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의 내재적 신성 연구 : 살아남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9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 2019. 2
발행연도
2019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810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f Immanent Divinity in Kim Jong-Sam’s Poetry : Focusing on surviving image
형태사항
v, 300 p. ; 26 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수록
UCI식별코드
I804:11032-000000154455
소장기관
본 논문의 목표는 김종삼 시의 살아남는 이미지가 내재적 신성을 상기시키고 있음을 해명하는 데 있다. 기존 연구는 대체로 김종삼의 시 세계가 현실 부정과 초월 지향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같은 서구의 수직적 이원론을 표현한다고 논의해왔다. 하지만 김종삼의 시는 한국의 정신적 전통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이는 민족의 원천적 신성을 가시화하고(2장), 그 신성을 피억압 민중의 마음속으로부터 상기시킴으로써(3장), 전쟁과 파시즘의 논리에 대항하는(4장) 일련의 과정에 해당한다.
김종삼은 자신의 시 쓰기에서 중요한 요소가 이미지라고 언급했다. 김종삼 시의 이미지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이미지 철학을 통해 효과적으로 고찰될 수 있다.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가 운동이라고 사유했다. 첫째로 이미지는 비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운동이다. 이미지는 신성과 닮지 않은 것을 통해 신성과의 닮음(imago Dei)을 역동적으로 가시화하며 상기시키는 우회로이며, 그러므로 초월성과 내재성의 변증법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이미지는 위기와 잠재적 기억 사이의 운동이다. 이미지의 살아남음은 민중종교 등의 문화적 지층 아래에 잠재되어 있는 집단적‧무의식적 기억이 전쟁이나 파시즘과 같은 역사적 위기 속에서 이미지를 통해 용암처럼 분출됨을 뜻한다.
본 논문의 2장은 1950년대 김종삼 시편에 나타난 이미지들이 전쟁으로 훼손된 인간의 영혼 속에 신성이 내재함을 표현한다고 본다. 또한 김종삼 시의 이미지들 속에서 폭력적 역사의 종결과 내재적 신성의 회복에 관한 희망이 나타나고 있음을 해명한다. 고향을 상실한 월남 문인 김종삼의 시는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신성으로서의 근원적인 고향을 시로써 희구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1950년대 문학이 전후의 허무‧불안‧죽음 의식에 국한된다는 기존의 연구 시각을 수정해준다.
김종삼의 1950년대 시편에 나타난 역사의 이미지들은 종말론적이면서 순환적인 역사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시 개벽이라는 동학 고유의 역사철학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김종삼 시에 나타난 다시 개벽의 이미지는 신성에 근거한 민족적 원천이 상기됨으로써, 전쟁과 갈등을 되풀이해온 역사가 사랑의 역사로 전환되는 순간을 표현한다. 민족적 원천으로서의 신성은 비가시적인 신성과 가시적인 현실 사이의 운동을 일으키는 장소로서의 이미지에 의해 상기된다. 이와 같이 독특한 김종삼 시의 이미지 활용 방식은 에즈라 파운드나 T. E. 흄의 이미지 개념, 그리고 서구 중세철학의 주해(exegesis) 전통과 관련된다. 또한 김종삼 시의 이미지에는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하는 시간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간교란은 희생된 인간에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내재적 신성이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가시화한다.
본고의 3장은 김종삼의 시 세계가 1960년 4월 혁명을 계기로 오르페우스적 참여를 모색함으로써, 여성의 시야를 통해 어린이와 약소민족의 이미지를 포착했다고 본다. 이는 억압된 민중의 신성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순수/참여의 이분법을 넘어선 1960년대 김종삼 시의 독특한 시적 참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김종삼 시에 나타난 여성‧어린이‧약소민족 이미지는 동학의 평등주의적 윤리학 및 정치학과 공통점을 지닌다. 이처럼 김종삼 시는 억압되고 망각된 인간 신성의 회복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이라는 사유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성취한다.
