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부산음악사 연구 = A Study on Busan Music History in Liberation Period
저자
발행사항
부산 : 부산대학교 대학원, 2021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부산대학교 대학원 , 예술문화와영상매체협동과정 , 2021. 2
발행연도
2021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780.9519 판사항(23)
발행국(도시)
부산
형태사항
xii, 312 p. : 삽화, 도표 ; 30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이순욱
참고문헌: p. 292-306
UCI식별코드
I804:21016-000000149818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이 논문에서는 해방기를 1945년 8월부터 1950년 6월까지로 규정하고, 이 시기 부산음악사의 실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였다.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의 실상을 실증적으로 파악하고 부산음악사에서 해방기의 의미를 새롭게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와 음악활동의 실체와 특성을 보여주는 실증자료를 폭넓게 확보하였다. 다양한 신문잡지 매체, 학교사와 학우회지, 교지, 동창회 자료와 같은 학교관계 자료, 음악인의 회고록과 후일담, 공연팸플릿, 음악교본, 악보, 미군정과 미국공보원 기록물, 관찬자료와 정부간행물, 북한 자료 등이 그것이다.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초ㆍ중등학교 ‘음악과 교수요목’의 실체, 윤이상의 동요 <어린이 노래>, 금수현의 창작곡 등 미발굴 음악사료를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수 있었다. 또한 『음악주보』 50여 호분을 새롭게 발굴하여 실증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부산음악사와 국가음악사의 많은 결락지점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다. 자료 수집뿐만 아니라 음악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악사료를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만 보지 않고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음악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사, 지역문화예술사, 교육사, 종교사, 언론사, 사회운동사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여 문헌을 살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음악단체의 결성과 활동, 연주자와 연주단체의 활동, 학생음악극과 창작오페라, 부산미국공보원의 문화정치, 음악교육과 음악 교양의 대중화, 음악후속세대의 육성과 성장, 음악비평 등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의 다양한 국면들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의 발전을 추동한 문화적 기반은 무엇보다 활발하게 전개된 매체운동이었다. 해방기 부산에는 20여 종의 신문매체가 발간되고 있었으며 문화예술 관련 잡지도 발간되고 있었다. 특히 경남음악협회에서 발간한 『음악주보』는 해방기 전국 최초이자 가장 오랫동안 발간한 음악전문매체였으며 부산ㆍ경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배포되어 음악교양을 확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근대 부산에 설립된 여러 극장을 비롯하여 다방과 학교 역시 부산의 공연예술 생산과 향유 공간으로 기능했다. 해방기 부산의 특징적인 문화적 기반은 부산미국공보원이다. 미국공보원의 지역분관 가운데 가장 먼저 설치되었으며 다른 지역분관 운영의 모델이 된 부산미국공보원은 공연예술과 전시, 영화 상영 등이 가능한 우수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와 결합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군정이 해방군이자 점령군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이, 부산미국공보원의 음악을 포함한 문화예술지원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문화의 시혜자이자 후원자라는 복합성, 미국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문화정치의 논리가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를 주도한 인물은 작곡가 금수현, 윤이상, 박용식, 바이올리니스트 김학성, 배도순, 피아니스트 한세우, 강수범, 박지로, 성악가 김점덕, 정복갑, 김호민, 김진안, 평론가 홍일파 등이다. 대체로 일본 유학으로 음악을 전공하였으며, 교사-음악가로 활동하면서 부산 문화재건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금수현은 음악교육자, 매체 발간인, 극장지배인, 바리톤, 작곡가, 연출가 등 다양한 역할로 부산 음악사회를 이끌었다. 그는 경남음악협회와 경남음악교육연구회의 결성과 활동을 주도하여 음악사회를 결집하였으며 노래하자회를 결성하여 노래운동을 통해 음악의 대중화와 음악사회의 외연 확장을 추구해 나갔다. 정복갑은 김점덕, 배도순, 윤이상 등과 더불어 부산음악가협회를 조직하여 순음악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배도순이 주도한 부산현악사중주단의 활동은 부산 실내악운동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김학성은 부산관현악단을 조직하여 관현악운동을 주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산음악전문학교를 설립해 음악후속세대 양성을 이끌었다. 부산합창단은 동명의 4개 단체가 있었으며, 한상기를 중심으로 한 경음악단체 신조선관현악단도 일정 기간 활동하였다. 홍일파와 박용식, 김점덕은 평문을 통해 음악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설파하고 부산 음악사회의 방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해방기 부산 음악사회의 특징과 독자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해방기 좌우대립의 격랑 속에서도 부산의 음악활동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정치 행동과 직결되기 보다는 노래의 대중화와 생활화, 학교음악의 활성화에 중점을 두었다. 해방 직후부터 <새노래>, <8월 15일>과 같은 해방가요를 창작하여 널리 보급하였으며, 음악사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노래운동 단체인 노래하자회가 있었다. 음악인과 일반인이 함께 합창단을 결성하여 합창음악을 연구하기도 했으며, 중등학교에서는 학생음악극을 제작하여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상연했다. 이를 통해 부산만의 독자적인 음악문화를 정착해 나갔다.
