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弼刑名學與解經論的硏究
본 논문의 목적은 왕필(王弼 : 226-249)의 해경론을 밝힘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經)이란 구체적으로 『노자(老子)』 『주역(周易)』 『논어(論語)』 를 가리킨다. 왕필의 해경론은 형명학과 언의지변(言意之辨)을 기본 뼈대로 하는데, 그 근원을 따지자면 언의지변은 형명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왕필의 해경론 중 형명학은 해경 방법의 기초 이론 부분에 해당하고, 언의지변은 해경론 부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먼저 형명학을 논술하고 뒤에 해경론을 설명하였다.
제일장(第一章)에서는 왕필 이전 형명학의 변천과 기존의 연구 성과 및 왕필 형명학의 대략을 서술하였다. 필자는 왕필 이전 형명학의 변천을 탐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형명학이란 형(形)과 명(名)의 관계에 대한 학술이다. 선진 시기(先秦時期)에 이미 여러 종류의 형명학이 존재하였으며, 전국시대(戰國時代)로부터 위진(魏晉)에 이르기까지 형명학의 주류는 법가류(法家流)의 형명학이였다. 이 주류의 형명학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그 논의 중심은 형명과 정치 법률과의 관계이고, 둘째 중명(重名)의 경향이 있다. 한말위초(漢末魏初)에 이르러 새로운 형명학이 발생하는데, 이 새로운 형명학은 주류의 형명학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귀실(貴實)의 경향이 있고, 둘째 형명학으로 진리를 추구한다.
근대 이후 왕필의 형명학과 해경론을 연구하는 학자로는 탕용동 모종삼(牟宗三) 이증(李增)이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그들의 연구 성과에는 미진(未盡)함이 있다. 그들은 형명(形名)과 언의(言意)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고, 또한 『老子ㆍ二十五章』의 왕필 주에 대하여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필의 형명학은 명호(名號) 칭위(稱謂) 무칭(無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형명학은 그의 존재론 본체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명호는 유형물(有形物)에 대한 언표(言表)이며, 그 원칙은 "명이정형(名以定形)"이다. 그 의미는 명호는 대상의 형상(形狀)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명호는 형상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형상이 명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칭위는 무형물(無形物)에 대한 언표이며, 그 원칙은 "자이칭가(字以稱可)"이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무형의 대상에 관해서는 명호의 방법으로 표현 할 수 없고 오직 주관(主觀)에 의해 칭위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칭위란 어떤 언사(言辭)를 운용하여 무형 세계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무칭은 무형 자신을 가리킨다. 무칭을 위주로 말한다면, 칭위란 무칭에 대한 언표이니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무칭을 알게 하는 언어이다.
제이장에서는 왕필의 존재론 본체론 인론(人論)과 그 형명학과의 관계에 대해 논술하였다. 왕필의 유무론(有無論)은 그의 존재론과 본체론을 의미하니, 유(有)는 존재에 해당하며 무(無)는 본체계를 말한다. 유는 유형(有形)이고 무는 무형(無形)이다. 왕필의 철학은 일종의 본체 철학이기 때문에 특히 본채 세계를 중시한다. 왕필에 의하면, 유형은 무형에 의해 시성(始成)하기 때문에 만약 무형을 알지 못한다면 유형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왕필은 무형을 중시하며 아울러 이 때문에 왕필의 형명학은 그 칭위론을 그 중심 축으로 한다.
그러나 왕필 철학의 최고 범주는 무가 아니다. 무는 다만 무칭을 표현하는 무수한 칭위 중의 하나이다. 이에 의거하여 말한다면, 왕필의 존재론은 이원(二元) 즉 유와 본체이고, 언어는 삼중(三重) 즉 명호 칭위 무칭이다. 다시 말하면, 왕필은 삼중 언어를 운용하여 이원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유형 세계가 비록 본체 세계에 의해 시성(始成)하지만, 범인(凡人)은 무형 본체의 세계는 감관에 의해 지각되지 않기 때문에 본체를 알지도 못하고 체득하지도 못하면서 다만 감관 작용에 의해 유형세계를 인식할 수 있을 따름이다. 성인은 신명(神明)이 무성하기 때문에 본체를 알 수도 있고 체득할 수도 있다. 이것을 근거로 말한다면, 명호는 범인의 언어이며, 칭위는 성인 혹은 견도지사(見道之士)의 언어이다. 범인은 본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체득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범인은 본체를 설명하거나 기술할 수 없다. 단지 성인이나 견도지사만이 본체에 대해 설명하고 기술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설명한 칭위의 원칙 "주관(主觀)에 의해 칭위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에서 "주관(主觀)"은 사실상 성인의 주관을 의미한다.
