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과 루쉰에 관한 비교문학적 연구 = 關於春園與魯迅的比較硏究
저자
발행사항
인천 : 仁荷大學校 大學院, 2003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인하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국문학전공 , 2003. 8
발행연도
200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KDC
809 판사항(4)
DDC
895.709 판사항(21)
발행국(도시)
인천
형태사항
iv, iii, 130p. : 삽도 ; 26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p. 122-130
소장기관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 1892~1950)와 루쉰 주수인(魯迅 周樹人, 1881~1936)은 한국과 중국 근대문학의 초창기를 장식한 대표 작가이다. 본 연구는 두 작가에 대한 비교문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는 먼저 그들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상관관계의 성립여부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비교문학적 연구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 결과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실질적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전기적 부분·문학적 배경·문학적 실천 등에서 많은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영향성 없는 유사성’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일반문학적 연구방법을 기본으로, 프랑스 학파의 비교문학적 연구방법을 보조적인 차원에서 적용했다.
본 연구는 다음으로 문학의 전기적 배경과 문학사상의 형성과정에 대한 고찰을 비교연구를 위한 예비적 고찰로 삼았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첫째, 춘원과 루쉰은 모두 인생의 첫 전환점이었던 가정의 몰락으로부터 보편적 의미의 ‘개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소년기에 그들은 가정 내에 발생한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가장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춘원은 장자의 ‘책임감’, 부계에 대한 절대적인 우월감을 자각하면서 ‘개인’을 발견했다. 보편적 의미로서의 주체적 ‘개인’ 의식은 근대적 ‘자아의식’을 고취하는 그의 초기 문학의 중요한 근원적 요소였다. 루쉰은 가정을 대표하는 지위에서 그때까지 접하지 못했던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감지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데에 치중했던 그의 문학적 실천은 이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이 시기에 춘원과 루쉰은 모두 각자 나라의 전통적 문학유산을 접촉했다. 이 면에서는 유년기에 조실부모했던 춘원보다 거의 정통적이고 체계적인 교양교육을 마칠 수 있었던 루쉰이 더 전면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춘원은 첫 사회진출에서 겪었던 동학의 “비장”한 체험 때문에 오래도록 긍지와 ‘자아황홀’감을 가졌다. 그는 여러 글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민족을 위하여 앞장에 섰다는 나름대로의 ‘자의식’에 대한 확인이었다. 루쉰의 사회진출에는 춘원과 같은 ‘비장’한 성격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의 생존문제를 위하여 출발했던 그의 사회진출은 담담한 일상인의 생 활진로였다. 시종일관 민족의 생존과 발전문제에 집착하여, 그것을 저해하는 요소들과 타협 없는 투쟁으로 점철된 루쉰의 문학적 실천은 이러한 체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
둘째, 춘원과 루쉰은 모두 전통에 대한 논의와 일본 유학을 통하여 자신들의 문학사상의 근간을 형성했다. 전통의 부정은 춘원과 루쉰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들은 모두 취사선택의 태도로 전통을 부정하는 한편 새로운 가치관의 생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부정과 생성의 과정에서 나타난 자아 위치의 설정은 그들에 대한 상이한 평가를 낳고 있다. 춘원은 피해자로 자신을 설정하여 전통을 부정하는 청년들의 지도자로 나서고 있는데 반해, 루쉰은 자신을 전통 속의 일원으로 파악하여 부정의 대상으로 위치시켰다. 루쉰의 전통 부정은 춘윈에 못지 않게 과격했다. 하지만 민족의 상황이 식민지 현실과 같은 절박한 처지가 아니었고, 또한 자신을 그 부정해야 할 대상의 일원으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철저하고 객관적인 면모를 보일 수 있었다.
일본 유학은 춘원과 루쉰에게 있어서 근대 문예의 체험단계였다. 그 초기에 춘원은 '고아의식‘의 절정에서 부재 하는 부친의 대치물로 톨스토이를 전격 수용했다. 한편 루쉰은 외래 적 자양분에 대한 수용에서 '가져오기 주의(拿來主義)’의 태도로 뚜렷한 주견성을 보였다. 그들은 또 모두 당시 일본 문단의 자연주의를 접했다. 하지만 민족을 위하는 창작에서 사소 설의 일부 요소를 나름대로의 판단에 의해 차용하면서도 거기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단, 춘 원의 작품은 작가의 개입으로 인해 시종 개인적 요소가 짙었던데 반해, 루쉰은 창작에서 오 직그 '진실'을 확보하는 기법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본 연구는 예비적 고찰을 토대로 춘원과 루쉰의 문학사상에 대한 분석과 비교를 그들의 문학세계에 대한 비교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춘원과 루쉰은 근대 문예사조로서 리얼리즘의 창작정신과 창작기법이라는 양면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실을 파악하고 문학적으로 반영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아 민족의 정신과 생활의 쇄신을 지향했다. 그들에게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디테일의 진실'에 의거하여 민족의 '현실'을 반영 또는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 중 춘원에게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색채가 짙은 아이디얼리즘(Idealism)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루쉰의 철저하고 냉철 한 리얼리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한편 춘원과 루쉰은 모두 근대 문학 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를 가지고 이전의 '재도론'이 아닌 새로운 공리적 기능, 즉 민족의 현실 문제를 타개하는 데서 문학의 효용성에 주목했다. 그 효용성에 입각하여 그들은 모두 ‘인생을 위한 문학'을 실천했는데 그것은 자아 민족의 삶을 위한 문학이었다.