둘째, 한글음악용어 사용의 실험이 부산에서 시작되고 대중화되었다. 한얼모둠을 비롯한 부산지역 한글운동의 토대 위에 금수현의 각별한 한글사랑과 음악교육에 대한 의지가 음악용어의 한글화 시도를 촉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언중이 공감하는 쉬운 우리말 용어를 음악교육 현장에 도입한 일은 일본식 음악 용어를 타파하고 우리말에 대한 자의식을 고취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교양의 확산과 음악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
셋째, 예술가곡과 노래 창작이 활발했다. 이는 부산이 매체 기반과 향유기반, 연주자 집단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노래운동의 기반 위에 쉬운 노래의 창작 시도가 음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까지 확장되었으며, 부산관현악단, 부산현악사중주단, 신조선관현악단과 같은 연주단체의 존재는 관현악 편곡과 창작곡 작곡을 촉발하는 단초가 되었다. 특히 이 시기 윤이상 작곡집 『달무리』가 발간되었으며 여기에 수록된 6편의 가곡에는 뒷날 세계적인 작곡가로 우뚝 선 윤이상 음악의 기원이라 할 만한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 활용, 서양 음악문법의 창조적 변용과 같은 특징들이 이미 발현되고 있다. 또한 박목월, 조지훈뿐만 아니라 김상옥, 이숭자 등 부산ㆍ경남 시인의 시를 가사로 채택하여 지역구심성을 높이고 있다.
넷째, 다양한 연주단체가 활동했다. 부산관현악단, 부산현악사중주단 2개 단체, 경음악 연주단체인 신조선관현악단, 도립부산극장의 예술단 새들예술원, 동명의 부산합창단 4개 단체와 그 밖의 성인 및 학생 합창단, 학교 취주악대는 음악 생산과 향유 기반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토대가 되었으며, 전쟁기 이후 전문예술단체의 설립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부산관현악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마산, 통영, 진해 3개 도시에서 순회연주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수현이 도립부산극장 지배인으로 재직할 당시 창단한 새들예술원은 해방기 부산 최초의 예술단으로 극장이 콘텐츠를 자체적ㆍ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새들예술원은 오페라 《피리와 칼》, 《삼손》을 제작하여 부산과 마산에서 상연하였다.
다섯째, 음악후속세대의 성장과 발달을 견인했다. 학교 음악교육에서는 음악극이라는 종합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등사본 교재를 비롯해 『중등가곡집』, 『노래공부』, 『초등용 노래모음 100곡집』 등 여러 교재를 발간하였다. 『노래공부』는 음악이론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교육현장에서 부교재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5권부터는 국악과 관련한 내용을 일부 다루고 있어 전통음악교육의 지향성을 잘 보여주었다. 김학성이 주도한 부산음악전문학교는 국가나 지자체, 종교 재단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설립ㆍ운영한 음악전문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부산사범학교에서 중등음악교사 양성과를 설치ㆍ운영한 점도 특별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중등교사 자격을 부여한 점도 이례적이지만 음악 교과에만 이러한 과정이 운영되었음은 특기할 만한 현상이었다.
여섯째, 부산미국공보원은 공연예술과 전시회, 강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가능한 우수한 시설을 기반으로 부산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주로 순음악단체와 우익 문화단체 행사를 후원함으로써 예술지상주의를 내면화하도록 하였으며 서울에서 연주자와 연주단체를 초청함으로써 문화예술 분야의 서울중심주의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 부산미국공보원에서는 학생 피아노연주회와 같은 음악후속세대를 지원하는 무대를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산미국공보원이 주관하는 각종 공연에 중등학교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학교 단위로 단체 관람하도록 미국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ㆍ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문화정치적 기구로 작동했다는 것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해방기 부산에서는 근대계몽기부터 축적해 온 문화적 기반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활동이 역동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예술 그 자체만을 추구하는 예술지상주의적 실천이 아니라 그 시대와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려 했던 문화적 실천이었다. 따라서 부산음악사에서 해방기는 단순한 맹아기가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의 음악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전개해 나갈 발전 동력을 구축했던 시기로 그 가치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음악사의 전통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지역문화의 독자성과 문화 응전력을 재발견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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