제삼장(第三章)에서는 왕필의 『노자(老子)』『주역(周易)』『논어(論語)』에 대한 기본 관점 및 『주역(周易)』과『논어(論語)』의 해경론을 논술하였다. 이 장에서 『노자(老子)』의 해경론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왕필에게 『노자(老子)』의 해경론이 없어서가 아니라, 왕필의 형명학이 『노자(老子)』의 해경론이기 때문에 중복을 피한 것 뿐이다.
왕필에 의하면, 『노자(老子)』는 노자기인(老子其人)이 무를 추구하는 책이고, 『논어(論語)』는 현인이 성인의 통무지언(通無之言)과 체무지행(體無之行)을 기술한 것이며, 『주역(周易)』은 성인이 무를 천명한 책이다.
이것을 형명학과 연결하여 살펴본다면, 명호는 범인의 유형에 대한 언표이고, 칭위는 성인이나 견도지사의 무형 본체에 대한 언표이기 때문에 『노자(老子)』와『논어(論語)』에는 명호와 칭위가 혼재하고 『주역(周易)』에는 칭위만 존재한다.
『주역(周易)』에 대해 살펴보면, 삼성(三聖)이 주역의 편찬에 참여했기 때문에 『주역(周易)』에는 삼층(三層)의 칭위가 존재한다. 각 층 칭위의 관계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유사 이일 분수(類似理一分殊), 둘째 현미무간(顯微無間). 『주역(周易)』의 해경론을 통해 칭위는 명호(言)에 의거하여 그 뜻(意)을 드러내기 때문에 칭위와 명호는 외형상 구별이 없음을 볼 수 있다.
『논어(論語)』에 대해 말하면, 『논어(論語)』는 성인 친작(親作)도 아니고 전문적인 논도지서(論道之書)도 아니다. 그러므로 『논어(論語)』중에는 명호도 있고 칭위도 있다. 공자의 통무지언(通無之言)은 칭위이고, 공자의 체무지행(體無之行)은 칭위행(稱謂行)이라 말할 수 있다. 왕필의 성정론은 그 형명론의 변형 형태이다.
왕필의 『노자(老子)』『주역(周易)』『논어(論語)』해경론을 비교해 보면,『노자(老子)』의 칭위는 무칭에 대해 미진(未盡)하고, 『주역(周易)』『논어(論語)』의 칭위는 무칭에 대해 진선진미(盡善盡美)함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노자와 성인의 경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사장(第四章)에서는 왕필 해경론의 목적과 문제와 의의를 논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총결지었다. 왕필 해경론의 목적은 훈고를 비판하고 본체론을 수립함에 있다. 그러나 그 논의의 일부분은 토론의 여지가 있으며 그의 논의와『노자(老子)』『주역(周易)』『논어(論語)』의 문헌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니 이것은 왕필 해경론의 문제이다.
왕필 해경론은 기본적으로 귀실중의(貴實重意)의 구조이고 또한 칭위의 논리적 구조때문에 한말(漢末)의 경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또한 어느 정도의 해방 작용도 하였으며, 중국 고대 철학의 추상 사유 능력을 높였으며 끝내 후세 의리 경학의 초석을 닦았다. 이것이 바로 그의 형명학과 해경론의 의의이다.
본 논문의 총결 부분에서 필자는 거시적 방법으로 거듭 왕필의 논리를 조감하고, 아울러 왕필의 해경 정신을 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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