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에 대한 조선인의 대응
이 글의 목적은 관동대학살에 대한 조선인들의 대응 방식을 밝히고 그 성격을 규명하는데 있다. 관동대학살이란 1923년 9월 1일 발생한 대지진과 이후 조선인에 대한 학살을 총칭한다.
관련된 선행 연구는 관동대학살 이후 결성된 조선인들의 단체를 분석하여 활동방식, 활동의 결과물을 밝혀냈다. 그러나 조선 사회 일반에 이 사건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조선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개입하고자 하였는지, 그 유형과 성격은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관동대학살에 관한 소식은 시차를 두고 조선인에게 전해졌다. 초기에는 식민권력의 언론통제로 인해 재난에 관한 보도가 주를 이루었다. 때문에 조선인들의 반응 역시 재난에 해당하는 반응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9월 5일 이후 ‘조선인 폭동설’, 조선인 학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건에 대한 반응 역시 ‘재난 문제’가 아닌 ‘민족 문제’로 변화하였다.
사건 직후 조선에서는 조선총독부의 관여 하에 구호활동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조선인 학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구호대상을 놓고 두 가지 의견이 대립되었다.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하지 않고 구호해야 한다는 ‘포괄적 구호’, 조선인을 우선적으로 구호해야 한다는 ‘조선인 구호’가 그것이었다. 전자를 대표하는 조선인의 구호단체는 ‘의연금모금조성회’, 후자를 대표하는 조선인의 구호단체는 ‘동경지방이재조선인구제회’였다.
이들 각 집단은 사건을 달리 인식했다. ‘포괄적 구호’를 주장했던 집단은 이 사건을 재난의 관점으로서 해석하며, 인류애적 심상으로 구호에 나서길 촉구했다. 반면 ‘조선인 구호’를 주장했던 집단은 이 사건을 민족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동포애적 심상을 강조하였다. 그에 따라 각 단체의 활동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전자의 경우 총독부 주도의 구호사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반면, 후자의 경우 조선인 본위의 구호사업 뿐만 아니라 지진 피해지역 내 조선인들에 대한 조사활동을 병행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조선인 학살 소식이 조선 전역에 퍼지면서 민족적 갈등과 긴장 관계가 고조되자, 조선총독부는 구제회를 사실상 ‘해산’시키면서 조선인 학살 문제에 대한 개입을 ‘차단’시켰다.
한편 일본에서는 1923년 10월에 ‘재동경이재조선동포위문반’이 결성되어 구호와 조사활동을 전개하였다. 이 단체는 조선인을 ‘위문(慰問)’한다는 구호단체로서의 성격을 가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조선인 학살 사실을 조사하고자 한 조사단체로서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구호활동은 일본정부와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반면, 조사활동은 일본 국가와 민중의 조직적인 감시와 은폐로 인해 제약을 받았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문반은 이 사건이 ‘조선인 학살’ 사건임을 밝히고, 그 책임이 일본 국가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특히 위문반은 학살의 원인으로서 ‘유언비어’의 생성과 유포를 지목하고, 그 과정에서 일본 국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파악하였다. 때문에 조선인 학살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 정부에 대한 사과요구, 법적 보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대응운동을 벌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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