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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믹 이후 다시 읽는 두보 질병시 = Dufu's disease poems re-read after the pa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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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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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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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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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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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인들 가운데 가장 다병했을 뿐만 아니라 시에서 자신의 질병을 세세히 읊기 좋아했던 두보의 질병시를 읽어보고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불행과 질병의 고통속에서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했다.
두보는 자신의 개인적인 사소한 일상까지도 시속에 세세하게 기록했다. 이 가운데 두보가 자신의 질병을 소재로 삼은 시를 질병시로 보고 이에 담긴 두보 질병에 관련된 내용을 분석해 보고 두보가 질병시를 쓴 의의를 살펴보았다. 시라는 형식적인 한계로 인하여 산문이나 소설만큼 두보의 질병 서사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두보가 학질·폐병·소갈 등 여러 가지 질병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과 질병 극복을 위해 약을 쓴다든지 침을 맞으면서 노력했다는 사실이 질병시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두보가 질병시를 쓴 의의는 먼저 창작자인 두보에 대해 질병시가 위로와 격려의 글쓰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두보는 신체적 질병과 노쇠함을 시 속에 털어놓음으로써 스스로를 위로 했다. 또한 두보는 질병시를 쓰면서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체적 질병의 고통과 노쇠함에 대해 매번 깊은 탄식을 토해냈지만, 질병의 고통만을 토로하는데 매몰되지 않았고, 오히려 질병을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삶의 장애물 중의 하나로 관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면서 질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지만, 두보에게 더 큰 상실과 슬픔을 주는 것은 두보 삶의 최대 의의였던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두보는 노쇠한 육신이 빈곤과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죽기 바로 직전까지 엎드린 채로 시를 쓰면서까지 자신의 슬픔과 고뇌를 스스로 위로받고자 했으며, 기회가 되면 반드시 경세제민을 위해 임금을 보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잊지 않았다. 또한 두보 질병시는 두보시 자체의 비극미를 심화시켰다. 두보시의 비극 색채는 두보의 노쇠함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조정에서의 멀어짐 · 전란의 소용돌이· 가족의 이산· 떠돌이 생활· 극심한 빈곤 등의 갖은 괴로움에 더해진 두보의 질병 고통은 두보 인생의 비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했고 이는 두보시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심화시켜 독자들이 두보에 대한 연민을 더욱 깊게 느끼고 공감하게 했다.
이처럼 두보의 질병시는 우리에게 두보가 무슨 병을 어떻게 앓고 있었는지? 무슨 약을 먹고 어떻게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만을 단순하게 시사하고 있지는 않다. 두보의 질병시는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불행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바가 오히려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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