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薺斗 陽明學의 陽明右派的 特徵
본 논문은 먼저 양명우파의 철학적 특징을 규명하고, 정제두(호는 霞谷, 1649-1736)의 양명학을 ‘양명우파 철학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재해석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전체 양명학사에서 정제두의 양명학이 갖는 위치를 정립하려 한다.
한국의 양명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정제두를 든다. 정제두 양명학의 이론적 깊이 및 중국 양명학과의 차별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점은 더욱 명확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제두의 양명학이 전체 양명학사에서 갖는 위치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왕수인의 양명학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왕수인으로부터 정제두에게 이르는 200여 년 간의 발전된 양명학과의 비교가 필연적이다. 왕수인 사후 양명학은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좌파와 우파로의 심각한 분기 현상을 겪으면서 유종주나 황종희 같은 인물들에 의해서 새로운 양명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변화된 새로운 양명학과의 비교를 통해서 정제두의 양명학이 전체 양명학사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왕수인으로부터 정제두에게 이르는 200여 년 간의 양명학 발전사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양명후학을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왕수인의 직전제자인 왕기가 양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6개의 학파로 나눈 것을 일본학자인 岡田武彦이 3개의 학파로 통합해서 분류한 방법과 그 학문적 성향에 따라서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전자는 직전제자인 왕기의 분류방법에 따른 것이어서 왕수인의 재전제자 이후의 학맥들까지 이러한 틀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문에서 양명후학을 단순화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양명학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것은 주자학 비판을 토대로 탄생한 양명학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이후 양명후학은 양명학과 주자학의 ‘성리학적 공통점’에 초점을 맞추는 입장과 그 차별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심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진다. 이 때문에 전자는 양명우파 철학의 특징을 띠며, 후자는 양명좌파 철학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양명후학은 좌파와 우파로 분리해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동시에 정제두 양명학의 특징을 분석하기에도 이 틀이 유용하다. 정제두의 양명학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주자학과의 길항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학파분류방법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문은 양명후학을 좌파와 우파로 분리하는 틀을 채택하였다.
이렇게 설정해 놓고 나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양명후학 연구에 대한 편익성이다. 지금까지 양명좌파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대성이나 계몽적 성격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양명우파는 여전히 봉건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이름만 존재할 뿐 철학적 특징이나 학적 연계관계 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제두의 양명학은 그 특성상 양명우파의 계보 속에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양명우파의 학문적 특징과 그 흐름을 설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문은 두 가지 목적, 즉 양명우파의 철학적 특징을 규명하고 그 특징을 가지고 정제두의 철학을 분석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양명학사에서 정제두의 철학이 가지는 위치를 정립하려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되고 있다. 한 부분은 양명우파의 성립과 그 전개를 통해 양명우파의 철학적 특징을 추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또 다른 한 부분은 이렇게 설정된 양명우파의 철학적 특징을 중심으로 정제두의 양명학을 분석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첫 번째 부분은 크게 Ⅱ와 Ⅲ으로 나누어진다. Ⅱ에서는 양명학이 좌·우파로 분리될 수밖에 없는 이론적 단초를 양명학의 핵심개념인 양지에서 찾고 있다. 양지는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활동체로서의 양지’와 ‘마음의 본체이면서 天理로서의 양지’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른바 도덕정감과 도덕본체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양명좌파는 도덕정감을 도덕본체의 현현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 초기에는 양지현성론을 주장했던 입장들로부터 태주학파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양명좌파의 철학적 입장들은 양지현성론과 四無說, 그리고 儒·佛·道 합일론으로 드러난다. 이것은 세 가지 중요한 철학적 특징으로 치환된다. 첫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완전한 일치를 주장한다. 둘째, 이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이 일치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이 둘을 합일시키기 위한 공부론의 불필요성이다. 셋째, 유·불·도 합일론이다. 이러한 철학적 특징을 기반으로 초기 양명우파의 철학적 특징들을 추출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첫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를 전제하고, 둘째, 이 둘을 일치시키기 위한 객관적 공부론을 설정하는 입장이다. 셋째, 이단관과 도통론을 확보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가운데 초기 양명우파 철학자인 섭표와 추수익은 첫째와 둘째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만 셋째 특징은 아직 초기 양명후학이므로 도통론이나 이단관을 형성할 시기가 아니므로 그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Ⅲ에서는 이러한 양명우파 철학의 특징이 유종주와 황종희에게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먼저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를 전제하고 있는 점이다. 유종주는 미발과 이발, 체와 용을 구분하고 이것을 意와 念으로 개념화시킴으로써, 이 둘 사이가 완전히 일치되어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황종희는 이러한 구분의 가능성을 氣學의 측면에서 해석하여, 리가 들어 있는 기와 그렇지 않은 기를 구분하고, 이를 통해서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을 ‘합일’시키기 위한 객관적 공부론의 설정이다. 유종주는 의와 념의 불일치를 전제하고, 이 둘을 합일시키기 위한 공부로 意根에 대한 誠意공부와 愼獨공부를 강조한다. 황종희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체의 工夫의존성을 강조한다. 공부가 아니면 본체도 없다는 말이다. 셋째, 이러한 도덕본체의 강조 및 수양론의 강조는 벽이단관과 도통론의 확립으로 이행된다. 이들은 특히 양명좌파를 비판하기 위해 이와 유사한 禪學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이것과 구분되는 도통의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각각 「師說」과 『明儒學案』을 통해 드러난다.
