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전통의 미학적 수용 양상 연구 : 1950~60년대 서정주, 조지훈, 김춘수를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1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1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the aesthetical adoption of tradition in Korean poetry : in the 1950~60's pomes of Suh Jung-Ju, Cho Ji-Hun and Kim Chun-Soo
형태사항
ii, 180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최동호
참고문헌: p. 169-177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이 논문은 1950~60년대 서정주, 조지훈, 김춘수 세 시인의 전통 수용 양상을 ‘미적 전유’의 범주를 통해 분석하였다. 이는 한국문학사의 한 축을 형성해온 ‘전통’ 논의의 폭을 방법적으로 확대해보려는 시도이다.
‘전통’은 불변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무수한 ‘과거의 것’이 존재하지만 모두 ‘전통’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문학과 같은 구체적 실천을 통해, ‘과거의 것’ 중 ‘현재’에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만 ‘전통’으로서의 권위와 규범성을 행사한다.
1950~60년대는 어느 시기보다 ‘전통’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전통’이 논의된 배경 역시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다음 세 가지로 그 배경적 특징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한반도 전역을 기반으로 한 ‘민족’을 논의하기 어려웠다는 점. 둘째, ‘전통’과 관련하여 비평적 성과와 작품들이 축적되어 있었다는 점. 셋째, ‘전통’은 획득되고 재창조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전통’ 개념이 변화되었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배경은 전후라는 물질적ㆍ정신적 폐허 상황이 초래한 정체성 모색의 노력과 맞물려 활발한 ‘전통’ 논의가 가능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창작의 경우에도 새로운 ‘전통’을 (재)창조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서정주, 조지훈, 김춘수’의 경우는 한국문학사에서 뚜렷한 평가를 받는 시인들로, 1950~60년대 ‘전통’에 관심을 갖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수용한 시인들이다.
이들은 각각 ‘역사, 정신, 전래 형식’을 전유하여 ‘전통’으로 수용한다. ‘전통’이 상상되기 위해서는 ‘시간적ㆍ공간적ㆍ관념적ㆍ물질적’ 연속성이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서정주는 ‘역사’라는 시간적 연속성의 지표를, 조지훈은 ‘정신’이라는 관념적 연속성의 지표를, 김춘수는 ‘전래 형식’이라는 물질적 연속성의 지표를 전유한다.
연구방법에서는, 먼저 ‘전통’의 의미를 확정하기 위해, 한국문학사에서 사용하는 개념어로서의 ‘전통’의 기원을 탐구하였다. ‘전통’은 동양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용어였으나,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사용하는 개념어로서의 ‘전통’은 ‘Tradition’의 번역어로 1930년대 중반 엘리어트가 소개된 이후 쓰이기 시작했다고 추정하였다.
다음으로 이 논문이 대상으로 하는 1950~60년대 ‘전통이란 무엇이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950~60년대의 전통 논의의 전개를 살폈다. 이 시기에는 ‘전통’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획득’되고 ‘재창조’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으며,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전통’을 논의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제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미적 전유’의 문제를 검토하였다. ‘미적 전유’는, 우리의 감각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의 현상, 과정, 연관의 ‘주관적 모사’로서 대상을 반영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거의 것’이 시작품을 통해 ‘전통’으로 발견된다고 했을 때, 그 양상을 살피는 데 ‘무엇을 어떻게 반영하고 변형했는가’라는 미학의 범주들을 통해, 분석자의 자의적 판단을 막고, 일관된 관점 아래서, 대상 시인(작품)들을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론의 1장에서는 세 시인의 전통 인식을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그들이 당대 현실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그 대안으로서 선택했던 ‘전통’은 어떤 것이었는가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서정주의 경우, 현실이 ‘실패’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당대의 일회적 사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반복된 것이라는 점에서 운명적이며, 따라서 ‘체념’이 요구된다. 운명적 실패에 대한 대응책으로 그가 호명한 한국의 전통은 ‘永生主義的 宇宙自然主義’이다. ‘현실 체념과 초월 지향’은 ‘신라’에 대한 모색의 토대라고 판단하였다.
