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만세를 중심으로 본 미군정기 조선영화계의 '탈식민화' 과정
본 연구는 고려영화협회의 <자유만세>을 중심으로 해방 이후 조선영화계가 노정해왔던 ‘탈(脫)식민화’의 과정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미군정기 조선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영일의 『한국영화전사』를 비롯한 우파 민족주의 영화사에서 <자유만세>는 ‘광복영화’의 효시로서, 이미 ‘탈식민’의 과업을 성취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러한 평가는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자유만세>를 최인규라는 감독 개인의 작가적 역량의 산물로 규정하고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는 것이었다. 영화는 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 자장 안에서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문화적 실천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파생된 생산물이기에, <자유만세>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작품을 둘러싼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맥락들을 경유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연구는 <자유만세>가 제작될 당시의 맥락들을 점검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수행하였는데, 기존의 영화사 서술에서 이 시기를 식민지시기와의 단절로 설명하였다면 본고에서는 이를 식민지 경험이 재구성되는 측면에 주목하여 연속으로 파악하였다. 해방과 함께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식민지 잔재의 청산과 민족영화의 수립을 주창했던 조선영화계는 ‘탈(脫)식민’을 향한 실천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식민지 말기의 국책영화 만들기에 가담했던 만큼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인들은 단체를 조직하고 민족을 위한 영화만을 만들 것을 결의함으로써 곤혹스러운 국면을 타계하려 노력했지만, 이러한 실천들은 텍스트와 상영 문화를 제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영화의 예측불가능성들을 제어하려했던 식민 당국의 ‘단성주의’를 반복하는 것에 가까웠다. 영화인들의 단일 기구를 설립하여 영화계의 분산된 역량을 집중시키려 했던 일련의 기획들은 민족영화 수립이라는 기치 아래서 전개되었으나, 이는 식민지 말기의 ‘국가’ 경험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된 것이기도 했다. 특히 영화동맹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영화산업의 국영화론은 ‘조선영화령’과 ‘영화신체제’의 경험이 없이는 그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미군정과의 관계에서 보자면, 해방 이후 조선영화계는 ‘탈식민’을 열망했던 영화인들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식민지적 권력 관계가 재연(再演)되는 양상으로 재편되어갔다. 당대의 영화인들에게 ‘탈식민’의 의미가 영화의 제작에서 상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문제였다면, 미군정 체제 아래서의 영화계의 현실은 해방이 부정되는 상황으로 경험되었다. 제국의 영화권(Film Sphere)이 붕괴된 이후 물질적 기반을 확보할 수 없었던 조선영화계는 군정 당국의 제도적 규정력에 무기력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었고, 시장의 영역에 남아있던 자율성마저도 경찰을 비롯한 ‘권력형 자본’이 개입해 들어오면서 닫히게 되었다. 제국 일본이 자국의 흥행자본과 결탁하여 조선의 영화산업을 제국의 통치성(governmentality) 내부로 포섭해나갔다면, 미군정은 점령지 정책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조선을 미국영화의 소비시장으로 전락시키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조선영화의 자율성을 제한했다.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해봤을 때, <자유만세>는 민족영웅의 무장투쟁을 재현한 영화가 아니라 시장 논리에 기대어 조선영화의 상대적 자율성을 도모한 영화에 가까웠다. <자유만세>는 사실상 고려영화협회의 산업적 비전 아래서 기획된 문화 상품이었고,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민족영화의 신화로 자리매김하였다는 것이 본고에서 도달한 결론이다. 배급업을 기반으로 설립된 고려영화협회는 식민지시기 조선인 영화회사로는 유일하게 기업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로서 산업 논리에 입각해 조선영화의 활로를 모색해나갔다. 비록 사단법인 조선영화주식회사의 출범을 전후하여 해체되었으나 해방을 계기로 활동을 재개하였고, <자유만세>는 회사의 재건 기념 작품으로 기획된 영화였다. 내지조선만주를 잇는 제국의 영화권이 붕괴되면서 조선영화는 산업적 기반을 상실하였기에, <자유만세>의 제작은 조선영화의 시장성을 가늠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다. 따라서 영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장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였으며 작품의 평가도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기존의 영화사 서술에서 <자유만세>는 최인규의 작가적 양심의 산물로 규정되어 왔으나 실상은 고려영화협회가 제시한 ‘탈식민’의 전망 아래서 시장성을 적극적으로 겨냥하여 기획·제작한 문화 상품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미군정 체제 아래서 민족영화의 수립이라는 당위만을 강조한 영화동맹과 달리 고려영화협회는 시장 논리에 기대어 조선영화의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망을 제시했고, <자유만세>의 성공은 그것을 현실적으로 입증한 경우였다. 그러나 정책의 부재 속에서 외부 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조선의 사회 구조는 시장 시스템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고려영화협회의 산업적 비전은 결과적으로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으나, 고려영화협회가 <자유만세>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 전망은 ‘국가’의 제도적 규정력이 영화의 미학과 산업 전반을 결정했던 식민지적 권력 관계로부터 탈피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자유만세>가 한국영화사 내부에서 ‘탈식민’의 과업을 성취한 영화라고 평가받는다면, 이는 산업적 측면에 한하여, 고려영화협회와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고의 결론이었다.마지막으로 본고에서는 <자유만세>에 대한 텍스트 분석을 시도했다. 이는 해당 영화가 당대 조선사회에서 파급력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대중적 상품으로서 작품의 가치를 논하기 위함이었다. <자유만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방의 파토스를 소환하여 상품화하려는 전략을 취했는데, ‘주어진 해방’이라는 현실 인식을 극복하고 ‘피 흘려 쟁취한 해방’이라는 기억을 주조하기 위한 문화적 기획으로서 제작된 영화는 조선인 남성의 남성성을 회복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했다. 회의하지 않고 행동하는 남성 영웅과의 동일시를 통해 식민지시기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집단의 기억으로 대치하려는 대중들의 욕망에 부응한 <자유만세>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현되었던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분석들을 토대로 <자유만세>를 한국영화사 내부에 새롭게 위치지음으로써 미군정기 조선영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인식적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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