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 양상과 의미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2015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5
작성언어
한국어
KDC
813.5 판사항(6)
DDC
895.732 판사항(23)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ii, 284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기형
참고문헌: p. 275-284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본고는 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 양상과 그 의미를 밝힌 글이다. 서사무가와 고전소설의 관계는 서사문학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논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고전소설과 서사무가는 변별적 장르 속성을 갖기에 이 관계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기존 논의는 대체로 서사무가 혹은 고전소설의 형성과정에만 집중되었다. 이에 양자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개별 작품들에 대한 연구만 수행되어 종합적인 연구는 오랫동안 수행되지 못 하였다. 이런 이유로 본고에서는 서사무가와 고전소설의 관계를 정리하고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고전소설을 수용하여 형성되었다고 평가되는 서사무가 작품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본고에서 다룬 작품들은 고전소설 <양산백전>과 서사무가 <문굿>, <세경본풀이>, <안락국전>과 <이공본풀이>, <당태종전>과 <세민황제본풀이>, <유충렬전>과 <충열굿>이다. 이들 자료는 고전소설의 수용을 통해 형성된 서사무가로 두 장르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용이한 자료들이다. 더욱이 이들 자료는 함경도와 제주도에서 전승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두 지역의 서사무가 전승 상의 특성도 함께 고찰할 수 있었다.
먼저 Ⅱ장에서는 고전소설 관련 서사무가 자료의 현황을 밝히고 전승 양상을 정리하였다. 이 장에서는 고전소설과 서사무가의 선본(善本)을 선택하고 이를 정리하여 비교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서사단락의 정리와 함께 고전소설과 관련 서사무가를 함께 표로 정리하여, 한 눈에 양자 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Ⅱ장에서의 작업들은 이후 논의 전개를 위한 예비적 고찰로, 자료를 정리하고 검토하여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Ⅲ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 양상을 살폈다. 이를 위해 Ⅲ장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각 작품마다 ‘서사 비교’, ‘인물 분석’, ‘제의와의 관련성’, ‘수용 원리’의 순서로 고찰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사무가가 고전소설을 수용하는 ‘원리’에 대해 정리하는 것으로 Ⅲ장을 구성하였다.
먼저 <양산백전>의 경우 다른 작품과 달리 이를 수용한 서사무가가 함경도와 제주도에서 한 작품씩 전승되고 있다. 지역적 차이가 있는 만큼 <양산백전>을 수용하는 방식 역시 차이를 보였다.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문굿>의 경우 <양산백전>의 서사를 ‘압축’과 ‘축약’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다. <문굿>이 <양산백전>을 수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주요화소 자체의 탈락’과 ‘세부 화소의 압축’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굿>은 <양산백전>을 수용하면서도 주요화소를 제의적 속성에 맞게 탈락시켜 축약하고, 세부하소를 내용 전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압축하여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제주도의 <세경본풀이>는 <양산백전>을 수용하면서도 자체 서사를 길게 ‘확장’시켜 구성하고 있다. <세경본풀이>가 <양산백전>을 수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토착 신격의 수용을 통한 인물 형상화’, ‘장편 당신화 서사의 수용’, ‘제주도 토착적 화소의 삽입’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세경본풀이>는 <양산백전>의 수용을 통해 전반부를 구성하면서도, 후반부는 제주도에서 자주 활용되는 여러 토착 신화소를 통해서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안락국전>을 수용한 서사무가로 평가받는 작품은 여러 편이 존재하지만, 그 양상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작품은 <이공본풀이>뿐이다. <신선세텬님청배>나 <악양국왕자노래>, <오구대왕풀이>의 경우 서사가 너무 짧아 영향관계를 알 수 없거나, 내용 자체에 차이가 많아 <안락국전>을 수용했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이에 <안락국전>의 영향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 작품은 <이공본풀이>에 한정된다.
<이공본풀이>가 <안락국전>을 수용하는 방식은 ‘부분 확장’을 통한 수용이다. <이공본풀이>는 <안락국전>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부분적인 확장을 통해 서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공본풀이>의 수용 원리를 정리하면, ‘토착 화소의 수용을 통한 인물 형상화’, ‘제의에 기반한 소재의 기능 확대’, ‘토착 화소의 부분적 삽입을 통한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이공본풀이>는 위의 방식을 통해 <안락국전>을 부분 확장하고 있으며, 꽃의 내력을 푸는 무가로서의 속성을 살리는 방편으로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당태종전>을 수용한 서사무가는 <세민황제본풀이>이다. <세민황제본풀이>는 <당태종전>을 수용하며 서사적 확장을 통해 새로운 내용으로 확장시키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인물을 삽입하여 일정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당태종전>과는 다른 의미 지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세민황제본풀이>의 수용 원리를 정리하자면, ‘서사의 변형을 통한 수용’, ‘인물의 확장을 통한 수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세민황제본풀이>의 경우 각편 간에 차별적인 수용 양상을 보임으로써 서사무가 내에서의 변이 과정을 추론할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유충렬전>을 수용한 서사무가는 <충열굿>이다. <충열굿>의 경우 장황한 서사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충열굿>의 수용 원리를 정리하면, ‘익숙한 인물을 대체하여 압축’, ‘반복 확장되는 내용의 단순화’, ‘화소를 분리하여 제시’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충열굿>은 이러한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유충렬전>의 내용을 적절히 압축하고 있다. 전체적인 외형은 <유충렬전>을 따르면서도 내용에 있어서는 압축과 축약의 방식을 통해 서사를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Ⅲ장에서는 각각 서사무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고전소설을 수용하고 있는지 그 양상을 밝혔다.