조지훈의 경우는, 현실이 ‘위기’라고 언급하는데, 위기는 ‘계속’을 염두에 둔 현실 인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에서의 노력을 요구하게 된다. 그는 ‘새로운 해석’과 ‘정당한 저항’을 통해 전통은 계승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위기에 처한 현실과 ‘새로운 해석, 정당한 저항’을 통한 전통 계승은 곧 현실에 대한 관심과 1950~60년대 현실 참여적 시의 근간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김춘수는 예술의 양식, 구체적으로는 시의 ‘형태’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당대 사회를 서구적 현대가 초래한 ‘퇴폐와 허무’, 시 형태에 있어서의 ‘해체’가 만연한 상태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그 역시 ‘전통’을 현실의 문제적 상황에 대한 대응 모색의 과정에서 호명한다. 그는 서구적 현대와 한국의 전통 양식을 통합하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형태’를 수립하고자 한다. 이러한 지향은 「타령조」 연작과 ‘무의미시’로 나아가는 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본론의 2장부터는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수행하였다. 서정주의 경우, ‘신라’라는 역사를 ‘신화화’하여 전통을 수용한다. ‘신라’는 전후 현실, 나아가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실패’에 대한 대응책임과 동시에, 현실에서 ‘체념’을 가능하게 하는 理想이기도 하다.
서정주가 구축한 ‘신라’는 일상적 경험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초자연적이며, ‘타고난 본질’이라는 매개를 통해 절대화됨으로서 典範的이 된다. 또한 ‘우리, 여자들, 어린것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집단적이다. 이러한 ‘초자연적, 전범적, 집단적’ 서사는 ‘신화’의 속성으로, 서정주의 ‘신라’가 하나의 ‘신화’로서 구축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정주는 박물관이나 역사책 등을 통해 기억되는 ‘신라’를, 현재의 ‘신화’로 재창조하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전통’으로 수용한 것이다.
3장에서는 조지훈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조지훈은 전쟁 체험을 통해, 민족의 ‘수난’을 ‘소생’하게 하고, ‘발전’을 이루게 하는 힘으로써 ‘(민족)정신’을 호명한다. ‘민족’과 ‘정신’은 그에게 전쟁 이전에도 중요한 주제였다. 일제 강점이라는 공적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면화되어 나타난 그것은 전후와 4ㆍ19, 5ㆍ16 등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修己治人, 知行論’과, ‘志操’ 등으로 구체화된다.
그가 구체화시킨 정신은 ‘범국민운동’이나 ‘민권옹호투쟁’의 정치적 실천으로 확장하는 한편, 시 창작에서도 관철된다. 특히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 등에서는 ‘善과 不善, 知와 行’ 등 조지훈의 ‘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1950~60년대 그의 시들은 직정적인 어조, 낭독에 적합한 시행 배치, 선명한 이념적 지향 등으로, 지식인 참여시의 한 전형을 세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지훈은 󰡔논어󰡕 등의 경전에서 만날 수 있는 ‘과거’의 ‘정신’을, 현실을 평가하고 직접 참여하게 하는 토대로서, 살아 있는 ‘전통’으로 수용하였다.
4장에서 다룬 김춘수의 경우는 ‘형태’에 관심을 가지는데, 궁극적으로 서구적 현대와 한국적 전통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형태’를 구축하기 위한 모색의 일환이다. 그는 전래 시가인 ‘타령조’의 ‘넋두리ㆍ반복’과 그 ‘유희’적 효과를 전유하여, 시의 언어가 관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시를 지향한다.
‘타령조’ 형식을 통한 실험은 ‘교외별전’의 방법, 즉 관념의 전경화가 아니라 리듬과 이미지만으로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시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김춘수는 전래 시가인 ‘타령조’ 형식을 전유하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형태’를 향한 실험을 수행함으로써, 과거의 것을 현재의 ‘전통’으로 재탄생시킨다.
이 논문은 ‘전통’이 ‘과거의 것’ 중에서 문학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발견된다는 전제 아래, 1950~60년대 서정주, 조지훈, 김춘수 세 시인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상 세 시인은 각각 ‘역사를 신화화’하거나 ‘정신을 실천적으로 확장’하고, ‘전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의 것’이 현재에도 의미를 지니는 ‘전통’으로 수용하였음을 규명하였다. 이상의 작업은 1950~60년대 전통 수용의 몇 가지 전형적인 양상을 실증적 작품 분석을 통해 밝히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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