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미적 정당화에 관한 연구 : 니체의 자연주의적 실존 이해와 도덕 비판을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2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107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임홍빈
참고문헌: p. 102-107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본고는 실존(Dasein)의 미적 정당화(asthetische Rechtfertigung)에 관한 니체의 주장을 고찰한다. 실존의 미적 정당화에 관한 주장은 니체의 자연주의적 실존 이해와 이로부터 제기된 도덕 비판 그리고 대안적 전망으로서 미적 실존에 관한 논의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다.
실존의 미적 정당화에 관한 니체의 주장을 검토하면서 분명하게 보이려고 했던 것은, 크게 여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실존의 미적 정당화가 최초로 제기된 󰡔비극의 탄생󰡕과 그 이후에 변형된 형태로 제시된 󰡔즐거운 학문󰡕 사이에 니체 자신의 사상적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위의 사상적 변화는 ‘자연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니체의 자연주의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①니체의 자연주의는 초(超)자연적인 개념들을 사용해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들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자연적 개념들에 대한 거부는 니체가 자신의 방법론으로 차용하고 있는 심리학과 생리학을 통해 잘 볼 수 있다. ②니체의 자연주의는 초자연적인 개념들에 근거해 인간의 본질적이고 자연스러운 성향들을 억압하려는 반(反)자연주의를 비판한다. 도덕과 도덕이 전제하는 실존 이해가 이러한 반자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니체는 자연주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실존을 심층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이러한 니체의 노력은 기존의 도덕이 전제하는 피상적인 인간 이해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연결된다. 니체는 기존의 의지, 자아 그리고 의식 개념이 언어적 습관을 반성 없이 수용한 결과임을 보일 뿐만 아니라 위의 개념들이 충동과 정서에 의해 조건지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넷째, 니체의 자연주의적 실존 이해는 인간을 감성적 존재로 이해한다. 인간의 감성적 활동은 충동과 정서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고 이는 꾸며냄(erdichten)과 창작(dichten)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하여 인간은 근원적인 의미에서 예술가로 이해될 수 있다. 다섯째, 근원적인 의미에서 예술가인 인간을 도덕적인 가치 기준에 입각하여 정당화하고 설명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근거하고 인간의 삶을 유약화, 평준화시킨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여섯째, 따라서 니체는 근원적인 의미에서 예술가인 인간의 삶을 보다 건강하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고양시키기 위한 대안으로서 미적 실존을 제안한다. 미적 실존은 자아를 형성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자아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한 개인의 삶에 한 가지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은 삶을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드는 위대한 예술로 이해된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에는 니체의 자연주의적 실존 이해가 놓여있다. 니체는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충동과 정서를 제시한다. 니체의 자연주의는 명확한 체계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충동이나 정서가 작동하는 방식, 즉 ‘충동과 정서의 문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인식과 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충동과 정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로부터 인간의 건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니체는 ‘건강한 삶’, ‘개성적인 삶’ 그리고 이러한 개인들의 자연스러운 성향과 욕구들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 의거해 ‘도덕’ 역시 ‘삶’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도구로 이해한다.
니체가 도덕을 명시적인 수준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존의 미적 정당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망치를 들고 철학하는” 니체가 단순히 기존의 전통적 사유를 ‘파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니체가 기존의 철학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계몽적 동기에 의해서이다. 니체는 철학의 전통에서 부차적으로 간주되었던 충동이나 정서와 같은 개념들에 집중해 인간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니체는 인간의 자기 이해라는 철학의 근본 문제를 다루고 있고 기존의 논의를 급진적으로 비판한다는 점에서 ‘급진적 계몽주의자’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이 되어라”는 요구와 기존의 도덕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비판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니체는 보다 건강하고 개성적인 삶에 대한 적극적인 권유를 하고 있다. 따라서 니체의 ‘비도덕주의자’라는 가면은 도덕 비판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수사적인 측면이 강하고 이면에는 미적 실존으로 이해될 수 있는,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에 대한 분명한 규범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니체는 도덕의 비판자이지만 개인의 삶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덕을 고안해내려 한다는 점에서 도덕의 철저한 옹호자이기도 하다.
니체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구체적으로 나 자신은 어떤 존재이고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는 철학의 본래적인 과제인 인간의 자기 이해의 문제이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자신의 삶을 충일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인 성격을 갖는 문제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자기 이해는 개별적인 차원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덕’을 매개로 하여 어떤 제도 혹은 어떤 사회가 개인들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하게 하는가라는 공적인 실천의 문제로 옮겨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자기 이해의 문제가 추상적인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인 수준에서 고도의 실천적 성격을 가진 문제임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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