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제석신앙과 ‘제석천룡탱’의 출현

국문 초록 (Abstract)

본 논문은 조선시대 불교와 무속에서 전개된 제석신앙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18세기 신중신앙의 정비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제석천룡탱(帝釋天⿓幀)’이라는 복합 도상 형식의 성립과 그 상징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석천은 고대 인도에서 기원한 신격으로, 불교에 수용된 이후 호법신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왕실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요 신으로 중시되었다. 특히 내·외제석원 및 제석도량은 왕의 장수와 국난 극복을 위한 국가 불교의례의 중심지로 기능하였다.<BR/> 조선 건국 이후 유교적 예제 체계가 정비되면서 국가 주관의 불교의례는 점차 폐지되었고, 이에 따라 제석신앙은 사찰과 민간을 중심으로 한 기복신앙으로 전환되었다. 조선시대 간행된 『제반문』류 불교의례집에 수록된 「제석청(帝釋請)」은 당시 제석신앙의 구체적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사찰의 안녕을 기원하는 호법적 성격(A유형)과 개인의 무병장수 ․ 재액소멸 등을 중점적으로 기원하는 기복적 성격(B유형)으로 유형화된다. 특히 B유형의 확산은 제석천도의 도상에도 반영되어, 전통적으로 천선을 들고 있던 제석천이 조선후기에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BR/> 한편 무속에서의 제석신앙은 불교의 제석천과 명칭을 공유하나, 그 신격은 삼불제석, 일광제석, 월광제석 등으로 재구성되어 다산 ․ 풍요 ․ 마을 수호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독자적 민간신으로 전개되었다.<BR/> 18세기 들어 불교계에서는 제석천을 포함한 다양한 신중들을 통합하여 104위 신중신앙 체계를 정립하였고, 이에 따라 「제석청」은 일상 공양의례인 「제석마지절차」로 통합 ․ 축소되었다. 「제석마지절차」는 제석천에게 올리는 ‘제석단청’과 위태천을 중심으로 한 ‘천룡단청’으로 구성되며, 이러한 병렬적 구조는 불화 도상에도 반영되어 ‘제석탱’과 ‘천룡탱’이 결합된 복합 도상인 ‘제석천룡탱’의 형성을 초래하였다.<BR/> ‘제석천룡탱’은 제석천의 독자적 위상이 약화되고 위태천을 중심으로한 지기계 호법신들과 병렬적으로 배치되는 도상 구조를 통해, 조선후기 신중신앙의 시각적 ·의례적 통합을 상징한다. 이후 19세기에는 ‘천룡탱’ 및 ‘제석천룡탱’이라는 명칭이 ‘신중탱’으로 통일되며, 신중신앙 도상의 표준화가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변화가 제석천의 위상 변화와 조선후기 불교의례 실천 양상의 재구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례임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This study examines the development of Indra faith during the late Joseon dynasty and investigates the iconographic and ritual significance of the emergence of the “Indra Cheollyongtaeng” (帝釋天⿓幀, Painting of Indra and Heavenly Dragons). Indra faith initially began as a protective practice in the early Goryeo dynasty, aimed at ensuring the king’s longevity and overcoming national crises. Although it continued into the early Joseon period as a state-sponsored Buddhist rite, it gradually declined after the mid-Joseon period and transformed into a popular faith with a strong emphasis on personal well-being and fortune.<BR/> In the Buddhist context, Indra faith was maintained through ritual texts such as the Jebanmun (諸般文) collections, particularly through the Ritual for Indra (帝釋請), in which Indra appeared as a protective guardian of temples and a deity invoked for blessings and longevity. In the realm of Korean shamanism, Indra was reinterpreted and merged with indigenous celestial deities to form a new syncretic figure, as seen in the Indra Bonpuri, where the “Sambul Jeseok” function as fertility and longevity deities rather than orthodox Buddhist protectors.<BR/> With the institutional reorganization of Buddhist guardian deity faith in the 18th century, the 104-deity Shinjung system was established, and Indracheong was absorbed into the new ritual format, Indra Maji Jeolcha (帝 釋摩指節次), composed of the Indra Dancheong and Cheollyong Dancheong. Here, the term Cheollyong (Heavenly Dragons) no longer referred to the traditional Eight Legions but encompassed various local guardian deities centered on the deity Skanda (韋駄天). This ritual reorganization directly influenced Buddhist painting, resulting in the emergence of the composite iconographic form known as Indra Cheollyongtaeng. By the 19th century, as the 104-deity system became fully established, the term Shinjungtaeng (神衆 幀, Buddhist Painting of Guardian Deities) replaced earlier designations such as Cheollyongtaeng and Indra Cheollyongtaeng.

목차 (Table of Contents)

• 한글요약
• Ⅰ. 머리말
• Ⅱ. 조선시대 제석신앙의 두 가지 흐름
• Ⅲ. 조선후기 신중신앙의 정비
• Ⅳ. 맺음말
• 참고문헌
•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