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죽금보』 각(脚)을 통해 본 가곡 농 · 낙의 특징 = The Characteristics of the Nong and Nak Types of Gagok Examined through Gak in Samjuk Geumbo
본 연구는 『삼죽금보』의 ‘각’을 통해 현행 가곡의 사설붙임새를 고찰하여 소가곡 농 · 낙의 특징을 찾고자 함이 목적이다.
먼저 ‘각’에 대해 처음으로 초개하고 있는 금보는 『소영집성』 (1822)으로 ‘각 선율’은 보이지 않지만 ‘각’에 대해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어, 19세기 초 농 · 낙에서 ‘각’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에 오면 악곡에 따라 ‘각’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각표’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각표’는 『서금가곡』과 『학포금보』에서 보인다. 이 ‘각표’를 통해 당시 얼마나 많은 농․낙이 연창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각’의 선율을 최초로 보이는 금보는 19세기 전반 금보로 추정되는 『금보(소창본)』이다. 이 금보에는 현행 <편락>과 같은 체계인 <우조엇편락> ‘나무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선율을 통해 ‘각 선율’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개별 악곡에 수록된 ‘각 선율’은 19세기 후반의 금보인 『휘금가곡보』, 『학포금보』, 『방산한씨금보』 등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각’을 악곡 안에서 직접 보여주는 경우와 더불어 활용이 가능한 ‘각 선율’을 기보해 준 금보로는 『삼죽금보』와 『우헌금보』가 있다. 이 중 『삼죽금보』에는 <농>, <우조낙시조>, <편락>, <편삭대엽> 네 곡의 3장에 ‘각 선율’을 기보하고 있는데, 굵은 묵선을 통한 기보 방법 또한 모두 동일하다. 또한 이 ‘각’에 대한 해설도 주로 써주고 있어 ‘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각’ 선율을 모아 놓은 『삼죽금보』에 수록된 ‘각 선율’에 대해 기존의 ‘각’에 대한 해석을 다시 고찰해 보고, 그 중 <농> 3장 ‘각 선율’을 분석하여 그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삼죽금보』의 ‘각’에는 ‘전각’과 ‘반각’을 사용하여 ‘각 선율’을 표시하고 있다. 이 중 ‘반각’의 장단법이 현행에 사용된 ‘반각’의 장단법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즉 『삼죽금보』에서는 전반부 8박에 ‘반각’을 사용하여 첫 시작에 합장단인 ‘덩’을 사용한 반면, 현행에서는 후반부 8박에 ‘반각’을 사용하여 첫 시작에 ‘쿵’을 사용한다. 그런데 <농>은 ‘전반부 반각’만을 사용하고 있지만, <편삭대엽>의 3장 ‘각 선율’을 살펴보면 ‘전반부 반각’과 ‘후반부 반각’이 모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행은 ‘후반부 반각’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삼죽금보』 <농> 3장 14개의 ‘각 선율’은 ‘전각 선율’이든 ‘반각 선율’이든 어느 선율이라도 ‘일각 선율’로 사용될 수 있었으며, 이 ‘각 선율’은 어느 선율이든 중복되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 『삼죽금보』 소재 ‘각 선율’은 ‘각편 선율’로 보아서는 안 되며, 이 선율은 사설이 늘어날 때 사용되는 ‘각 선율’을 모아 놓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삼죽금보』의 ‘각’을 통해 현재 전승되는 가곡의 사설붙임새를 분석해 보았다. 사설을 배치하는 원리로는 ‘전각법’과 ‘반각법’이 있다. ‘전각법’은 한 장단인 ‘전각’ 안에 한 음보나 두 음보를 분할하여 배치하는 방법이고, ‘반각법’은 반 장단인 ‘반각’ 안에 한 음보나 두 음보를 분할하지 않고 모두 배치하는 방법이다. ‘본가곡’인 <초삭대엽>부터 <삼삭대엽>까지는 ‘전각법’의 원칙과 규칙을 가지고 모두 같은 원리에 의해 배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용>은 초장, 2장, 3장, 5장 등에서 음보가 늘어나고 있으며 ‘반각법’이 사용되어, ‘본가곡 형태’이나 ‘본가곡 형식’의 원리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렇게 ‘각’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사설의 자수가 늘어 날 때는 초장과 2장에서 음보를 늘리거나, ‘반각법’을 사용하게 된다. 농 · 낙은 모두 이러한 원리에 의해 ‘각’을 늘리지 않고도 사설을 늘릴 수 있는 악곡이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초삭대엽>부터 <삼삭대엽>의 자수를 살핀 결과 55자이내의 12음보로 된 형식의 시조시를 단형시조로 보고자하며, ‘각’을 늘리지 않고 사설을 늘릴 경우 최대 80자 이내의 자수까지 사설을 배치할 수 있었는데, 단형시조보다 음보가 늘어나며 최대 80자이내의 사설을 부르는 형태의 경우를 중형시조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중형시조는 두 가지 형식이 모두 가능하다. 즉 ‘본가곡 형태’의 초장과 2장에서 음보를 늘리거나 ‘반각법’을 사용하여 사설을 늘리는 방법과, ‘각’을 늘려 사설을 늘리는 방법이다. 따라서 ‘각’을 늘리더라도 중형시조가 되려면 사설의 자수에 제한적인 면이 있다. 그에 비해 자유자재로 ‘각’을 늘리며 사설의 자수도 80자를 넘어가는 시조를 장형시조로 분류하였다.