김종삼의 1960년대 시편은 말라르메와 사르트르가 공통적으로 전제했던 ‘시=순수/산문=참여’의 이분법을 해체시킴으로써 제3의 시적 참여 방식을 모색했다. 김종삼 시의 오르페우스적 참여는 인간에게 내재된 신성의 상기를 통해 신과 인간의 이원론에 근거한 개인주의를 초극한다는 점에서, 김종삼이 참조했던 롤랑 드 르네빌의 신비주의적 오르페우스 개념과 공명한다. 이러한 오르페우스적 참여는 부분과 전체, 주변과 중심의 위계를 무화하며 보편적 신성을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시야로 구체화된다. 또한 오르페우스적 이미지로서의 어린이 이미지는 갈등의 논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죄 없는 인간의 희생을 양산해온 성인 중심의 역사에 생명의 운동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김종삼의 1960년대 시편은 비슷한 시기의 최인훈‧신동엽과 같이, 제국주의 파시즘의 지속적 억압 속에서도 민족적 원천으로서의 신성을 보존하는 약소민족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김종삼의 시 세계는 정치경제학적 담론에 근거해 있는 제3세계론과 달리, 신성에 기초한 제3세계적 사유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본 논문의 4장은 김종삼의 1970년대 이후 시편이 문명의 위기를 진단하고, 시인과 민중의 마음에 내재해 있는 우주적 신성을 가시화함으로써 위기의 근본적 초극을 모색했다고 본다. 이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명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파시즘과 전쟁의 논리에 대항했던 월남문학의 성취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종삼 시에 나타난 민중 이미지들은 소극적‧부정적 의미로 한정되는 소시민 개념이나 획일적‧긍정적 의미로 환원되는 민중문학담론의 민중 개념과 변별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김종삼의 1970년대 이후 시편은 아인슈타인의 사유를 호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과 같은 문명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위기로부터 초극하여 궁극적 평화를 구현하는 방편으로서 우주적 신성과의 합일을 제시했다. 때문에 김종삼의 시 세계는 개인적‧지성적 정신을 옹호했던 발레리의 강연문 「정신의 정치학」을 비판하면서, 우주적 신성이 인간의 마음을 통해 내재화‧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는 릴케의 사유와 공명했다. 1970년대 시편에 나타나는 파동과 꿈나라의 이미지들은 인간의 고통과 연대하면서 예술적 창조성을 실현시켰던 시인의 정신이 마음속에 살아남아 있음을 표현한다. 이는 스베덴보리의 신비주의에 따라서 죽은 자들과의 영적인 우정을 강조했던 헬렌 켈러의 종교관과 연관성을 지닌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민중 개념과 연관된 김종삼 시의 민중 이미지들은 아무리 취약하더라도 결코 파괴되지 않는 인간성과 생명력을 표현함으로써, 민중을 획일화하는 파시즘의 논리에 균열을 가한다. 그리하여 김종삼의 시는 민중이 곧 시인이라는 사유에 도달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월남문학의 성취를 조명하고, 기존 시론의 이미지 개념을 갱신하며, 한국문학사 연구 방법의 새로운 모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지닌다.
This research attempts to interpret the surviving image in Kim Jong-Sam’s poetry served as a dynamic reminder of immanent divinity. Existing researches have broadly discussed that Kim Jong-Sam’s poetry expresses the vertical dualism stem from the Western world, focusing on the Christianity view of world that emphasizes denial of reality and transcendence to heaven. Notwithstanding, Kim Jong-Sam’s poetry visualizes the original divinity of the Korean nationality (Chapter 2), reminds the divinity to oppressed people (Chapter 3) and counteracts the mechanism of war and fascism (Chapter 4). Particularly, the image of Kim Jong-Sam’s poetry can be contemplated with Georges Didi-Huberman’s idea “Survival (Nachleben)”.
Images of history in 1950s Kim Jong-Sam’s poetry have similarities with the thought of Gaebyeok (開闢), which is a history-philosophy of Donghak (東學), since the images are correlated with the apocalyptic/circular viewpoint of the history. The images of Gaebyeok in his poetry remind the ethnic origin based on the divinity, expressing the precise moment when repetitive war and conflict reverses to love and peace. Divinity as a national origin is recollected by the image of the place where the transition between invisible divinity and visible reality operates. This particular usage of images is related to the concepts of image expressed in Anglo-Saxon modernist poetics and the tradition of exegesis in Western medieval philosophy. Furthermore, the images in Kim Jong-Sam’s poetry reveal the temporality that depicts past and future simultaneously in the present. This anachronism reminds the memories of sacrificed human beings and at the same time, visualizes the hope for restoration of immanent divinity.
By deconstructing the prevalent dichotomy that understands poetry as pure literature and prose as engagement literature, which was the shared prerequisite of Mallarmé and Sartre, Kim Jong-Sam’s poetry in 1960s sought a third way of engagement. The Orphic engagement of Kim Jong-Sam’s poetry resonates with the mysticism of Orphic religion in Rolland de Renéville’s poetic criticism, which is overcoming the individualism based on the duality of divinity and humanity. This Orphic engagement emasculates the hierarchy of the center and the periphery, materializing the feminist vision of the divinity. Besides, the images of children as Orpheus images infuse the movement of life into an adult-centered history which has focused on the logic of conflict and produced repetitively sacrifice of innocent human beings. Furthermore, Kim Jong-Sam’s poetry in 1960s presents images of small power nations preserving the divinity as an ethnic origin standing up to constant oppression of imperialism and fascism.
After 1970s, Kim Jong-Sam’s poetry referred Einstein’s idea to diagnose the crisis of civilization, such as the development of nuclear weapons. He proposed unity with cosmic divinity as an attempt to realize ultimate peace in the crisis. In this context, Kim Jong-Sam’s poetry criticized Valéry, who defended the individual and intellectual spirit, rather agreed with Rilke’s thought that cosmic divinity could be internalized and visualized through the human spirit. The images of waves and dreams in his 1970s works express the deceased poet’s undead spirits, which have achieved an artistic creativity through adhering with suffering human. This relates with the religious view of Helen Keller, according to the mysticism of Swedenborg, emphasizing spiritual friendship with the departed. Lastly, images of people in his poetry correspond with Dostoevsky’s concept of people, describing indestructible humanity and vitality counteracting the logic of fascism. Consequently, Kim Jong-Sam’s poetry reaches the thought that the people are po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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