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習性)의 현상학 : 에드문트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에 대한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 (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서양철학전공 , 2013. 2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190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Phenomenology of habit
형태사항
ix, 222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수록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후설의 습성 개념이 가지는 고유한 성격과 의의는 그것이 초월론적 습성이라는 점에 있다. 그는 경험적 습성(Gewohnheit)과 구별되는 초월론적 개념으로서의 습성(Habitualität)을 현상학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근대 이후의 철학에서의 습성에 대한 논의에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을 부여하고 있다. 근대 철학사에서 습성은 ‘물리적인 인과적 속성’이나 ‘연상적인 귀납적 속성’으로 파악되어 왔다. 이에 반해 후설은 습성을 의미 부여작용으로서의 지향적 작용이 초월론적 의식 흐름 안에서 가지는 초월론적 발생(transzententale Genesis)의 산물로 파악하였으며, 초월론적 자아의 자기 구성(Selbstkonstitution des transzendentalen Ich)의 산물로 파악했다.
하지만 그동안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 개념에 대해 홀대(忽待)와 일면적인 평가가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 개념이 지성주의적이고 재현주의적인 습성 개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습성이 가지는 선반성성, 수동성, 익명성들의 요소를 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 가운데서도 특히, 그의 초기 사유 속에 등장했던 소위 ‘태도취함(Stellungnahme)의 습성’만을 겨냥한 비판에 해당된다.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 이론에는 ‘태도취함의 습성’ 이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이론도 존재한다. 비록 후설은 전자에 비해 후자의 습성 개념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거나 명시적인 해명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설의 수많은 구체적인 구성적 분석들은 그의 분석의 배경에 머물러 있었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개념을 지시하고 있다.
그동안 후설 연구사에서 ‘태도취함의 습성’ 개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이러한 새로운 습성 개념을 파악하고자 한 시도들이 꾸준히 있어 왔지만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후설 현상학 안에서 ‘태도취함의 습성’ 개념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개념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정립하기 위해서는, 후설로 하여금 ‘태도취함의 습성’과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을 자신의 현상학에 도입하게 했던,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가지지만 구별되는 두 가지 동기를 구별해야만 한다. 그것들은 둘 다 초월론적 자아의 인격적 동일성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려는 동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하나는 고도의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초월론적 자아의 인격적 동일성의 존재 방식을 파악하고자 하는 동기인데 반해, 또 다른 하나는 영혼적(seelisch)이고 수동적인 영역과 능동적인 영역 전체를 관통해서 형성되는, 소위 ‘완전한 구체성 속에서 파악된(in voller Konkretion genommen)’ 자아로서의 초월론적 모나드의 인격적인 동일성의 존재 방식을 파악하고자 하는 동기이다. 이 두 가지 동기를 분명히 구별함으로써 우리는 이 두 가지 동기 각각에 상응하는 두 가지 습성 개념을 그 근원에서부터 명료하게 구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후설 현상학 안에서 ‘태도취함의 습성’에 의해 가려져 왔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을 ‘태도취함의 습성’과 구별해서 그것의 형성과 현실화의 원리를 독립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얻게 된다.
‘태도취함의 습성’은 오직 고도의 인격적이고 정신적인 모나드적 삶의 영역에서 형성되는 습성이다. 그것은 태도취함이라는 고도의 지향적 작용이 체험 흐름 안에서 가지는 고유한 방식의 초월론적 발생의 산물로서, 후설은 그것의 발생의 법칙을 근원설립(Urstiftung)과 침전(Sedimentierung), 그리고 반복(Wiederholung)이라는 시간성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반면,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태도취함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지향적 작용이 수행되기 위해 앞서 개시되어 있어야 할 ‘지평(Horizont)’이 가지는 지속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태도취함의 습성’ 형성에서 중요한 것이 재생산적인 기억에 의거한 태도취함, 즉 확신 혹은 결정의 능동적인 반복 가능성이라면,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지향적 작용이 체험 흐름 안에서, 후설이 ‘작용의 시간성’이라 부른 ‘계속해서 타당함(Fortgeltung)’을 통해 지속하고, 수동적인 발생으로서의 연상적인 전이(assoziative Übertragung)를 통해 사후 효과를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영혼적이고 수동적인 모나드적 삶으로부터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모나드적인 삶의 전체 영역을 관통하여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보편적인 습성이다. 따라서 정신적이고 능동적인 영역에서부터 수동적인 영역, 그리고 후자를 다시 세분화하여, 지각적인 영역에서부터 감각적인 영역의 모든 단계에서, ‘계속해서 타당함’과 ‘연상적인 전이’ 및 이것의 잦은 반복을 통해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이 형성된다. 그것은 능동적인 영역에서는 태도취함에 의거한 근원설립(Urstiftung)의 통각적인 사후 효과(apperzeptive Nachwirkung)에 의해, 지각적인 영역에서는 파악(Erfassung)과 해명(Explikation)의 시간적 지속과 사후 효과에 의해 일어난다. 특히 지각적인 영역에서는 능력, 즉 운동 감각적 체계(kinesthetische System)로서의 습성이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초월론적 모나드의 이러한 모든 단계에서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본능에서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형성에 근원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초월론적 모나드의 전체 삶을 관통하는 보편적 습성은 본능에서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의 단계적 발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해명된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이론을 기초로 해서, 이제 우리는 습성 이론 도입의 동기가 되었던 초월론적 모나드의 인격적 동일성의 존재 방식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 ‘통각 체계와 능력의 습성’에 의거한다면, 초월론적 모나드의 인격적인 동일성은 수동적인 영역에서부터 능동적인 영역에 이르는 모나드적 삶의 전체를 관통하는, 통각 체계와 능력의 생성의 역사 속에서 형성되는 동일성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그것은 후설에 의하면, 세계 통각(Weltapperzeption)의 일관성(Konsequenz)이며, 거기에는 초월론적 모나드의 자기 보존(Selbsterhaltung)을 향한 목적론적 의지가 놓여 있다.
