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에 나타난 개체성의 미학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4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4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810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ⅱ, 153 p. : 삽화 ; 2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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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기관
본 연구는 이효석 문학에 나타난 미학적 인식을 중심으로 개체성의 미학을 독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이효석 문학의 정치적 가능성을 재고하면서, 전향으로 분절되지 않는 작가론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이효석은 향토와 성(性)의 서정성을 다룬 작가로 이해되어 왔고, 이는 시적 합일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자였음을 전제한다. 최근의 포스트 콜로니얼리즘적 연구 역시 전체성에 대한 낭만주의의 전제를 유지한다. 그러나 낭만주의 자체가 전체주의로 경도될 위험이 크다는 비판은 이효석 문학을 다른 관점에서 읽을 필요를 제기한다.
본 연구는 이효석의 문학의 본령을 “미의식”에서 찾는다. 이효석에게 문학의 목적은 “지성이 아니라 문학의 심미역”이다. 지성적 인식은 미를 올바르게 경험하지 못하게 하므로, 미학적 인식을 통해서만 인간은 온전한 개체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효석의 미의식은 서정성이나 문장미가 아니라, 지성적 인식과 대별되는 미학적/감성적(aesthetic) 인식이다. 미(감)학은 통합적 이해를 지향하는 지성적 인식과 달리 개체의 독특하고 경험적인 특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전체의 한 단위로서 대체 가능한 개별(particularity)과 달리 개체(singularity)는 전체와의 통합을 부정하고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존재이다. 본고는 이효석의 미학적 인식이 개체에 대한 사유에 의거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2장에서는 이효석의 동반자 문학이 카프 측의 관념적 계급문학과 거리를 두고 미학적 본성을 지향함을 밝힌다. 당대 매체가 식민지 지식인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의식한 신경향파적 소설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내 매체에서 개체성에 관한 시는 대조된다. 이효석은 영화감독 김유영과 함께 계급문학의 자장 내에서 활동하면서도 관념 우위의 볼셰비즘 문학론과 거리를 두었다. 이는 이효석이 인간의 미학적 본성에 주목하는 관점을 전제로 사회주의를 이해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효석의 “구라파” 표상 역시 단순한 서구 지향이라기 보다는 예술적 삶을 통해 개체의 자유를 보장 받고 있는 공간을 형상화하고자 한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3장 1절은 이효석의 동반자 소설이 미학적 환경을 구현하여 개체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획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특히 이효석의 동반자 소설이 단일한 계급적 (노동자) 주체가 아닌 다양한 타자들을 부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서사 구조 역시 계급적 각성과정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발견을 염두에 둔 감성적 인식의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프렐류드」, 「오리온과 능금」, 「주리야」의 “능금의 철학”은 관념적인 계급운동이 가진 금욕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미학적 본성을 강조한다. 북국 연작에 등장하는 소비에트 러시아 표상 역시 혁명의 공간이 아니라, 미학적 생활이 실현된 공간으로 형상화되 것이다.
3장 2절에서는 이효석 문학의 자연공간이 근대적 질서로부터 탈주한 개체가 자유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약령기」, 「수탉」, 「들」, 「소라」에서의 자연은 학교 및 사회적 질서와 대립적인 공간으로 설정되었다. 미학적인 경험을 통해 개체들은 자연의 “힘”에 대해서 경탄하고, 이를 전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미학적 공통감’을 나눔으로써 개체성은 타인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이효석 문학에서의 성은 개체를 둘러싼 금기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부조하는 하나의 창이 된다. 특히 「들」은 여성에 대한 사적 소유마저 뛰어넘는 개체의 궁극적인 자유에 대한 이효석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후 『화분』은 육체에 국한되지 않는 미학적 주체로 거듭날 때, 진정한 개체성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4장에서는 이효석이 도시문화를 전유하여 개체성을 추구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벽공무한』에서는 예술과 도시문화를 통해 개체의 자유를 주장하는 여성인물들이 남성인물들과 대립되고 있다. 이들은 도시문화와 예술에 익숙한 ‘여성 댄디’가 되어 남성에 의존하지 않는 개체적 자유를 확립하고자 한다. 이들이 결성한 여성 공동체 ‘녹성음악원’은 조선의 미학적 수준을 고취하고자 하는 미학적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4장 2절에서는 이효석이 일제말기 공적 시민과 거리를 두는 양상에 주목한다. 그는 국민문학을 표면적으로 승인하면서도, 국책문학으로서 정치적 성격을 무화시켜 세계문학의 범주로 대체하였다. 「소요」와 같은 수필 속에서 이효석은 제국이 자신의 미학적 삶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음에 대해 비판하면서 파시즘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문학”을 지향한다. 「풀잎」, 「일요일」과 같은 자전적 소설들은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시민의 사생활을 주장한다. 이 시기 작품들에서 파시즘과 거리를 두는 개체주의는 “버터”의 철학으로 집약되면서,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예수의 표상을 거부하고 개체의 자유를 옹호한다. 이효석의 자전적 인물들은 예술로써 개체적 삶의 태도를 인류적으로 확장시키겠다며, 동양주의와 같은 지방주의에 저항하고 있다. 이 시기 이효석은 제국이 타자들의 삶을 식민화하는 것을 비판한다. 「일표의 공능」은 공적인 시민 되기를 거부하고, 개체적 삶의 우위를 주장한다. 이 시기 이효석은 하얼빈 표상을 통해 제국에 의해 공적 생명을 박탈당한 개체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생명을 고수하는 양상을 그린다. 이러한 타자들은 예술을 매개로 상호 애도의 윤리를 보여준다. 「여수」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동유럽인들을 향한 애도, 『벽공무한』에서 러시아 공동묘지에서의 애도를 통한 일마의 각성은, 타자에 대한 감성적 인식을 통해 이효석이 도달한 윤리적 지평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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