Ⅳ장에서는 고전소설을 수용한 서사무가의 지역적 특징에 대해 논의하였다. 고전소설을 수용한 서사무가들은 대체로 함경도와 제주도, 두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고전소설을 수용하는 방식을 통해서 함경도와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먼저 함경도는 서사무가를 수용함에 있어서 ‘압축’과 ‘축약’의 방식을 주로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함경도는 외부 서사를 수용하려는 특성이 강한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설화나 무가 등 여러 서사문학을 수용하여 무가를 구성하였고, 이와 같은 차원에서 고전소설 역시 수용하여 무가화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함경도는 이렇게 수용한 외부 서사를 단순히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과 축약의 방식을 통해 개략적인 측면을 제시하는 형태를 주로 보였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고전소설을 수용하며 토착 신화소와의 융합을 통해서 서사를 길게 확장하는 양상을 보인다. 함경도가 압축, 축약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제주도는 융합을 통한 확장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주도 서사무가의 특성은 지역적 특성과 깊게 관련된다. 우선 제주도의 서사무가는 다른 지역보다 장편인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장편화의 경향을 갖는 제주도 무가의 특성상 고전소설 수용에 있어서도 서사적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굿 자체가 매우 길게 이어진다.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굿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무가의 길이가 길어야만 했다. 때문에 고전소설의 수용에 있어서도 길게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더욱 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제주도에서는 무속문화가 융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무속문화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무가들은 자신들의 속성을 기반으로 외부의 것을 ‘제주도화’하는 방식을 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논하였다. Ⅴ장은 ‘그렇다면 왜 서사무가는 고전소설을 수용하였는가?’라는 기초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다섯 가지 배경으로 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의 이유를 정리하였다.
먼저 첫째, 소설의 ‘대중화’ 때문에 서사무가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소설은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되었고, 이러한 인기로 말미암아 서사무가에까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문자를 해독할 수 없고, 책을 사거나 빌릴 수 없는 계층의 사람들도 인기 있는 소설을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서사무가를 통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소설의 ‘흥미’ 요소 때문에 고전소설을 서사무가로 끌어들였을 수 있다. 소설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설의 흥미를 서사무가에서도 활용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굿은 제의적 성격을 갖지만, 이와 동시에 오락적 성격도 강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흥미적인 요소를 무가 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했을 것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고전소설의 서사무가로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서사적 맥락’ 때문에 서사무가로 수용될 수 있었다. 모든 고전소설이 서사무가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작품들만이 선택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들 작품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는 굿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관성이 해당 작품들을 서사무가로 재편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넷째,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한 수용이다. 고전소설을 수용하여 서사무가화 한 함경도와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외부 서사에 대한 수용성이 큰 지역이다. 때문에 여러 서사를 서사무가로 수용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고전소설 역시 함께 수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함경도와 제주도는 외부 서사에 대한 수요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전소설이 유통되기에는 어려운 지역적 환경을 갖고 있다. 이에 굿을 위해 여러 곳을 이동하는 무당들에 의해 고전소설이 무가화되어 유통되고, 전승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다섯째, ‘지식을 갖춘 남무’에 의한 수용이다. 대체로 굿에서 사설을 만들고 정리하는 역할은 남무들이 담당한다. 그런데 함경도와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남무들의 역할이 큰 지역이다. 남무가 직접 굿을 집전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책을 읽고 쓸 수 있는 지식을 갖춘 남무들이 굿을 직접 주도함으로써 서책에 담긴 서사를 수용할 수 있었고, 고전소설 역시 이 과정에서 무가 속으로 편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서사무가로 편입된 고전소설들은 ‘다양한 매체나 장르’로 전승되었다는 공통된 특성을 갖는다. 즉, 유사한 서사가 다양한 매체나 장르로 전승되었고, 이런 이유로 서사무가로 편입되었을 가능성이 다른 작품들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함경도와 제주도가 여러 장르의 서사를 수용하여 무가를 형성한 특성을 갖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매체로 전승된다는 특성은 더욱이 고전소설을 수용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형성된 서사무가가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무당들은 고전소설의 수용을 통해 서사무가와 굿거리의 ‘다양화’를 꾀했다. 다양한 서사무가의 구연을 통해 관중들의 흥미를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사성이 높은 고전소설은 무당들에게 ‘창작의 편의성’을 담보하는 것이었다. 그 자체로 서사무가 대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서사무가의 경우 기존의 무가와는 다른 미감을 갖기 때문에 관중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 올 수 있다. 이전까지의 서사무가가 대체로 설화 등을 수용한 것에 비한다면 새로운 이야기의 서사무가들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렇게 고전소설이 활용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소설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인기로 인해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필요가 무당에게는 있었고, 당연하게 고전소설을 활용하여 서사무가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고전소설을 수용하는 것은 무당들에게 일종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전소설 수용 서사무가의 수용양상과 지역적 특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기존 논의에서 고전소설과 서사무가의 관련성에 대해 논하며 형성과정을 고구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였다면, 본고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통해 서사무가의 고전소설 수용의 의미를 논하고자 하였다. 이런 시각에서 논의가 출발하다 보니 보다 명확하게 수용 양상을 밝힐 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지역적인 수용 원리의 차이와 특성까지 다룰 수 있었다. 본 연구가 고전소설과 서사무가의 장르적 교섭에 대한 의미를 밝히고, 함경도와 제주도의 서사무가 전승양상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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