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세제의 논리와 구조에 관한 연구 : 중립성의 추구와 그 한계를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340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the logic and structure of taxation of corporate acquisitions : focusing on the pursuit of neutrality and its limitation
형태사항
xiv, 438 p. : 삽화 ; 2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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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기업인수(corporate acquisition)’라 함은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의 사업(business)에 대한 지배권(control)을 취득하는 일체의 사건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대상회사의 사업을 직접 취득하는 자산인수(asset acquisition), 대상회사의 사업에 대한 간접적 지배권을 취득하는 주식인수(stock acquisition), 그리고 자산인수⋅주식인수가 대상회사의 청산과 결합된 형태, 곧 합병(merger)이 모두 포함된다.
기업인수에는 여러 가지 세금효과가 뒤따르게 마련인데, 이를 통틀어 이 논문에서는 ‘기업인수세제’라고 부른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최근에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그동안의 낙후된 모습을 청산하고 대체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애초에 선진국의 제도 자체가 수많은 결함을 안고 있는, 그러면서 그 결함을 치유하기가 아주 어려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의 초보적인 잘못들이 대부분 바로잡힌 이상, 이제 이러한 진정한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
기업인수세제의 핵심적인 문제는 당사자들이 그동안 세금을 물지 않은 소득, 곧 미실현이익에 대해 당장 세금을 물릴 것인가, 아니면 계속하여 세금을 미루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 소득세제의 두 기둥, 곧 실현주의와 법인격 존중이라는 틀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i) 이러한 틀 자체가 이미 ‘묵시적 과세이연(implicit tax deferral)’을 내포하고 있다. 대상회사 쪽은 당장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인수회사 쪽은 사실상 과세이연을 받고, 대상회사 쪽에서도 자산인수의 경우에는 대상회사의 주주가, 주식인수의 경우에는 대상회사가 사실상 과세이연을 받기 때문이다. (ii) 더 나아가 오늘날의 법제는 따로 특별한 규정을 두어 ‘지분의 연속성(continuity of interest)’을 갖춘 경우에는 대상회사 또는 그 주주들에 대해서까지도 ‘명시적 과세이연(explicit tax deferral)’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기업인수세제의 틀은 앞뒤가 맞는 것인가? 맞지 않다면, 이 세제를 고쳐서 새롭게 짠다고 할 때,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앞뒤를 맞출 수 있는가? 이 논문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탐구이다. 이렇게 일관성 내지 중립성이라는 소극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기업인수에 대한 특별한 취급, 곧 명시적 과세이연을 뒷받침할만한 적극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시되어 온 근거들은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 (i) 어떤 기업인수는 단순한 겉껍질의 변화에 불과하다, (ii) 평가의 곤란과 유동성의 문제를 피하여야 한다, (iii) 세제가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동결효과의 문제), (iv) 기업인수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현실의 법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애초에 과세이연을 정당화할 수 없거나 정당화하기에 부족한 논거들이다.
그러나 중립성이라는 기준으로 후퇴하여도, 이 기준에 맞게 기업인수세제를 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현주의와 법인격 존중에 뿌리박은 오늘날 세제의 틀 안에서는 중립적 기업인수세제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비중립성은 기업인수세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 이 논문의 주장이다. 대상회사와 인수회사, 그리고 자산인수와 주식인수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는 기업인수세제는 (i) 전면적인 과세이연의 방식(1980년대 미국의 ALI 개혁안과 그 뒤의 수정안)과 (ii) 전면적인 과세의 방식(Shakow의 제안) 외에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방식들은 모두 ‘외부적으로’ 기업인수와 그 밖의 거래를 심각하게 차별하게 되어 결국 비중립적인 시스템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의적 줄긋기와 복잡성, 불확실성, 그리고 세금회피를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시스템이 반드시 현행 세제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논문은 급진적인 개혁안을 포기하고 일단 현행 기업인수세제의 틀을 ‘가능한 법제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는 전제 위에서 이 시스템을 좀 더 앞뒤가 맞게 고쳐볼 수 없는지를 모색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당연히 한계에 부딪친다. 근본적으로 비뚤어진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곳곳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산인수와 주식인수에 대한 상반된 세금효과는 점진적 합병, 모자회사 합병(또는 자회사의 청산), 그리고 삼각합병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데, 그 결과 이들 거래에 대해서는 그 세금효과를 어떻게 구성하더라도 도저히 균형을 맞출 길이 없게 된다. 탈출구는 없으며, 남는 것은 오직 자의적 선택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립성은 여전히 유용하고 생산적인 기준이다. (i) 최대한 앞뒤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위와 같이 해결할 수 없는 모순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는 헛된 시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ii) 또한 기업인수세제의 모든 영역이 근본적인 불균형으로부터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영역도 많고, 이러한 영역에서 현행법의 불필요한 모순들을 제거하여 이 시스템을 개량해나가는 일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논문은 이러한 이론적 시각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현행 기업인수세제를 분석하여 수많은 실천적 결론들을 끌어냈는데, 주요한 것들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적격거래의 경우에 (i) 헐값 매입에 따른 합병매수차익을 5년간 소득에 넣는 것은 잘못이며, 그 헐값을 그대로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잡아야 한다. (ii) 해산⋅합병의 경우에 주주에게 실현된 소득을 단순히 의제배당으로 잡는 것 역시 잘못이다. 대상회사의 유보소득 부분은 배당소득으로, 납입자본 부분은 주식의 양도대가로 잡는 것이 옳다.
둘째, 과세이연의 요건과 관련된 문제로, (i) 주식인수 일반에 대한 과세이연 제도를 들여오는 것은 반드시 더 낫거나 못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삼각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대한 과세이연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 제도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 (ii) 자회사의 청산에 대한 과세이연 제도를 들여오는 것 역시 더 낫거나 못한 입법은 아니지만, 모자회사 합병에 대한 무조건적인 과세이연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 제도를 들여오는 것은 불가피하다. (iii) 미국식 구조에 따라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이연을 범용적인 제도로 유지하는 한, 과세이연 요건에서 합병 쪽과 균형이 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과세이연의 효과에서 (i) 회사 단계의 ‘양자택일적 방식,’ 주주 단계의 ‘부분적 과세이연의 방식’이라는 틀은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가능한 법제 중 하나’이다. 우리 법이 기업인수의 일부 유형에서만 이러한 틀을 이탈한 것은 잘못이다. (ii) 장부가액을 그대로 넘기는 과세이연의 방식(직접법)은 실현주의에 따른 묵시적 과세이연의 원리(역사적 원가주의)를 그대로 연장한 것이며, 우리 법도 자산조정계정 등을 설정하는 복잡한 방식(간접법)을 버리고 직접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iii) 적격거래의 경우에는 대상회사의 자본구성(납입자본과 유보소득)을 인수회사에게 승계시키는 제도를 들여와야 한다. (iv) ‘현물출자 전에 생긴’ 미실현이익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으로’ 이중과세가 이루어지는 문제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지만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우리 법의 불완전한 대책은 한편으로는 개선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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