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상담자의 조기종결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2015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 (박사) --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 아동복지학과 아동심리치료전공 , 2015.8
발행연도
2015
작성언어
한국어
DDC
362.7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narrative inquiry on the premature termination experience of child counselors
형태사항
ix, 190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광웅
참고문헌: p. 167-178
소장기관
아동상담자는 ‘아동과 가족’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관계를 맺고 그들을 돕는다. 상담에서는 ‘아동과 가족’이 지금까지 나눴던 관계방식과는 다르게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조건 없이 수용하고, 그들을 무한한 가능태(dynamis)의 존재자로 여기며’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아동뿐 아니라 부모와도 좋은 관계를 나눠야 되는 아동상담의 구조는 상담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아동이나 부모와 상담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면 상담의 만족도가 떨어져 결국 합의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조기종결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아동상담자가 초보자에서 숙련자로 발달하면서 경험한 ‘조기종결 상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조기종결 경험에 대해 어떠한 이해를 했는지, 조기종결 상담에서 무엇을 반성하고 깨닫게 되었는지, 조기종결 상담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연구자는 상담자들의 이야기에 담긴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인간 경험을 탐구하는 데 적합한 ‘내러티브관점’을 연구방법으로 선택하였다. 그런 다음 4명의 아동상담자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여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상담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상담자로서 경험한 수많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상담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는 자료를 전사하여 반복해서 읽으면서 내러티브를 분석하였고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의미를 그들의 목소리로 말하고 연구자의 관점으로 다시 말하여 연구결과로 정리하였다.
첫 번째 결과에서는 아동상담자들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저마다의 내러티브를 알고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상담자들의 개인적인 삶의 양태를 담고, 조기종결 상담 경험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상담자들은 초보자시절에 상담과정의 실수와 실패로 인해 심리적인 어려움과 무능을 경험했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담슈퍼비전을 받고, 동료와 토론하고, 상담일지를 집으로 들고 가면서 고민하는 등 많은 노력을 지속하였다. 숙련자가 된 다음에는 조기종결 사례가 현저하게 줄었고 객관적으로 상담과정과 종결의 이유를 분석하여 사례를 마무리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조기종결에 대한 상심이 있었음을 드러내었다. 상담자들은 조기종결 경험을 통해 상담자가 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상담 관계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결과는, 아동상담자로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조기종결의 요인과 그 의미의 변화 과정을 총 7가지로 정리하였다. 그 결과를 첫째, ‘무엇이 문제인가?: 나로 회귀되는 의심’, 둘째, ‘정당한 부족함 벗어나기’, 셋째, ‘지금-여기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넷째,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어머니 상담’, 다섯째, ‘매너리즘으로 흔들리는 위상’, 여섯째, ‘무엇을 잃어버렸나?: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옛 기억’,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조건적인 담아주기의 실천’으로 분석했다.
두 번째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초보상담자들은 조기종결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그 이유를 상담자의 부족한 자질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상담에서 잦은 실패로 인해 과거에 경험했던 실패의 정서가 떠올랐지만 그 상처를 돌보지 못했다. 2) 상담자들은 조기종결로 인한 창피함과 상심에 ‘초보자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다짐하며 견뎠다. 그 ‘정당한 부족함’을 ‘유능함’로 바꾸기 위하여 슈퍼비전, 상담 워크숍, 사례회의, 공부를 하며 점차 실수를 줄여나갔고 아동들의 변화에 기뻐했다. 3) 상담자들은 발달장애 아동들을 만날 때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성장의 한계로 인해 좌절하였다. 또한 아동의 환경이 열악한 경우, 보호자의 좋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비용 때문에 상담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게 생각했다. 상담자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 아동들을 상담하며 심리적 소진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발달장애나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동들에게 성장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변화를 평가하지 않고 아동들의 관점으로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상담자들은 ‘지금-여기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작은 변화를 알아보고 감동하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4) ‘어머니 상담’에 대한 부담은 초보자 때부터 계속되었는데 상담자들은 어머니들의 예의 없는 조기종결방식으로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어머니 상담을 기피하기도 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5) 상담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나니 상담사례가 늘어 쉴 틈 없이 일하게 됐다. 일상에서도 결혼과 출산, 양육 등 가족을 돌보고 강의나 저술활동을 하였다. 다양한 역할로 인해 지치다보니 좋아했던 일이 예전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상담자들은 심리적으로 소진되다보니 상담자로서의 만족감이 떨어지고 효율적으로 상담에 집중하지 못하여 조기종결을 경험하기도 했다. 상담자들은 지금까지 쌓아 온 자신의 위상이 ‘매너리즘’으로 흔들리는 위기를 겪었다. 6) 상담자들은 조기종결 소식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과정에 자신의 성격특성과 아동기의 상처가 담겨있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옛 기억’에 담긴 부정적인 정서를 마주하며 초보자 때 다루지 못했던 개인적인 상처를 돌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상담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무엇을 잃어버렸나’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7) 상담자들은 조기종결 경험을 ‘무조건 담아주기’를 실천하는 기회로 여겼다. 내담자의 문제와 상담자인 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종결로 상담관계가 깨지더라도 내담자와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신뢰하고자 했다. 이는 ‘충분히-좋은 나, 상담자’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처럼 상담자들은 초보자에서 숙련자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늘 또한 삶의 일부가 되었음을 통찰하였다.
