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1 : 지방자치체제 개편과 자치단위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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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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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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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17(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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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4일 145명의 지방자치 연구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의 지방 자치체제 개편안에 대한 학계의 우려’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주류 정치권과 정부가 기도하는 시ㆍ군ㆍ자치구 통합이 “주민 가까이서 주민의 일상적 생활수요를 충족시키고 주민참여와 애향심의 원천인 기초자치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며, 도의 약화 내지 폐지는 세계화시대의 치열한 지역 간 경쟁에서 국내 지역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시대역행적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왜 대다수 전문가들이 주류 정치권과 정부의 지방자치체제-정치권과 정부는 ‘지방행정체제’라 함-개편기도에 대해 반대하는가? 이 글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세계 최대 인구규모의 기초지방자치단체
남유럽국가들과 미국의 기초정부 평균인구는 1만 명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초정부의 평균인구 21만 명은 남유럽국가들의 30~120배에 달한다. 북유럽국가들의 기초정부 평균규모는 1만~6만 명이다. 일본의 기초정부 평균인구는 6만7천 명이다. 영국은 과거 보수당정부 시절 “잔인한” 중앙집권을 추진해 지방정부 평균인구가 예외적으로 약 13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현행 2자치계층은 대다수 국가들이 2자치계층을 채택하는 세계적 경향과 일치한다. 도시국가들과 영연방국가로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소국 뉴질랜드(인구 430만 명) 이외에 선진국가들 중 1자치계층만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편안들은 평균인구 60만~70만명 규모의 통합광역시라는 별종의 1자치계층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광역시ㆍ도를 통합해 6~7개의 연방주(聯邦州)로 만들고 시ㆍ군ㆍ구를 120~200개의 통합광역시로 묶어 2자치계층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림-1〉는 기초자치구역의 인구규모와 자치계층 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현황 및 정치권의 개편안을 주요 선진국 사례와 비교한 것이다. 정치권이 선진국의 일반적 동향과 얼마나 동떨어진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림-1〉 한국(현황/정치권안)과 선진국의 기초자치구역 및 자치계층 비교
〈표 삽입〉
‘통합이 효율성을 높인다’ 는 주장의 허구성
정치권은 현행 시ㆍ군ㆍ자치구의 작은 규모 때문에 발생하는 행정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을 몇 개씩 묶어 통합광역시를 만들어 ‘규모경제(economy of scale)’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초정부의 규모와 효율성 관계에 관한 많은 선행연구는 규모경제에 대한 정치권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많은 경험적 연구들이 기초정부의 규모와 효율성 사이에 ‘거꾸로 된 U자형 곡선’ 관계가 있음을 확인해왔다. 미국 정부간관계자문위원회(ACIR)는 1987년 보고서에서 선행연구들에 근거해 “1인당 서비스 비용이 일반적으로 2만5천명 규모가 될 때까지 감소하고, 2만5천 명에서 25만 명에 이를 때까지는 거의 변동이 없다가, 25만 명 이상이 되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연구들이 상하수도 등과 같은 공익사업이나 공공투자사업은 규모가 증가할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교육ㆍ소방ㆍ경찰ㆍ문화사회복지서비스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는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Bish는 관련 선행연구들을 검토한 후 “대다수 연구자들이 지방정부 서비스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노동집약적 서비스가 인구 1만~2만 명이 넘으면 규모경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지었다.
통합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파괴와 결손
정치권의 지방자치체제 개편안의 심각한 문제점은 지방민주주의의 파괴다. 무엇보다, 시ㆍ도 자치정부를 폐지하는 대신 중앙정부의 일선기관으로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하려는 정치권의 개편안은 민주화 투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대의민주주의를 일거에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치권과 정부의 의도대로 통합광역시가 설치되는 경우에 통합광역시의 청사 소재지 이외의 시ㆍ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출장소 등 하급행정기관이 설치될 것이다. 이는 곧 시ㆍ군의 대의민주주의 파괴를 의미한다.
정치권과 정부의 의도대로 지방자치체제가 개편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수가 대략 4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 수의 격감은 정책의 신중한 심의ㆍ결정, 주민이익의 균등한 대변, 광범위한 민의 반영 등 대의민주제의 본래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지방의원 정수는 이미 주요 선진국의 지방의원 정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 우리나라의 지방의원 한 사람은 주민 1만3천여 명을 대표하지만, 미국 지방의원 한 사람은 2천4백 명의 주민을 대표한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도 지방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주민 수는 우리나라의 5~8분의 1수준이다.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기초정부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참여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왔다. 규모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연구한 Robert Dahl은 소규모 민주주의의 최대 규모를 10만 명으로 상정한다. 그는 민주주의 단위의 규모와 관련한 시민효과성과 체제역량 사이의 딜레마를 다루는 방안으로서 민주주의국가 내의 다원적ㆍ중층적 자치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역정부 강화의 국제동향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가들이 세방시대의 지역주의(regionalism) 요구에 부응해 지역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증대시켜왔다. 최근 Marks 등(2008: 167-181)의 연구에 의하면, 1950년에서 2006년까지 42개 민주국가에서 추진된 384건의 지역정부 관련 구조개편 중 89%인 342건이 지역정부 강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아울러, 인구 4,000만 명 이상의 나라 중 터키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지역정부의 권한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정치의 폭력성
정치권은 지방자치체제 개편의 명분으로 행정효율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내세우지만 실은 정치적 경쟁자들인 시장ㆍ군수ㆍ구청장과 시ㆍ도지사를 제거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방자치체제의 골간이 자치단위의 규모 변경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이른바 규모정치(politics of scale)의 제물(祭物)로 희생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규모정치의 폭력성은 정치권의 개편안 작성과 정부의 추진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체제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체계적 연구와 자문이 무시되었다. 전문가들은 단지 정치권이 만든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뿐이었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역할이 뒤바뀐 것이다.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이라는 전문분야가 발달할 만큼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지방자치체제 개편 문제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정치권이 개편방향을 정해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추진되어왔다. 전문가 의견청취는 단지 요식절차로 이루어졌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자, 찬성자들과 반대자들을 절반씩 참여시킨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열어 마치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국민을 오도해왔다.
규모정치의 폭력성은 통합 유인책 제공에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존중해” 시ㆍ군ㆍ자치구의 “자율통합”을 유도한다고 표방하면서 통합광역시에 향후 10년 동안 1,000억 - 4,000억 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통합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그만큼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엄청난 금전적 유혹을 뿌리치고 통합신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율을 빙자한 강요가 아니고 무엇인가? 더욱이, 서너 개의 통합광역시가 만들어지는 경우에도 조(兆) 단위의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평시에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국민에게 약속해도 무방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류 정치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방자치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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