 경영과 편집이 분리되고 인쇄부와 판매부가 비교적 독립된 근대적인 출판사이다. 최남선 1인 경영으로 오인된 측면이 있지만 최창선과 최남선, 최성우가 경영과 편집, 인쇄를 책임지면서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이로 인해 신문관인쇄소는 편집 방침과 배리되는 출판물을 인쇄하는가 하면 편집 활동이 거의 정지된 이후에도 인쇄소만큼은 활발하게 가동되었다. 특히 신문관이 동명사로 제명을 바꾼 1922년 이후에도 신문관인쇄소는 이 이름으로 활동을 지속했다. 신문관은 우편 판매와 지방 분매소를 이용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서적 및 매체를 유통시켰으며 자사의 서적 목록 및 광고를 이용해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십전총서>를 비롯한 <륙젼쇼셜>, <신문관단행본신쇼셜> 등의 기획 도서의 발간을 전개시킴으로써 출판물의 새로운 유형을 선도했다. 출판사를 중심으로 잡지 발행과 단행본 출판이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해진 일이다.
1908년 창립한 신문관은 1910년대 무단통치기를 거쳐 1922년 문화통치기로 들어설 때까지 존립했다. 창립 당시 출판 이념을 ‘출판보국’에 둔 신문관의 출판 활동은 이러한 시대 정황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측면들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최남선의 황실유학과 최창선·최남선 형제가 민충정공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낸 광고와의 유관성을 토대로 창립 무렵의 출판물들에 접근해보았다. 이를 통해 황실과 제국의 국토 및 수도가 재편되는 장면이나 대한제국의 표상에 대한 이해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었다. 한편 병합을 전후하여 1910년대 내내 총 5종의 잡지 발간에 드러난 검열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이 시기 허용된 출판의 임계점을 살펴보았다.
??소년??에서부터 ??청춘??에 이르기까지 필자나 저자, 그리고 매체 및 단행본 서적의 독자로 신문관의 출판 활동에 관여한 인물은 상당하다. 이들을 매체별, 단행본 서적별로 조망함으로써 신문관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조화시켜 보았다. 이를 통해 ‘회중노사’와 ‘청년제류’가 절합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문관의 독자들이 매체별로 분산되거나 단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선형화되면서 역사적인 독자층이 구축될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신문관은 이 시기 각 단체들이 모일 수 있는 결사의 장을 마련하고 운동의 구심점으로 기능함으로써 각 단체들이 지향한 운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는 이들의 노선을 보다 지속시킴으로써 강화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청년학우회의 청년운동이나 조선어강습회의 어문운동, 그리고 조선광문회의 자국학운동이 별개로 분산되지 않고 조선의 학술 문화에 대한 모색과 청년독자의 양성이라는 특징적인 출판물의 양상으로 수렴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결과의 한 양상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신문관은 출판 활동을 통해 복합적인 문화 기구의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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