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시가 속 悲秋 감성의 사회화 과정 연구
저자
발행사항
광주 : 전남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412 판사항(22)
발행국(도시)
광주
기타서명
A Study of Social Sensibility about Sorrowful Autumn -With a Focus on Chinese classical poetry
형태사항
v, 177 p. : 삽도 ; 30 cm.
일반주기명
전남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 양 회 석
참고문헌 : p. 166-172
소장기관
오늘날 우리가 가을의 정서로 슬픔을 떠올리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문화 관습적으로 길들여진 결과이다. 가을 정경인 秋와 인간의 슬픔인 悲가 융화하여 이루어진 悲秋는 중국 고전 문학사에서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가을 감성을 분석하여 悲秋의 문화 사회적 배경을 검토하고, 悲秋가 어떠한 역사적 맥락 하에서 형성되고 발전하여 보편적인 사회적 감성으로 안착하게 되었는가의 과정을 추적하고, 그것의 문화사적 의의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연구 방법론은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당시의 문화와 전통적 계통 관계인 관습에 역점을 두어 작품을 분석하는 역사주의 비평이다.
연구 결과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悲秋 감성의 문화 사회적인 배경에 대한 검토이다.
문자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秋 이미지는 최초의 갑골문에서는 고단한 현실적 이미지를 지니다가 秦代에 들어와 풍요로움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 후 漢代에 이르러 풍요로움의 이미지와 함께 낭만적인 정서가 부여되었고, 魏晋 시기에는 가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슬픈 이미지가 더해졌다. 전통 사상적 관점에서 살펴본 秋 이미지는 『書經』과 『周易』에서는 풍요로움의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는데 비해, 『禮記』에서는 차갑고 엄숙한 두려움의 이미지가 수용되어 있다. 『春秋繁露』에 나타나고 있는 秋 이미지 또한 『禮記』에서와 유사함을 보이며 분노(怒)의 감정과 대응되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영향으로 인해 漢代의 문학 작품 중 강한 비감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 겨울 이미지가 이용되고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둘째, 悲秋 감성의 발전 단계에 따른 시대적 고찰이다.
先秦시기는 悲秋 감성의 맹아기에 해당한다. 『詩經』에서의 秋자는 많은 경우가 풍요로움의 이미지에 가깝지만 興의 기법으로 쓰이고 있는 가을 이미지는 悲秋의 출발점이 되었다. 『詩經』과 『楚辭』의 시간적 사이에 나타난 吳 땅의 동요는 悲秋 감성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동요의 특성상 단정 짓기엔 무리이다. 『楚辭』에서 屈原은 후세의 전범이 되는 悲秋 이미지를 묘사하였고 가을과 슬픔을 융화한 국면의 悲秋 감성을 내보인다. 이후 宋玉은 「九辯」에서 자신의 슬픔을 가을 이미지에 담아내었고, 또 가을에서 슬픈 뜻을 규정해냄으로써 悲秋 문학의 비조가 되었다.
漢代는 悲秋 감성의 형성기이다. 사상적으로 사계에 따른 인간의 정서가 결정되면서 悲秋 감성 형성의 기저가 제공되었고, 秋詩 분석에 의하면 일부 문인들에 의해 悲秋 감성이 확실히 인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을 이미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슬픔으로 유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悲秋 문학의 주요 주제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魏晋 南北朝 시대는 悲秋의 사회적 감성화가 이루어졌다. 魏晋 시기의 士人들은 난세를 만난 자신들의 고통을 대거 悲秋 이미지로 표출하면서 悲秋 의식을 정립하였다. 『欽定四庫全書 · 詠物詩』 秋詩 와 『古詩源』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통계에 의하면 문학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계절 중 가을이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가을 감성 중 悲秋의 비율도 8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하여 전통사상에서 가을이 분노의 감정과 대응되고 있음을 무력화시키며 가을과 슬픔을 굳게 결합시켰다. 당시 士人들이 悲秋에 기탁하였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魏晋 교체기를 살았던 阮籍은 정권 투쟁으로 얼룩진 현실을 살면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끝없는 불안과 절망감, 인생의 허무감을 담고 있다. 晋宋 교체기를 산 陶淵明은 죽음의 문제와 난세를 만나 불평했던 마음을 스스로 다스려가는 虛靜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남조에서 태어났지만 북조에 억류된 생활을 했던 庾信은 歸還 불가능성에 대한 비애와 不事二君을 저버린 儒者의 불편한 마음을 悲秋로 표현하였다. 이들의 悲秋 감성 표현 방법은 나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阮籍이 悲에 치우친 격앙된 감정을 서사적인 형태로 쏟아내면서 가을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 陶淵明은 悲와 秋의 균형 속에서 담담한 묘사를 하고 있다. 庾信의 경우는 寫景인 秋가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그 寫景 속에 강한 비감을 겹쳐내고 있어서 秋가 곧 悲라는 등가 구조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가을이 슬픔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唐代는 悲秋 시가가 深化와 創新이라는 두 방향으로 나아갔다. 본문의 분석 내용에 의하면 悲秋 감성의 비율은 魏晋 南北朝시기에 비해 약 22.% 정도 줄어들고 있지만 작품의 문학성은 뛰어나게 향상되었다. 거침없는 감정을 쏟아 붓던 前代와 다르게 시인들의 감정은 절제되어 있지만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내면을 깊이 있게 반영하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全唐詩』에는 5首 이상의 연작 秋詩 11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가을을 문학의 계절, 특히 詩의 계절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중 李白과 杜甫는 「秋浦歌」十七首와 「秋興」八首에서 登高臨水의 행위, 흰색 이미지의 이용, 시인의 시선 처리, 각종 대비적 표현과 역사적 의상 등을 운용하여 唐代 悲秋 시가의 深化된 면모를 드러내었다. 悲秋 감성의 創新이라는 차원에서는 선종과 도교의 영향 등으로 시인들이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편히 가지려 노력함으로써 가을 이미지에 마음의 안정을 구가한 閒靜의 정서와 희망적이고 역동적인 정서가 새롭게 가미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사실은 燈火可親이라는 말의 유래와 함께 가을이 문인들에게 창작의 욕구를 유발하는 문학의 계절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唐 이후의 秋詩 분석에서는 가을 감성이 비교적 투명하고 평담한 맛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情 위주의 唐代 문학이 사변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의 일면일 것이다.
이와 같은 悲秋 문학의 전통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가을을 슬픈 정서로 받아들이는데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여러 지면에서 오행사상 중 가을이 슬픔에 해당한다고 소개하여도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셋째, 悲秋 감성의 문화사적 의의이다.
悲秋는 단순히 문학의 심미적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하나의 틀을 형성한 문화적 요소였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품의 고하를 막론하고 울음을 떠날 수 없는 비극적 존재인데 悲秋는 곧 전통시대 문인들의 보편적인 울음의 한 형태였다. 悲秋는 문인들이 결코 누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실컷 울 수 있게 해 주는 문화적 장치가 되어줌으로써 오늘날까지 가을 감성의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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