연구자는 상담자들의 이야기와 조기종결 경험의 의미에 담긴 내러티브를 해석하여 ‘상담자 경험’과 ‘삶의 경험’, 두 갈래의 길에 ‘조기종결 경험’을 축으로 변화의 맥락이 순환되는 구조를 발견하였다. 우선, ‘삶의 경험’은 조기종결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동상담자는 아동-어머니의 관계를 지탱하는 균형 있는 삼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상담자들은 둘 중 한쪽 편에 서는 ‘역전이 감정’을 경험했는데 ‘역전이’는 내담자의 ‘전이’로 빚어지므로 이를 상담자가 인식하고 과거 경험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상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상담자들은 상담관계에서 ‘자신의 힘’을 확인하였다. ‘도움을 주려는 힘’을 추구하는 것은 상담자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상담의 성과가 상담자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그 힘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내담자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잘못된 힘’으로 발휘될 수 있다. 또한 상담자들은 조기 종결된 상담이라도 성과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의 노력이 좌절로 이어지면서 ‘힘’을 잃었다고 여겼다. 상담자들은 자신이 상담에서 추구하는 ‘힘’에 대해 통찰하여 상담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조기종결 경험이 상담자의 삶에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됐음을 확인하였다. 상담자들은 ‘실패가 단지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은 내담자의 실수에서도 좋은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읽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조기종결로 빚어진 부정적인 정서의 통증을 겪었지만 상담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였다. 흔한 금속인 납, 철을 정제하여 수은을 만드는 연금술처럼 조기종결경험은 상담자들의 부족함을 녹이고 정제하는 기회가 되었다. 상담자들은 상담관계에서 파생된 실수와 성공, 내담자의 부족함과 성장을 한 덩어리로 뭉쳐서 자신과 내담자에 대한 불신과 원망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연마와 정제를 거쳐 성장과 실패를 분리하고 모두를 수용하는 ‘새로운 나’가 되는 ‘변환’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마지막 발견은 ‘이상적인 상담자의 상’을 목표로 달려온 노력, 이면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초보자 때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이들은 유능한 상담자가 되고자 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숙련 상담자가 되었고 자신의 부족한 모습은 ‘유능함’의 뒤에 감추었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상담에서 상담자들은 매너리즘을 느꼈고 조기종결은 다시 이슈가 되었다. 기관의 장, 인정받는 상담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실패를 드러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상담에서와 일상의 삶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신의 양면성을 직시하였다. 내담아동의 어머니들에게 좋은 역할을 주문하고 격려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서 그런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이들은 혼란과 갈등 속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상담자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것은 ‘담아주고 비춰주는 상담자’였다. 초심을 다시 돌아보며 ‘다른 누구’가 되겠다는 욕구를 반성하고 ‘진정한 나’로 내담자와 관계를 맺겠다는 결심을 했다. 상담과 일상이 구분되고 차단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담경험이 삶의 일부임을 바라보며 통합적으로 삶을 재구성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상담자들이 조기종결을 경험하면서 절망과 성장의 극단을 오가는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듣고 그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네 명의 상담자와 연구자가 서로의 삶의 전경을 나누며 함께 빚은 내러티브가 다른 상담자의 이해로 이어져, 관계 속에서 겪는 수많은 사건들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생성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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