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등재
『열하일기(熱河日記)』에 나타난 타자(他者) 인식과 소통의 윤리 = Perception of the Other and the Ethics of Communication in Yeolha Diary
저자
박수밀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25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등재정보
KCI등재
자료형태
학술저널
발행기관 URL
수록면
89-119(31쪽)
제공처
본고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지식인의 타자(他者) 인식과 소통의 윤리를 살핀 것이다. 『열하일기』를 타문화와 타 인종, 타 종교와 대면한 한 지식인의 사유와 성찰의 기록으로 보고, 연암의 생각 속에 담긴 보편적 공존의 가치를 탐구하고자 했다. 먼저 조선 후기의 배타성과 차별 구조를 검토하여 조선 사회의 성리학 절대주의와 화이론, 신분제 등이 타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정당화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연암은 성리학 교조주의를 비판하고, ‘평등안(平等眼)’의 사유를 통해 문명과 야만의 위계적 구분을 넘어 타자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려 했다. 이를 바탕으로 『열하일기』에 나타난 연암의 타자 이해 정신을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첫째, 판첸라마 접견 사건을 통해 연암의 탈이데올로기적 관찰자 의식을 살펴보았다. 연암은 판첸라마를 티베트 불교의 독립적인 종교 지도자로 인식하고, 청 황제의 외교 전략을 꿰뚫어 보았다. 문화 상대주의 관점 아래, 불상을 거부하는 조선 사신들의 행위를 물정이 어두운 촌티를 면치 못했다며 비판했다. 둘째, 중국 상인들과의 교유는 연암의 타자 이해가 실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연암은 오랑캐이자 장사꾼이라는 이중의 타자인 중국 상인을 대등한 인격체로 대했으며 이들과 학문과 인생을 논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특히 조선 사신들 몰래 중국 상인과 암묵적 공모를 형성하고 손을 잡는 장면은 국적, 신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열하일기』에 나타난 연암의 타자 이해와 소통 정신은 존재론적 평등의식, 문화 상대주의 관점, 그리고 진정성 있는 소통 의지라는 윤리적 기초를 바탕으로 하며, 조선 후기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보편적 윤리를 제시하는 중요한 성취로 평가할 수 있다.
더보기This article examines the perception of the Other and the ethics of communication among late Joseon intellectuals, focusing on Yeolha Diary by Yeonam Park Ji-won. Viewing Yeolha Diary as a record of a scholar’s reflection upon encounters with different cultures, races, and religions, the study explores the universal values of coexistence embedded in Park’s thought. It begins by analyzing the structures of exclusivism and discrimination in late Joseon society, demonstrating how Neo-Confucian absolutism, the Sino-barbarian worldview, and the rigid status system functioned to legitimize the exclusion and aversion toward others. Against this ideological backdrop, Park criticized Neo-Confucian dogmatism and, through what he termed the “eye of equality”(平等眼), sought to transcend hierarchical distinctions between civilization and barbarism in order to recognize the Other as an equal being. Based on this perspective, the article analyzes Yeonam’s understanding of alterity in Yeolha Diary through two representative episodes. First, the episode of the audience with the Panchen Lama reveals Park’s de-ideologized consciousness as an observer. Park perceived the Panchen Lama as an autonomous religious leader of Tibetan Buddhism and penetrated the diplomatic intentions underlying the Qing emperor’s political strategy. From a culturally relativistic standpoint, he criticized the Joseon envoys’ refusal to accept Buddhist images, characterizing their behavior as a display of parochial ignorance rather than moral superiority. Second, Park’s interactions with Chinese merchants illustrate how his understanding of the Other was realized in concrete human relationships. He treated Chinese merchants—figures doubly marginalized as both “barbarians” and traders—as equal persons, engaging with them in discussions of learning and life and forming bonds of friendship. In particular, the scene in which Park and a Chinese merchant silently coordinate and clasp hands in front of the Joseon envoys symbolically demonstrates the possibility of universal solidarity that transcends nationality, social status, and linguistic barriers. The ethics of alterity and communication articulated in Yeolha Diary are grounded in three core principles: an awareness of ontological equality, a commitment to cultural relativism, and a sincere will to engage in genuine communication. These principles constitute not only a critique of the dominant ideology of late Joseon society but also a significant intellectual achievement that proposes a universal ethical foundation for human coex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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