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의「공연법」과 연극검열 = Public Performance Act and Theater Censorship in the Third Republic

국문 초록 (Abstract)

이 연구의 목표는 좀처럼 가시화된 적이 없으나 한국 현대연극의 구성적인 힘으로 작용한 제3공화국 검열제도와 그 위상을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제3공화국을 예비한 1963년 1차 개정을 시작으로 1964~1965년에 발생한 일련의 검열 스캔들을 거쳐 1966~1967년 2차 개정에 이르는 추이를 살핀다. 1차 개정에서는 제정 「공연법」의 전략적 느슨함을 청산하고 각본심사를 부활하면서 공연(예술) 통제를 본격화한다. 심사기준은 식민지검열을 계승하면서 그 형질을 냉전검열로 교체하던 그때까지의 결과를 반영하지만, 여기에는 4・19혁명의 시간이 삭제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부재는 냉전 내셔널리즘을 검열의 이념적 규율로 선택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마침 제3공화국 출범과 함께 한일협정을 둘러싼 격동의 시간이 도래하고, 검열 당국은 정부에 도전하는 사회역량의 무력화를 꾀한다. 그 정치적 공세의 문화적 버전이 바로 <수치> 사건을 비롯한 국가발 검열 스캔들이다. 이를 통해 「반공법」과 연계된 재현의 임계를 구체화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한일협정 문제로 격화된 반정부 기류와 대중의 민족적 반감이라는 정권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일종의 캠페인을 전개한다. 「공연법」 2차 개정은 그 결과이고, 사전심의를 확대하여 정치적 담론의 폐쇄를 꾀한다. 즉 냉전검열의 법제화를 통해 검열의 관건이 바로 거기에 있음을 드러낸다. 냉전검열의 제도적 전망은 비관적이었지만, 이것이 반드시 연극사의 실제로 드러난다고 할 수는 없다. 냉전검열의 구축 과정은 연극사의 구성적인 힘으로, 즉 가시화된 것뿐만 아니라 비가시화된 것까지 이 모두를 관계적인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제3공화국은 냉전검열의 구축과 동시에 고요한 파문(波紋)이 일기 시작한 시대로 읽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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