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옛우물」에 구현된 헤테로토피아의 특성과 의미 = Characteristics and Meaning of Heterotopia in Oh, Jung-hee’s “The Old Well”

국문 초록 (Abstract)

본고는 오정희의 ｢옛우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작품 속에 드러난 헤테로토피아가 어떤 방식을 통해 형상화되면서 그 특성과 의미를 지니는지 고찰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이를 위해 푸코가 제시한 헤테로토피아론을 방법론으로 삼아 작품 분석을 시도하였다. 오정희는 ｢옛우물｣에서 ‘야산, 빈집, 연당집, 목욕탕, 몸, 우물’의 배치를 통해 ‘위반과 전복, 해체와 일탈’을 중핵으로 하는 헤테로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다.
‘야산’은 위반을 전제한 위기의 헤테로토피아의 속성을 지니고 ‘연당집’은 소멸을 전제한 반배치의 장소로, ‘작은집’은 자기 응시가 이루어지는 은신처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장소 배치는 일상의 질서에 함몰되지 않고 자기 응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이는 일상적 질서와 체계를 위반하고 해체하여, 혼종화되고 이질적인 장소로 재배치한 ‘일탈의 헤테로포토아’라 할 수 있다.
중첩된 몸을 장소화하고 거울의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하는 전략은 간질병을 앓는 남자, 목욕탕에서 바라보는 여인들의 몸,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통해 구체화된다. 간질을 앓는 남자의 몸은 현실을 위반하고 무력화하는 헤테로토피아이며, 목욕탕에서 바라본 여성들의 몸과 마트료시카 인형이 겹이 되는 구조는 몸을 끊임없이 분산하고 재구성하려는 헤테로토피아이다. 거울은 주인공이 ‘공간-존재’를 가상으로 전환하여 위반함으로써, 불완전한 몸을 지닌 인간 존재를 인정하고 새롭게 배치된 몸이 드러나는 헤테로토피아다.
우물은 할머니의 신체적 변화와 맞물려 제시되면서 헤테로크로니아의 속성을 드러낸다. 또한 금빛 잉어의 존재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규범을 벗어나 비현실적 경험을 구체화하는 환상 공간으로 재현되면서 영원성을 획득하게 된다. 아울러 주인공과 나무의 결합은 일상적 삶의 규칙과 제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몸의 체험이며, ‘남자의 간질’, ‘연당집의 소멸’, ‘그의 죽음’, ‘정옥이의 죽음’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던 유한성의 ‘몸’을 ‘옛우물’의 헤테로크로니아와 연결하여 현실에 재배치한 영원성의 헤테로토피아이다.
｢옛우물｣에 구현된 헤테로토피아는 결국 오정희가 삶의 영역을 이질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해체하고 전복하여 유한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동력이며, 이것이 오정희의 근원적 작가의식이라 할 수 있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use Oh Jung-hee's ｢The Old Well｣ as an object of analysis and to examine how the heterotopia revealed in the work is shaped and has its characteristics and meaning. To this end, I tried to analyze the work using Foucault's theory of heterotopia as a methodology. In ｢The Old Well｣, Oh Jung-hee embodies a heterotopia with‘violations and subversions, dismantling and deviation’as the core through the arrangement of‘wild mountains, Yeondang house, small house, bathhouse, bodies, and well’.
‘Wild mountains’has the attribute of a heterotopia of crisis premised on transgression,‘Yeondang house’appears as a place of anti-arrangement premised on extinction, and‘small house’appears as a hiding place where self-reflection takes place. This arrangement of places is a manifestation of the protagonist's will to confirm the meaning of existence through self-gaze without being trapped by the order of everyday life. This can be said to be a‘heterophotoa of deviance’that violates and dismantles the everyday order and system, and relocates it to a hybrid and heterogeneous place.
The strategy of localizing the overlapping bodies and constructing a heterotopia of mirrors is embodied through an epileptic man, the bodies of women in the bathhouse, and the Russian doll matryoshka. The body of a man suffering from epilepsy is a heterotopia that violates and incapacitates reality, and the structure of the female body and the matryoshka doll seen from the bathhouse is a heterotopia that constantly tries to disperse and reorganize the body. The mirror is a heterotopia in which the protagonist transgresses‘space-existence’by transforming it into a virtual one, acknowledging the existence of a human being with an imperfect body and revealing a newly arranged body.
The well is presented in conjunction with the grandmother's physical changes, revealing the properties of heterochronia. In addition, through the existence of golden carp, it escapes temporal and spatial norms and is reproduced as a fantasy space that embodies an unreal experience, thus acquiring eternity. In addition, the union of the protagonist and the tree is an experience of a new body that transcends the rules and restrictions of everyday life, and connects the‘body’of finiteness, which was common to‘the epilepsy of a man’,‘the disappearance of the Yeondang house’,‘his death’, and‘the death of Jung Ok’, to the heterochronia of the‘old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