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월남 극작가의 분단 주제 희곡 연구 : 박조열, 이재현, 이반의 작품을 중심으로
본 논문은 월남 극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희곡에서 분단 주제가 다루어지는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사회 현실과 극 양식이 극작가의 창작 과정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1970년대 남한의 현실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 선포와 남북 관계의 급변으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20년가량의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옅어져 갔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유신 체제는 검열과 지원제도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월남민 집단 내부에서도 월남 1세대가 자연 감소하고 산업화‧도시화로 월남민 정착촌에서는 인구 유출이 발생하면서 결속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었다.
박조열, 이재현, 이반은 이러한 현실적 조건에 대응하면서 분단 주제 희곡을 창작한 작가들이었다. 세 작가의 분단 주제 희곡에서 분단 현실이 다루어지는 양상 및 양식적 특징을 살펴보면 창작 당시 남한 사회의 현실이라는 조건과 양식 및 기법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형성된 각기 다른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월남 극작가의 1970년대 분단 주제 희곡에서 나타나는 현실 인식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실향 의식과 귀향에 대한 일관된 의지로, 월남 작가들의 의식 기저에 깔려 있는 실향의 고통이 여전히 강렬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두 번째는 반공주의와 분단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다. 반공주의는 남한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생존책을 강구해야 했던 월남 작가들이 여러 방식으로 관계 맺었던 남한의 지배 이데올로기였으며, 월남 작가와 반공주의의 관계는 획일적으로 이해될 수 없음이 발견된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이념과의 거리 두기와 진실을 향한 시선이다. 월남 작가는 남북한 양측을 모두 경험한 존재로서 이북과 이남을 비교해 보는 시선을 지닐 수 있었으며, 실향의 상황을 통해 남북한 양쪽의 체제와 이데올로기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 월남 작가는 월남 과정과 남한에서의 생활에서 ‘빨갱이’ 검열 문화를 겪으면서 자신의 진술에 대해 내적·외적 검열을 경험해야 하기도 했다. 이는 월남 작가로 하여금 역사의 전개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진실을 의식할 수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월남 작가가 분단 주제 희곡을 창작하기 위해 선택한 극 양식은 작품의 정치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1970년대 작품에 나타난 양식적 특징은 세 가지 경향으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서로 다른 기법들이 파토스를 형성함으로써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는 점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각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호소력 있는 것으로 구성한다. 다음으로 이 시기 월남 작가의 분단 주제 희곡에서는 서사극적 매개와 관객을 향한 발화가 발견된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서사극적 기법 가운데 서사적 자아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을 통해 관객을 향해 직접 말을 건네고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서사적 자아는 각 작품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지만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고자 하는 작가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세 번째는 기록극적 기법과 객관성을 표방하는 태도로, 이 시기 작품들에서 기록극 양식은 주로 계몽적이고 선전적인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채택되었음이 나타난다.
본 논문은 1970년대 월남 극작가의 분단 주제 희곡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내용과 함께 창작 당시 사회 현실이라는 조건과 양식 및 기법이라는 선택지를 복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월남민의 정체성을 지닌 극작가에게 주어졌던 각기 다른 삶의 가능태를 밝힐 수 있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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