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등재
야담연구를 위한 한 제언 : 꼼꼼한 자료 읽기의 중요성
저자
정명기 (원광대학교 국어교육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1997
작성언어
Korean
KDC
810.903
등재정보
KCI등재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27-153(27쪽)
제공처
여기서 거칠게나마 우리 야담문학 연구를 두고 제기되었던 방법론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오늘날 예전의 열띤 활기를 상실하고, 지지부진한 느낌(?)마저 주는 이 분야 연구의 또 다른 성과를 예비하기 위해서도 마땅히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7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야담문학이 소개된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약 430여 편에 달하는 많은 연구 성과가 제출되었다는 점은 야담연구가 그 동안 얼마나 활발히 전개되어 왔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야담연구의 시각으로는, 우선 첫째 이우성・임형택이 자료를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표방했던 역사・사회주의적 방법론을 들 수 있다. 이를 편의상 접근의 방법론이라 이름해 두자. 이런 방법론은 조선후기의 전환기적 사회양상을 여실히 담고 있는 야담문학에 투영된 제반 사회양상의 면모를 세심히 검토하는 과정을 통하여 조선후기 사회의 역동적 면모를 그 당시의 일반적 평가와는 달리 파악해 냈다는 데에서, 그 의미가 여전히 적극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 물론 야담 문학 가운데는 그들이 애써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은 면모를 여실히 담고 있는 자료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런 내용을 지니고 있는 야담 자료들이 야담 자료의 전면적 실체가 아니라 부분적 실체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야담의 문학적 본령에 대한 인식을 애써 뒷전으로 치부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이 방법론에 대해 야담문학 연구에 끼친 절대적 공(功) 못지않게 그 상대적 과(過) 또한 분명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곧 이 방법론은 유기체적 총체성을 견지하고 있는 한 특정의 문학 갈래에 대해 그것을 단지 역사적 현상의 대응물로서만, 곧 단순히 반영론적으로만 파악하는 데 그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야담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에 있지, 다른 데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유념하는 가운데, 일부 연구자들은 한 특정의 이야기가 전승・채록・유전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요인의 작용으로 인해 야담 자료집에는, 애초 그것이 형성된 원래의 면모와는 다르게 수록되고 또 계속해서 개변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이야기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고, 또 뒷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이되었는가 하는 데에 그들 연구의 초점을 두게 된다. 이신성・정명기・강영순・김정석 등의 논의가 그것인데, 이를 편의상 미시적 접근의 방법론이라고 이름해 두자. 이들 연구자들의 논의는 야담을 이루어주고 있는 이야기들의 생성 과정과 원리를 어느 정도 규명해 냈다는 점에서 위의 방법론이 거둔 성과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간에 야담과 소설의 관계를 진화론적 전개양상으로만 파악하는 일방적 시각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야담은 소설에 비하여 저급한 것이라는 관점 아래 <야담의 소설화 과정>을 문제삼게 된다. 각각의 문학갈래를 향유・전승시켜 왔던 계층들의 존재와 그들이 견지하고 있었을 이념적 의식의 차이, 또 그 편자의 작용 등으로 인해 양식을 달리하여 각기 구현하고 있을 나름의 서사원리와 서사문법 등에 대해서는 미쳐 그 시선이 주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야담 연구의 두 주도적 방법론이 그 자체 내에 지니고 있는 이러한 한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이러한 연구방법론에 편승하여 나름의 성과를 양산해내려는 후대 연구자들의 무비판적 태도가 오늘날에 들어와 야담 연구의 활력이 예전과는 달리 그 추동력을 상실한 채 머뭇거리게 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 이것을 발표자만의 우견(愚見)으로 과연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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