춘원과 루쉰의 '민족성 개조'론은 전통 부정의 연장선에 있는 논의였다. 그들은 전근대적 정신상태에 처한 자아 민족으로 하여금 근대적 주체가 되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그 출발의 배경, 다시 말하자면 개인적 성격과 당대 현실상황에 결부시킬 때 그것은 판이한 이해를 갖게 한다. 일제 식민지 통치하의 현실에서 정치성을 배제하고 민족성 개조에 치중했던 춘원의 주장은 그 현실에 대한 타협과 순응이란 지적을 면키 어려웠다. 게다가 석연치 못했던 임정으로부터의 귀국 때문에 춘원은 본격적인 ‘친일’ 전에 이미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루쉰은 논설과 창작에서 국민의 열근성에 대한 비판으로 시종일관했다. 춘원이 처했던 시대상황보다 좀더 여유가 있었던 면이 없지 않지만, 그의 민족 비판이 개인적 실리와 아무런 연관을 맺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마등 마냥 바뀌는 현실의 정치적 상 황에서 루쉰은 끝까지 신조를 지키며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에도 불굴 했던 루쉰이었기에 춘원의 언행은 그에 비해 손색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문학사상에 대한 분석과 비교를 토대로 한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교연구에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첫째, 춘원과 루쉰의 초기 문학은 모두 근대의식을 고취하는 데 치중했다. 그들은 전근대적인 민족 현실을 염두에 두고, 근대적 자아의식의 확립과 민족성의 개조를 통하여 그 현실을 개변하려고 했다. 자아의식의 형상화에서 개인의 실제적 체험을 바탕으로 일정한 허구적인 요소들을 접목했다는 점은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춘원은 엘리트형의 선각자를 부각시켜 그들의 정열을 직설적이 설교투의 언행에 의해 작품 중의 피계몽자들에게 주입하는 형태를 취했고, 루쉰은 ‘광인’형상을 부각하여 상징적인 수법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암시하는 형식을 취했다. 민족성 개조의 문학적 실천으로서의 창작에서 춘원은 지도자형의 인물들을 많이 등장시켰고, 루쉰은 일상 생활 속의 평범한 인물의 전형을 많이 부각했다. 지도
자형에 익숙했고 스스로를 그 계층에 위치시켰던 춘원과, 자신은 영웅인물이나 지도자적 인물이 아니라고 역설했던 루쉰의 성격 차이가 창작에서 확인되는 부분이다.
둘째, 민족성 개조의 문학적 실천단계에 들어선 춘원과 루쉰에게 있어서 농민과 그 생존환경으로서의 농촌은 이제 ‘평범하고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라 새롭게 발견된 ‘의미 있는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작품에서 농민은 민족의 대표로 간주되었고, 농촌은 민족이 생존하는 대표적인 환경으로 설정되었다. 춘원은 『흙』과 『삼봉이네 집』등 작품에서 농민을 민족 구성원의 주체로서 파악했는데 그 태도는 하나의 변화과정을 보였다. 시혜적 지위에서 농민을 동정, 연민과 개조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데로부터 그 비극적 삶의 객관적 근원을 밝히면서 점차 그들과 같이 호흡하는 입장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농민을 민족개조의 주체적 역량으로, 그 운동을 주도하는 지도계급인 엘리트 인물들의 동맹역량으로 부각시키고자 했다. 루쉰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Q’와 ‘윤토’ 등 농민 주인공은 모두 전근대의 전제적인 사회제도의 희생물로 나타났던 바, ] 이는 소재를 '병든(病態)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불행한 인물'에서 취했던 작가의 창작 실천원칙의 한 발현이다. ]한편 춘원에게 발견된 농촌은 식민지 치하 민족의 처참한 삶의 현장이었다. 작품에서 그는 우회적으로 그 현실에 대한 고발을 감행했던 점이 확인된다. 루쉰이 발견했던 농촌은 전근대적인 사회제도의 경제적, 정신적 이중 착취하의 민중적 고된 삶의 현장에 대한 재현으로서, 그것은 전제제도 하의 당시 중국의 현실이었다.
셋째, 춘원과 루쉰은 근대초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한국과 중국의 선각한 근대 지식인이다. 춘원의 지식인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엘리트형의 지식인 형상이 많이 부각되었다. 그들은 자아의식 또는 민족의식의 고취와 민족성 개조의 문학적 실천에서 모두 선각한 인물로 설정되었는데 작가투영의 흔적이 깊다. 심지어 그 주인공의 언행이 작가를 직접 대변하는 부분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이러한 설각자로서의 지식인 외에 춘원은 또 타락한 지식인상을 그렸다. 그것은 단지 개인적 향락에 빠져 민족의 생존현실을 멀리하고 민족의 아픔을 나누지 못하는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었다. 루쉰은 전근대적 사회제도 및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정적인 전통요소에 반발하는 '반항자'적 지식인 형상을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루쉰은 또 '반항아'로서의 출발을 알렸던 지식인의 좌절상, 심지어 타협하는 모습도 그렸다. 작가 자신의 타협 없던 생애를 고려할 때 이는 자신과 같은 지식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며, 막강한 '무물지진(無物之障)'과의 대전(對戰)에 대한 책략적 사고가 깃들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춘원과 루쉰은 각각 한·중 근대문학의 출발을 알렸던 작가이다. 때문에 그들에 대한 비교연구는 두 나라의 근대문학 전반에 대한 비교연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중 근대문학에 대한 비교연구의 참조적 체계를 확립하는데 그 의의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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