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도시 젊은이들의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 국가의 감정 통제와 개인들의 자아 구성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301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Making their own public : emotion and self among the privileged Iranian youth
형태사항
vii, 318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수록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일련의 민주화 시위는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집권세력에대한 저항 그리고 무고한 희생의 중심에는 바로 중동의 젊은이들이 있다. 이란 역시 전체 인구의 70%가 30세 이하 젊은이들로 구성된 ‘젊은 이란’이다. 이란의 인구학 계보를 다시금 그려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 종결과 전통적인 이슬람 사상에 따른 출산 장려정책, 그리고 낮아진 결혼연령 등의 결과인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이다. 이란의 젊은 세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아 무슬림의 운명을 갖고 태어나며, 교육과 사회화를 통해 끊임없이 무슬림 키즈로 키워진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현 정부가 가장 경계하고, 사회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세대로 인식되며, 스스로‘불타버린 세대’라 부른다. 전지구화 현상의 가장 큰 수혜자인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문화 현상을 끊임없이 구성해가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논문은 바로 제 3세대라 불리는 오늘의 이란의 젊은이들이 이란 사회의 전통적인 감정 구조와 이슬람 정권의 감정 통제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자아를 구성해 가는가 하는 물음의 답이다. 본 연구에서 저자는 특히 개혁적인 성향의, 도시 중상류층 젊은이들의 삶을 통해 이들 젊은 세대들의 국가에서의 위치, 전통적인 가치와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과 심리적인 사안 그리고 공사 영역에서의 상이한 자아 재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슬람 공화국의 이데올로기적 방향성은 이란 젊은이들의 감정 연출과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1979년 이후 이란은 ‘문화적 혁명’이라고 표현될 만큼 사회 전반적인 사상적 수술을 감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을 비롯한 이란 사회의 시민들은 공공영역에서 ‘신실한 무슬림’의 모습을 이행해야만 했다. 샤리아(Sharia,이슬람법)의 제도적 도입으로 인한 사적 영역으로의 법적 규제 확산은 내부, 외부가 확연히 구분되는 이중적인 이란 사회의 모습을 더욱 공고히 했다. 또한 ‘순교자의 거리’로 변모한 공간들의 모습과 거리와 벽을 가득 채운 혁명 예술과 호전적인 구호들은 국가 전체를 거대한 ‘설득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라크와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행중인 ‘예외상태(아감벤 2009)’로 작동하고 있으며, 적과 영웅 그리고 순교와 아슈라와 같은 신화는 역사와 정권을 거쳐 그 배역만 바뀔 뿐 이란 사회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제 1요소가 된다.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감정을 통제하고, 각종 이슬람 의례를 통해 ‘슬픔의 연행’을 강조한다.
젊은 세대들은 공공영역에서 엄격한 이슬람 규범에 따라야 하고, 사적인 공간마저‘이슬람’의 이름으로 늘 통제의 주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이슬람’과는 멀어진 세대로 여겨진다. 이란의 젊은 세대들은 엄격한 사회 통제 이외에도 아직도 뿌리 깊게 자리잡은 ‘전통 사회’ 구조 속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다. 동시에, 이란 젊은이들은 시민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으며, 뉴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대안적인 공공영역을 창조해내고 있다. 이란 젊은이들은 국가의 통제와 억압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맞서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색을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 사회의 이러한 압력과 감시는 더욱더 사람들을 무대 뒤로 숨게 하고, 사람들의 욕구는 정부와 사회가 억누를수록 더욱 커져, 자아를 드러내고 싶은 개인들은 불법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숨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란의 젊은이들은 전통과 전지구화, 이슬람과 서구 대중문화의 대립 구도 속에서 늘 부딪히며 갈등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이슬람 공화국의 출현으로 강제화된 이슬람적 규율은 이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아를 전면에 드러낼 수 없고, ‘film‐baji(연기)’해야만 하는
현실을 가져 왔다. 이러한 ‘금지된 문화’를 향유하고, 자신의 세속성, 개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은 보호색으로서의 ‘거짓말’을 하나의 전략으로 택하기도 한다. 과거 시아 무슬림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해야만 했던 Taqiyah(위장)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일상적인 전략으로 되풀이된다.
이슬람혁명 30주년이 되던 2009년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젊은이들은 드디어 자신의 정치성향과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녹색 끈을 손목에 묶고 이란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실망스러운 대선 결과를 마주한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처음으로 두꺼운 가면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하지만 녹색운동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정권에 의해 국가의 안전과 안위를 뒤흔드는 내부의 ‘적’으로 상정되었고, 그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갈망은 강력한 국가체제 속에서 그 색을 잃어가거나 감추고 있다. 녹색운동은 이슬람 혁명 30주년만의 대대적인 반정부, 민주화 시위였다는 점에서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녹색운동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개혁적인 성향의 도시 젊은이들은 ‘신의 이름으로(be name khoda)’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권의 정치적인 억압에 저항하면서, ‘정치로서의 이슬람’이 아닌, ‘종교로서의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근간인 ‘벨러야테 파키’ 즉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에 반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국가의 입장과 배치될 수 밖에 없다. 이란 젊은이들은 ‘슬픔’을 정치화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사회 속에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회적 코드에 맞는 자아의 모습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층위의 자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행위 주체가 처절하게 저항하지 않고 때로는 일상에 순응한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과 감정’까지 권력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모순되고, 자신을 드러냈다가도 다시 숨어버리는 이란의 젊은 세대들의 모습들에서 오히려 거대한 벽처럼 서있는, 스스로를 ‘유토피아’로 포장한 헤게모니의 균열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점이 바로 ‘젊은 이란’의 미래가 기대되는 바로 그 이유이다.
지금 이란 젊은이들은 대중적인 우울함과 불만이 가득 찬 사회 구조 속에서 개혁의 희망이자 동시에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어, 이란 사회의 개혁 대 보수, 전통 대 세속의 갈등의 중심에 있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이 연구는 ‘사회’라는 통제된 굴레에서 신음하거나 아니면 사회화되어 순응하는 사람들의 대중적인 심리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연구는 이란 사람들 특히 이란 젊은이들의 사회화된 자아와 본능적인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주제일뿐 아니라 정부 위주의 강요화된 ‘이슬람 시민’으로의 사회화가 어떤 불완전성을 가지는 가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화 과정 자체의 본질이 그 ‘불완전성’에 있음을 나타내는 주제가 될 것이다. 이 연구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매개로 이란 사회의 문화 심리적 모델을 구성해 봄으로써, 지금껏 정치 이데올로기나 ‘이슬람’이라는 거대한 담론의 기저에 있는 실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란인들의 공적, 사적 영역에서의 연출되는 자아의 모습이나 감정 구조와 갈등 양상을 파악함으로써 그 문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 경제, 종교적 환경을 총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또한 역으로 현재 그들의 문화 심리 모델을 통해 이란 사회의 갈등과 사회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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