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설'의 증언의식과 서술전략 = The testimony consciousness and narrative strategy of 'may novels'
‘5월 소설’의 증언의식과 서술전략
The Testimony Consciousness and Narrative Strategy of 'May Novels'
국어국문학과 전 성 욱
지 도 교 수 한 수 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하는 실재로서, 5월은 어떻게 언어의 배치(아상블라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5월을 문학적으로 증명(재현/표현)하려했던 지금까지의 모든 기획들은, 바로 이 물음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회하거나 비켜갈 수 없는 이 난제에 대한 사유의 밀도는 곧 그 작품의 강도(intensite)를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5월의 희생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이, 그것이 아니라면 민족 수난의 역사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이, 해결하기 어려운 그 물음을 그냥 지나치게 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재현(representation)의 기획들은 5월을 동일성의 객관적 실체로 상정함으로써 항쟁의 의미(내용)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했다. 그것은 대체로 희생의 숭고함에 대한 비장한 감수성으로 가해의 난폭함을 폭로하는 데 기울어 있다. 대개 재현의 서사에 드러난 정서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과 죄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5월에 대한 재현의 자의식은 이렇게 압도적인 정념으로 텍스트를 지배함으로써, 사건들의 차이를 말소하고 서사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대상을 동일성의 논리로 표상하는 재현의 기획은 이미 대상 그 자체를 명백한 것으로 동일화한 것이기에 저런 질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동일성으로 환수되거나 제거되기 이전의 차이들에 대한 고려로써, ‘사건으로서의 5월’에 가 닿으려는 언어의 전위가 개시된다. 그것이 바로 재현에 대한 가능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하는 표현(expression)의 기획이다.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역사와 정치의 의제라고 한다면, 그것을 재현하고 표현하는 것의 방법에 대한 고뇌와 실험들은 미학적 차원에 걸쳐 있다. 이 글의 목적은 광주의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어떤 입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데 있지 않다. 이 글의 관심은, 규명 가능한 진상(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속에서, 예의 그 비판과 옹호의 논리가 어떻게 재현과 표현의 정치로 관철되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본 연구의 2장에서는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한 분석과 함께, 기억과 증언(재현/표현)의 정치적 의미를 짚어볼 것이다. 5월은 분명 특정 입장의 견해로 종합될 수 없는 단독성의 사건이지만, 부득이 2장에서는 5월의 역사적 의미를 정치적으로 구조화하는 역설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5월을 완벽하게 증언될 수 없는 기술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기술 불가능한 사건이기 이전에 기억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며, 또한 증언의 아포리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증언되고 있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2장의 서술은 5월의 단독성을 훼손하는 구조적 환원의 차원이 아니라, 여러 견해들의 단속적인 편집으로 고려될 수도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임철우의 『봄날』을 중심으로, 5월의 기억이 부과한 죄책감이, 사실(진실) 복원의 형이상학에 대한 엄중한 도덕률로 작동함으로써 ‘재현’의 서사를 가동시키는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와 달리, 언표 불가능한 진실로서의 5월을 탐문하면서, 언어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으로 그 진실에 대한 ‘표현’의 열망을 드러내고 있는 정찬의 『광야』와 「슬픔의 노래」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 더해 2인칭의 서술로 된 유서로의 『지극히 작은 자 하나』와 알레고리의 형식으로 된 김신운의 『청동조서』를 대상으로, 서사적 기교를 통해 모사적인 ‘재현’을 넘어서려는 ‘표현’의 의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진실의 형이상학을 질문의 형식으로 내파(해체)하고 있는 박솔뫼의 「그럼 무얼 부르지」에도 특별히 주목할 것이다.
양적으로 5월 소설의 대다수가 폭력과 치유라는 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4장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이미 자주 다루어졌던, 예의 그 죄의식과 심리적 상흔 그리고 치유에 대하여 검토한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참조하면서 증상과 치유의 복잡한 관계들을 그 유형에 따라 분류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심리적 상흔을 다룬 소설들에서 자주 반복되는 서사의 어떤 상투형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진정한 ‘치유’가 아니라 상처와 아픔을 그저 봉합하고 은폐하는 ‘치료’의 서사는, 마치 인과론적인 필연성처럼 고통의 기억과 함께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자동적으로 불러온다.
원외상으로서의 상처는, 마치 잠재적 실재로서의 5월이 재현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치유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치료가 재현이라면 치유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치유 불가능한 원외상은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 속에서 다만 환기될 뿐이다. 5월의 고통이란 외부의 처방에 따라 치료되어 사라질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치유는 외부로부터 이루어지지 않으며, 주체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하는 가운데 겨우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외상의 당사자가 스스로 그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다시 말해 고통과 함께 할 수 있는 정신의 근력을 수양하는 것이 치유다. 그래서 고통의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의 서사는, 불가능한 재현의 기획처럼 언제나 치유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치유의 서사는 고통의 제거가 아니라 고통의 표현에 주력해야 한다. 이 때 고통 그 자체는 일종의 언어로 기능하며, 그것은 비명이나 신음에 가까운 형태로 5월의 원외상을 증언한다. 다시 말해, 훼손된 신체가 곧 증언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치료함으로써 은폐하는 서사들을 비판하면서, 고통 그 자체를 ‘표현’하려는 작품들을 대비할 수 있다.
마지막 Ⅴ장에서는 이른바 여정의 서사를 ‘순례의 형이상학’이라는 관점에서 다룬다. 치료와 봉합으로 귀결되거나 주체의 정체성 형성으로 매듭지어지는 목적 지향성의 여정이 있다. 반대로 고통이 심화되는 주체 분열의 여정도 있다. 이 둘을 대비하면서, 더불어 화해와 청산의 여정이 서사를 정합적으로 만드는 불가능한 애도의 길임을 살펴볼 것이다.
주요어: 5월 광주, 5월 소설, 잠재적 실재, 재현, 표현, 증언의식, 서술전략, 원외상, 치료, 치유, 언어로서의 몸, 진실의 형이상학, 순례의 형이상학, 봉합,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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