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상 대체물 추급(Tracing) 법리에 대한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2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340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the "tracing" in English law
형태사항
vii, 94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수록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당사자가 특정한 자산에 대하여 보유하는 권리의 우선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이 권리의 실현과정에서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는 각국의 법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이다. 이러한 선택은 해당 국가의 계약법, 재산법 및 부당이득법상의 법리들과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본 논문에서는 본래의 자산과 교환하는 대가로 취득한 대체물에까지 종전의 권리를 확장하여 행사하는 문제에 관한 영국에서의 논의를 소개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법제도를 다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국의 대체물 추급의 기본적인 논리는, 때로는 특정한 법목적을 위하여 어떤 자산이 다른 자산을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고는 본래의 급부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었던 권리를 새로운 급부에까지 확장하여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본래의 급부에 내재하는 가치가 교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라 취득된 새로운 자산에 유지된다고 보는 탓이다.
대체물 추급과 추급한 대체물에 기한 권리 행사의 문제는 구별되어 논의되고 있다. 즉, 대체물 추급은 그 자체로서는 현재의 급부가 당초 권리의 목적물이 된 급부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절차의 문제이고, 추급한 대체물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와 별도로 본래의 급부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었던 대물적 권리의 존재, 즉 물권적 기초의 확립이 필요하게 된다. 나아가 영국법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보통법과 형평법이 구별되는 법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급한 대체물에 대한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서도 서로 다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법상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서는 대물적 권리 행사의 허용가능성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며, 형평법상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주로 논의되는 문제는 권리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신임관계의 존재가 필요한지 여부이다.
영국법은 우리나라법과는 권리를 인식하고 분류하는 방식 자체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법의 물권과 채권의 구별기준이 권리의 내용 내지 침해에 대하여 주어지는 저항력의 강도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영국법의 대물적 권리와 대인적 권리는 그로써 대항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에 따라 구별되게 된다. 이는 영국법의 title 개념이 우리나라의 소유권과는 달리 고유하고 절대적인 성격을 가지지 않는데다, 권리에 대한 보호수단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전배상만을 인정하고 특정이행은 법원의 재량으로서만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국법은 위와 같이 대물적 권리에 절대적인 성격을 부여하지 않는 결과, 대물적 권리의 목적물을 특정한 물건 그 자체로서 인식하기 보다는 당해 물건이 내포하는 가치로서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영국법은 권리자가 본래의 목적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치가 이로 인하여 취득한 대체물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관념함으로써 대물적 권리의 적용범위를 확장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물권을 특정한 물건에 대한 고유하고 절대적인 권리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법이 영국법과 같은 일반적인
물상대위 법리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도 민법상 담보물권에 대한 물상대위나 유증의 물상대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신탁법도 신탁재산에 대한 물상대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담보권이나 신탁관계가 물건의 교환가치를 지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인정되는 것으로 볼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이 일정한 범위에서 물상대위를 허용되는 근거를 입법에 의한 예외가 아니라 권리의 가치지배성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은 제도의 활용범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권리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기초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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