두 번째 부분은 크게 Ⅳ·Ⅴ·Ⅵ으로 이루어져 있다. Ⅳ에서는 ‘양명우파’ 철학을 형성하게 되는 형이상학적 근거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에 대한 전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정제두는 理學에 근거해서 세계와 심을 하나로 이해하고 있으며,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 역시 이러한 형이상학적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는 세계와 사물이 理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리를 物理·生理·眞理로 三分한다. 이 가운데 생리와 진리를 심의 영역에 위치시킴으로써, 심은 자연스럽게 生理之心과 眞理之心으로 二分된다. 형이상학적 범주로부터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를 전제하며, 이를 통해서 心 역시 자연스럽게 ‘道德情感’인 生理之心과 ‘道德本體’인 眞理之心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심성론 위주의 논의에서 벗어나, 도덕정감과 도덕본체의 불일치를 전체 형이상학 체계를 통해서 설정해 내고 있는 것이다.
Ⅴ에서는 ‘양명우파’ 철학의 또 다른 특징인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을 일치시키려는 공부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정제두의 공부론은 良知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양지에도 체와 용이 있다는 입장을 제기하면서, 양지의 체를 眞理之心으로 양지의 용을 生理之心으로 본다. 그리고 이 둘의 합일을 致良知로 봄으로써, 공부의 최종 목적을 致良知로 설정한다. 그리고 致良知를 이루기 위해서 정제두는 格物공부를 객관적 공부론으로 제기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격물공부가 주자학의 道問學 공부는 아니다. 그는 양명학의 格物致知論을 수용하여, 이것을 誠意正心공부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格物과 致知의 관계를 用과 體의 관계로 보면서, 致(良)知를 기준으로 한 格物을 강조한다. 나아가 知行合一 역시 정제두는 양지와 양능의 體用구조를 가지고 설명한다. 원래 양명학에서 知行의 문제는 ‘애초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은 하나’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정제두는 이것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良知·良能의 體用관계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양명학의 지행론이 ‘인위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제두는 이것을 體用관계로 설정함으로써 ‘공부’가 개입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다.
Ⅵ에서는 정제두의 철학에서 나타난 도통론과 ‘朱王和會論’의 특징을 확인하려 한다. 이것은 특히 정제두에게 오면 매우 특징적인 면모로 드러나는 것으로, 양명우파 철학으로서의 정제두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논거가 된다. 이를 통해서 결론에서는 전체 양명학사에서 정제두의 철학이 가지는 위치와 특징을 규명하려 한다. 정제두 역시 대부분의 성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불교와 노장을 이단으로 비판한다. 다만 그 비판의 관점은 유종주와 황종희처럼 양명좌파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心과 理를 둘로 나누면서 그 중에서 심만을 강조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 비판은 양명좌파을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심과 리를 이분함으로써 현실적인 도덕행위를 유발시켜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노장에 대한 입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되면서 정제두의 도통론 역시 공맹이후 주렴계와 정호를 중시하고, 이것이 왕수인에게 이어졌다는 입장을 제기한다. 이것은 심과 리를 하나로 보고, 誠意공부를 중시하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도통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제두의 철학은 도덕본체와 도덕정감의 불일치에 대한 전제로부터 객관적인 공부론의 설정, 그리고 도통론과 이단관에 이르기까지 유종주나 황종희에 비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형이상학적인 구조로부터 심성론과 수양론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구조를 통해서 설명되고 있다. 우리는 정제두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그의 철학이 ‘양명우파’철학의 정점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그의 이러한 ‘양명우파’철학의 특징은 중국 양명우파처럼 양명학의 ‘성리학’적 특징을 지켜나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자학과 양명학을 하나로 ‘회통’시킴으로써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정제두가 가지고 있는 ‘양명우파 철학’의 특징은 ‘朱王和會論’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주자학적 틀을 바탕으로 양명학적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양명학의 개념들을 주자학 개념들로 치환시켜 해석하는 등의 노력들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이론체계로 구성해 내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주자학과 양명학의 길항관계에서 정제두의 양명학을 평가할 경우, 그의 양명우파 철학은 전체 양명학사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양명우파와 정제두의 양명학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양명우파는 수증파와 귀적파를 통해서 양명좌파와의 이론적 분기가 일어나며, 이것은 중국의 양명우파 철학자인 유종주와 황종희에게 오면서 이론적 심화 과정을 걷는다. 이러한 이론의 심화는 한국의 정제두에게 오면서 이론적 정점에 서게 된다. 따라서 양명우파철학은 왕수인으로부터 출발해서 섭표와 추수익 등의 초기 양명우파를 거쳐 유종주나 황종희에게 오면서 그 철학적 특징이 완비되고, 정제두에게 오면서 이론적 정점에 이른다고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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