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정서적 양극화의 원인과 결과 : 미디어, 투표참여, 입법교착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시민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와 조국을 지키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대중 집회에 결집해 대치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 사회가 분열되고 감정적으로 극단으로 치우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정서적 양극화를 야기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서적 양극화로 발생하는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양극화’라는 주제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지만 대다수는 ‘이념 양극화’에 집중해 왔으며 감정적 대립을 의미하는 정서적 양극화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각 정당에 대한 호감도 지수를 살펴볼 때 정서적 양극화의 정도가 선명히 보이는 만큼 정서적 양극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정서적 양극화의 핵심적 원인으로 편향된 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시민들은 편향된 미디어 사용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습득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회피하는 선택적 노출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행위는 기존에 가진 의견이 강화되고 정당에 대한 호감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편향된 미디어를 사용하면 지지정당과 상대 정당에 대한 호감도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어 정서적 양극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정서적 양극화는 유권자들과 정치 엘리트 집단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국회의원들이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 공세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정책 대신 후보를 먼저 선택하고 정당을 지지하는 ‘정당정치의 개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당정치가 개인화된 환경은 과거 정당이 가진 정체성과 다른 유권자와 후보 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집단 간 감정적 대립을 일으킨다. 또한 양극화된 정당의 뚜렷한 정책적 입장을 통해 유권자들은 감정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이 정권을 차지함과 동시에 상대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정치 엘리트 집단의 경우에는 정당 간 감정적 대립이 협치와 입법처리 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2017년 탄핵정국 이후 높아진 정치 엘리트 집단 간의 정서적 양극화는 2019년 선거법과 공수처법 사건 등을 겪으며 심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달 간 본회의가 개최되지 않았으며 쟁점이 없는 민생법도 처리하지 못하는 입법교착이 발생하게 되었다. 즉 정치 엘리트 집단의 감정적 대립으로 입법교착이 발생된다.
본 연구에서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들과 처음 시도되는 국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들을 기반으로 편향된 미디어와 정서적 양극화의 관계, 정서적 양극화가 초래하는 투표참여, 입법교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우선 미디어에 정치적 정보를 제공하는 국회 보좌진들의 경우 미디어 종류에 따라 유권자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은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당 정체성과 동일한 관점에 대해 유리하게 보도하는 진보 편향된 미디어 매체인 한겨레, 경향신문,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등을 선호하였고, 반면 국민의힘 보좌진들은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TV조선, 채널A, 신의한수 유튜브 채널 등의 당 정체성과 동일한 관점에 대해 유리하게 보도하는 보수 성향적 편향된 미디어 매체들을 선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미디어에 정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치 엘리트 집단이 미디어의 편향성을 고려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적 분석의 결과, 당파성이 있는 미디어 사용자들은 편향된 미디어를 여러 개 사용할 때 주요 정당에 대한 호감도의 차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편향된 미디어가 유권자들에게 감정적 대립인 정서적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요인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서적 양극화는 한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높은 정치적 불신과 코로나19라는 팬더믹 현상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0년 선거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주목하였다.
“정서적 양극화가 시민들의 투표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을 제기하였고 “주요 정당에 대한 호감도의 차이가 큰 유권자일수록 투표참여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세워 분석했다. 정서적 양극화 변수를 투입하기 전 정치효능감과 이념강도가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였는데, 정서적 양극화 변수가 포함된 모형에서는 정치효능감과 이념강도의 영향력이 상쇄되고 정서적 양극화 변수만이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정치적 갈등에서 느끼는 정당에 대한 감정의 차이가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이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서적 양극화는 개인 수준에서 유권자들에게 투표참여를 높이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집합 수준인 정치 엘리트 집단에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정치 엘리트 집단의 정서적 양극화가 입법교착을 발생하는지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다. 정부발의법안 통과율을 살펴보면 19대와 20대 국회 정부발의 접수건은 거의 동일하지만 법안 통과율에 큰 차이를 보인다. 20대 국회가 19대 국회 법안 통과율보다 6%p 하락하였다. 20대 국회 정부발의법안의 통과율이 낮은 요인으로 정서적 양극화를 주목하였다.
20대 국회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당 간 감정적 대립이 높은 상태였다. 정치 엘리트 집단의 감정적 갈등이 해소되기도 전에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제정안 통과를 두고 정당 간 물리적 폭력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두 달간 본회의가 중단되었으며 정당 간 감정적 갈등은 더욱 양극화되었다. 또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본회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정당 간 감정적 대치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감정적 갈등이 심화되어 20대 국회 본회의는 과거 국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본회의 개최횟수를 기록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치 엘리트 집단의 감정적 양극화로 입법교착이 발생된 것으로 예상하였다. 국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감정적 대립이 정당 간 협치를 부정적으로 이끈다고 인식하였다. 또한 감정적 대립이 입법처리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고 인식하였다. 정치 엘리트 집단의 정서적 양극화가 입법교착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한국 정서적 양극화의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다룸으로써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정치 엘리트 집단과 유권자들의 정서적 양극화가 한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연구의 결과를 통해 향후 대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정치 엘리트 집단인 국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정서적 양극화와 입법교착 관계를 검증하는 연구는 처음 시도되는 연구로 행태 연구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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