이제까지 개별적인 초월론적 자아의 차원에서 해명된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상호주관적인 영역에서도 형성된다. 후설에 의하면 상호주관적인 차원에서의 초월론적 습성, 즉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타당성을 정립한 지향적 작용을 매개로 한 상호 영향, 곧 주체들 간에 일어나는 타당성의 연상적인 전이에 의해 형성된다.
상호주관적인 차원에서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 역시 상호주관적 모나드의 모든 단계에서 형성되는 보편적인 습성이다. 능동적인 영역에서는 태도취함에 의해 근원 설립된 것이 타자에게 연상적으로 전이되고, 이것이 자주 반복됨으로써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이 형성된다. 그리고 수동적인 영역에서는 타자지각 안에서 일어나는 타당성의 연상적인 전이에 의거해서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이 형성된다. 더 나아가 주체들 사이에서 쾌락과 고통을 매개로 일어나는 상호 영향관계, 즉 타당성의 전이에 의해 영혼적이고 수동적인 영역에서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이 형성된다. 이렇게 상호주관적인 영역의 모든 단계에서 형성되는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최종적으로 본능적인 상호 영향관계에서 일어나는 타당성의 전이와 그것의 잦은 반복 및 이를 통해 형성되는 본능적인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을 자신의 발생적 근원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한에서 상호주관적인 모든 단계의 모나드적 삶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습성이란 본능적인 영역에서의 상호주관적인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의 단계적 발현이다.
이제까지의 탐구를 기초로 후설 현상학에서의 역사성 및 세대성(Generativität)에 대해 해명할 수 있다. 후설에 의하면 역사는 추상적인 관념의 역사도 아니고, 단순한 사실의 역사도 아니다. 역사는 죽은 자들과 산 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구체적인 상호 주관적 연관이며, 그는 이것을 세대성이라 부른다. 이때 세대성이란 죽은 자들의 습성이 산 자들에게 전승되는 것을 통해 구성된다. 그런 점에서 후설이 말하는 역사성이란 곧 세대 간의 습성의 전달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후설에 의하면 수동적인 영역에서부터 능동적인 영역 전체에 걸쳐 죽은 자아들의 산출물은 새로이 탄생하는 자아들에게 능동적인 재생산적 기억이 아니라 수동적인 발생에 따라 전수되고 전승된다. 그것의 가장 포괄적이고 근원적이며 일차적인 전승의 방식이 바로 연상적인 전이, 짝짓기(Paarung) 그리고 융합(Verschmelzung)이다. 새로이 탄생하는 자아는 과거 속으로 침전된 선조들의 습성을 일깨우고, 일깨워진 습성은 연상적인 전이를 통해 새로운 자아의 새로운 질료를 앞서 구성한다. 또한 새로운 세대에 의해 정립된 타당성 역시 다시 무한한 선조들의 타당성들의 집합 안으로 재기입되고, 그 흐름 안에 귀속되며, 거기에 융합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세대의 자아가 마주하는 과거 세대의 습성의 침전물은 능동적인 재생산적 기억과 이성적인 파악을 항상 넘어서 선소여되어 있다.
우선 능동적인 영역에서, 과거 세대의 고도의 정신적 산출물이 동일한 태도취함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서 능동적으로 재활성화되는 것의 잠재적 토대에는 이러한 연상에 의거한 산출물의 수동적인 전수와 전승이 놓여 있다. 또한 수동적인 영역에서, 과거 세대의 지각과 감각의 통각체계와 능력은 새로이 탄생하는 자아의 새로운 질료에게 전이되고 그것과 융합되어 그의 앞선 지평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능동적인 영역에서부터 수동적인 영역에 걸쳐 세대 간의 공동의 통각체계와 능력 및 세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하부에는 본능적인 상호 연관 속에 놓여 있는 모나드들의 세대성이 있으며, 앞서의 모든 단계에서의 세대성은 본능적인 모나드들의 세대성으로 다시 융합되어 하나의 보편적인 세대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탐구의 결과 우리는 그동안 후설의 현상학 안에서 분석의 배경 속에 머물러 있으며 ‘태도취함의 습성’에 의해 가려져 있던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은 ‘태도취함의 습성’과 달리 개별적인 자아 차원이든 상호주관적인 차원이든, 수동적인 영역으로부터 능동적인 영역에 이르는 초월론적 모나드의 모든 단계의 삶을 관통해서 형성되는 습성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을 통해 초월론적 모나드의 전체 삶을 관통해 형성되는 소위 보편적인 습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것의 형성과 현실화의 원리를 수동적인 발생, 곧 타당성의 연상적인 전이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탐구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태도취함의 습성’과 연관되어 이루어진 후설의 습성이론에 대한 홀대와 일면적인 평가를 수정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태도취함의 습성’과 ‘통각체계와 능력의 습성’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 후설의 초월론적 습성이론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후설이 자신의 연구 작업 속에서 수행하지 못했던 ‘습성의 현상학’을 제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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