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로서 야생동물의 남획, 보호, 활용 :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시의 에조시카를 중심으로 = Overexploitation, Protection and Utilization of Wild Animals as the Commons: Focused on Yezo-deer in Kushiro-city, Hokkaido
본 연구는 공유재로서 야생동물의 남획, 보호 및 활용 과정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야생동물이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개체수의 급변화가 일어나는 과정과 정부나 단체 또는 민간의 대응 행위에 작동되는 배경을 홋카이도 동부지역의 쿠시로시를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쿠시로시의 현상을 공유재의 관리와 유지에 대한 관점에서 이해할 목적으로 오스트롬의 분석틀인 “지속가능한 자발적 자치적 공유자원의 체계에 대한 분석틀”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여기에 아이누 지역으로 와진의 진출에 따른 문제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적인 특성과 역사적인 과정도 주목해서 다뤘다.
홋카이도 선주민족인 아이누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야생동물을 이용하였는데, 그 중 초식동물인 에조시카는 쉽게 포획되고 개체증식율도 높아 생활의 여러 방면에 활용되었다. 당시 아이누들에게 에조시카의 이미지는 ‘신이 주신 선물’로서, 인간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면서도 신격화가 되지 못하고 단지 인간에게 쓰임을 받는 야생동물로 인식되었다.
14〜15세기부터 아이누들은 소규모였지만 와진(Whajin=Japanese)이나 주변국들과 교역을 하면서 에조시카를 교역품으로 이용하였다. 일상에서 사용하고 남은 가죽을 주 공급물로 제공하면서 에조치에서 구할 수 없었던 곡류나 의류, 도자기류 등의 외부 생필품과 교환하였다. 이때부터 에조시카를 점점 경제적인 가치를 알아차리기 시작하였고, 주요 ‘재화’ 혹은 ‘교환물’로 이용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소비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교역의 영향으로 에조시카의 개체수가 급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1869년부터 혼슈의 와진들이 에조치(Ezo)에 들어온 후 ‘홋카이도’라는 행정단위로 이곳을 지배하게 되면서, 야생동물의 관리가 민간 교역단위에서 정부와 홋카이도청의 행정단위가 들어간 이중체계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단기간이었지만 털가죽과 고기를 중심으로 외화벌이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러한 과거의 사실들은 현대에 에조시카 활용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담론으로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화 추진과정에서 에조시카의 가치가 상승되면서 민간인과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남획을 시작하였다. 더욱이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구조가 농업 중심으로 변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갈수록 축소되었다. 여기에 폭설과 한파 등의 자연재해까지 발생하여 에조시카의 숫자는 급감하고 말았다. 결국 1920년대에 멸종위기까지 왔는데, 이것은 사용자(U: users)와 거버넌스 체계(GS: governance system)가 중심이 되어 만든 첫 번째 ‘공유재의 비극’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30년 이상 보호정책을 지속하였으며, 그 기간 동안 환경적, 사회 문화적인 상황들도 호전되어 에조시카 개체수는 급증하였다. 여기에 천적인 늑대가 인간에 의하여 멸종되면서 에조시카는 도서 전체로 확산되었다. 개체수가 증가한 만큼 먹이를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는 수도 증가하게 되었는데, 농작물의 피해, 로드킬, JR열차 사고, 주거지 침범(어번디어) 등 여러 형태의 문제점들이 매년 증가하였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에조시카가 유해야생동물로 취급되어 유해구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이 두 번째 ‘공유재의 비극’이다. 이번에는 주민 생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소비를 강요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야생동물을 조절하는 동기로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항으로 이해된다.
공유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에조시카의 두 번에 거친 비극적인 상황은 개인 혹은 단체의 이익 극대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주민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반대로 ‘에조시카의 멸종위기’ 혹은 ‘경제적인 피해’를 야기시켰다. 그래서 현재에도 정부와 지차체는 공유재(에조시카)의 관리와 유지를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해결 방안으로 홋카이도에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에조시카를 관리하고 있다. 첫째, 생태적인 연구를 통하여 습성을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개체수 감소를 위한 구제방식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방안으로 판단하여 장려금까지 지급하면서 육성시키고 있다. 셋째, 포획된 에조시카의 사체처리 및 포획의 동기 부여를 위하여 유효활용정책을 육성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측면의 대안은 일본정부와 홋카이도, 지자체 및 연구단체, 사업자 및 시민들의 지원과 협력으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즉 현대로 들어오면서 공유재의 보호 관리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계획되고 있으며 관련 지역민 모두의 협력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다.
특히 홋카이도의 동부지역은 예로부터 에조시카의 개체수 피해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그래서 2006년도에 처음으로 ‘에조시카 피해방지대책’을 마련하였고 지금도 구제정책과 유효활용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재 에조시카의 활용정책은 식육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쿠시로시에서는 피해를 주고 있는 에조시카를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공유재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공유재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리고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자들은 에조시카도 가축종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축과 동일한 법률 및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규칙과 법률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면허를 통하여 사용자를 구분하고 무임승차를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에조시카의 사냥이나 식육 사업, 공예품 제작 등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이제는 유해동물이었던 에조시카가 공유자원으로 재인식되는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
오스트롬의 분석틀을 중심으로 에조시카의 사례를 살펴볼 때, 메이지시대 이전까지는 자원 단위(RU: resource units)와 자원 체계(RS: resource system)에 영향을 받다가 일본 정부가 관리하게 되면서 거버넌스 체계와 사용자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공유재라고 표현하지 않고 활용하였을 때에는 공유재의 활동 영역이 중심이 되었지만 인식이 전환되면서 인간 중심의 제도와 규칙들이 만들어지고, 복잡한 관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거버넌스 체계는 사용자들의 활동과 이익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공유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
한편 홋카이도의 사례는 오스트롬의 분석틀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민족과 역사의 문제가 다양한 담론으로 깊게 개입되어 있다. 즉 공유재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제 사상뿐만 아니라 민족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특히 민족 간의 문제는 홋카이도의 지역적 특이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에조시카처럼 다시 공유자원으로 활용할 경우 과거의 이용 형태와 이미지가 현재의 활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유재의 관리와 유지에 있어서 “그 대상물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과거의 인식”이 현재의 접근방법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유해야생동물의 해결 방안으로 시도하고 있는, “사냥하여 잡아먹었던 과거로의 회귀”라는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효과를 낼수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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