장형시조의 경우 대부분 80자 이상 110자 이내의 사설들이 사용되었다. <우롱>과 <계락>을 제외한 모든 농과 낙에 장형시조가 사용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평롱>에 179자의 장형시조가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농은 ‘각’을 늘리는 주도적인 악곡이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이상과 같이 ‘전각법’과 ‘반각법’의 의미를 통해 분명하게 밝혀진 ‘각’을 통해 농 · 낙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미를 좀 더 면밀히 살피고자 농과 낙의 출현 및 전승 양상을 보이는 가집을 중심으로 ‘각’과 관련하여 살펴보았다.
최고(最古)의 가집인 『청구영언(김천택편)』(1728)에는 ‘낙시조’와 ‘만횡청류’란 명칭으로 농 · 낙이 등장한다. 여기서 ‘만횡청류’앞에 ‘낙시조’가 따로 배치된 이유는 ‘낙시조’가 <소용>과 같이 ‘각’을 활용하지 않고 사설을 늘리는 악곡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18세기 초 · 중반의 가집을 통해서는 ‘낙시조’를 ‘삼삭대엽’ 다음에 배치하거나 ‘삼삭대엽’ 안에 함께 ‘병초’하는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만횡청류’는 ‘만횡’과 ‘청’의 악곡을 모아놓은 악곡으로 ‘만횡’은 ‘농’을 뜻한다. 여기서 ‘만(蔓)’은 ‘덩굴 만’으로 ‘덩굴’이란 길게 뻗어 나가는 식물의 줄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만(蔓)’의 뜻은 ‘퍼지다’, ‘뻗다’, ‘감다’의 뜻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각’이 계속 늘어나 뻗어나가는 모양을 표현한 말로 보인다. ‘횡(橫)’ 또한 ‘섞이다’, ‘뒤엉키다’의 뜻이 있지만 오히려 ‘제멋대로 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이것은 ‘농(弄)’의 뜻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농(弄)’ 또한 일반적으로 ‘희롱하다’나 ‘흥에 겨워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농(弄)’의 다른 뜻으로는 ‘제 마음대로 다루다’라는 뜻이 있다. 즉 ‘횡(橫)’이나 ‘농(弄)’은 ‘마음대로 다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횡(蔓橫)’과 ‘농(弄)’은 ‘뻗어나간다’, ‘마음대로 하다’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각’을 마음대로 늘려 사용할 수 있는 악곡이란 뜻이다. 즉 ‘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늘리는 악곡은 낙이 아니라 농인 것이다. 또한 ‘청’은 지르는 악곡이란 뜻으로, <언롱>, <언락>, <언편>과 같이 초장을 질러 연주하는 곡들을 뜻한다.
이러한 ‘낙시조’와 ‘만횡청류’가 18세기 중반 『해동가요』에 오면 ‘낙시조’와 ‘만횡’으로 편성되게 되는데, 바로 ‘청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동가요』의 ‘낙시조’가 ‘각’이 늘어나거나 지르는 청류의 악곡을 수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병와가곡집』에 이르면 ‘만횡’, ‘낙희조’, ‘편삭대엽’의 악곡 순으로 바뀌며 농 · 낙 · 편의 악곡 순서가 자리 잡게 되는데, 여기서의 ‘만횡’은 <언롱>과 <평롱>을, ‘낙희조’는 <계락>, <언락>, <우락>을 모두 포함한 악곡으로 농 계열의 악곡과 낙 계열의 악곡이 따로 분류된 것이다. 이러한 편제를 가진 금보로는 『유예지』가 있다.
이후 19세기 전반 가집에 이르면 가곡 편가 형식의 일반적이 형태를 보이며 <언롱>과 <평롱>, <계락>, <우락>, <언락>을 구별하여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현행과 같은 명확한 악곡명을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농과 낙은 단형시조, 중형시조, 장형시조를 모두 부를 수 있는 곡으로 형식적인 면에 있어 특별한 구분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설붙임새를 통해 가곡의 형식을 분류해 본 결과 농과 낙은 주로 중형시조를 부르는 곡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가집의 편제를 통해 살펴본 바로는 본래 ‘만횡’인 ‘농’은 ‘각’을 자유자재로 늘리는 곡이었다면, ‘낙’은 ‘각’을 늘리지 않는 악곡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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