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샐린저와 禪

국문 초록 (Abstract)

전후의 미국작가 가운데서 샐린저(J. D. Salinger)만큼 많은 독자로부터의 주목의 대상이 되어 온 작가는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 이래의 샐린저가 누려온 인기는 19세기의 디킨스 같은 작가만이 누릴 수 있었던 것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었고, 많은 비평적인 노력들이 샐린저 문학의 구조와 의미를 해명하는데 바쳐져 왔다. 불과 몇 안 되는 소수의 작품량과, 언제나 공중 앞에 드러나는 것보다 혼자 숨어서 살기를 택함으로써, 그가 뉴욕 시 출신이며 서너 개의 대학에 바꾸어 가며 적을 두었으나 단 한 개의 학위도 갖지 않았고, 전쟁 동안에는 하사관으로 유럽전선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는 몇 개의 사실 이외에는 그에 관해서 알려진 것이라고는 거의 없는 이 작가가 그처럼 큰 인기를 누려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샐린저의 문학이 많은 독자의 관심거리였다는 점에서, 우리가 샐린저를 일단 성공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성공은 상당히 뜻깊은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생활의 메커니즘이 예술 특히 문학으로 하여금 직면하게 한 가장 중요한 곤란, 즉 문학의 독자가 잃어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상황 속에서, 현대 미국의 날카로운 지성의 한 입장을 밝히는 샐린저의 문학이 그처럼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샐린저라는 작가 개인의 단순한 행운에 그치지 않고, 문학과 독자 혹은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는 정신을 위해서 귀중한 빛을 던져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 그의 작가생활의 비교적 이른 시기에서부터 이미 비롯하였다고 생각되는 샐린저의 선(넓게는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선에 대한 샐린저의 관심이 그의 문학적 과정과 어떻게 연관되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선과 샐린저 문학 사이의 중대한 관계를 발견해 냄으로써, 우리는 이 글이 샐린저의 문학을 정당하게 이해하려는 여러 노력들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하며, 이러한 발견의 과정에서 암시적이나마 샐린저의 인기가 결코 통속적인 수준에서 거론되어 질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특히 구미의 그것이 안고 있는 어떤 문제와의 관련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밝히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