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관상기도의 재해석과 적용에 관한 연구 :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의 『새 명상의 씨』(New Seed of Contemplation)를 중심으로 = A Study on Reinterpretation and Application of Christian Contemplation: Focusing on Thomas Merton's 『New Seeds of Contemplation』
저자
발행사항
화성 :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22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 신학과 실천신학 2022. 2
발행연도
202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경기도
형태사항
99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윤주현
UCI식별코드
I804:41030-200000593284
소장기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적·물질적 가치를 중시하여 인간이 가져야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해버린 오늘날, 현대인들은 이제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행복과 건강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채울 수 없는 영적 공허함 속에서, 그들은 이제 영적인 가치에 시선을 돌린다.
허나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영적인 것 마음의 편안을 주는 ‘힐링’(Healing)에 국한된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인적, 초월적, 영적 특성을 가진 그리스도교 영성은 하느님과의 관계없이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무신론, 종교다원주의, 종교상대주의로부터 비롯한 신(新)영성운동은 하느님 없이, 혹은 하느님이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심지어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초월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 구원이라는 그리스도 신앙의 절대적 고백이 상대화될 처지에서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교 세계 유지에만 급급한 대답을 할뿐이다. 지극히 전통적이고 사변적이며 고리타분한 대답은 현대의 영적풍류 속에서 매력이 없음은 단연하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 속에서, 관계로부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신영성운동 역시 영적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이면에 있는 자기만족과 현실안주는 개인주의로 인한 분열을 야기하고, 결국 하느님 없는 인본주의는 인간을 더욱 비인간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관계와의 단절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안에서 본 연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을 위한 숙고는 결국 그리스도교 영성을 요청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현대인의 영적 갈증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목적인 하느님에 대한 요청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스스로부터 멀어진 관계회복이 오늘날의 영적 위기라고 한다면,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그리스도교의 영적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본 연구는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에게 주목하였다. 머튼에 의하면,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인 하느님과 단절되면서 ‘소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소외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적인 힘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참 하느님을 만나야만 이 소외는 극복된다. 따라서 머튼은 인간과 하느님의 만남(합일)의 길로써 그리스도교 영성의 정수인 관상기도'를 제시한다. 소외가 하느님을 만나야만 극복된다는 점은
머튼에게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함을 의미한다. 인간 구원을 위하여 스스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자기 계시가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머튼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소외의 문제를 넘어 전적으로 새 인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머튼의 위와 같은 통찰들을 접하며 본 연구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고유함과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신학적 의무임을 통감할 수 있었다. 이 의무로부터 본 연구는 머튼의 관상기도 이론을 통합적으로 담아 낸 그의 저서 『새 명상의 씨』(New Seeds of Contemplation)를 분석하고, 이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적용하여 그 신학적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였다.
머튼은 관상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명료화하였다. 머튼은 관상의 출발점이 ‘거짓 자아'에서 벗어나 ‘참 자아'를 찾는 것이며, 목표는 하느님과의 일치 혹은 궁극적 실재를 향한 깨어남'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먼저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느님은 왜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목적인가?" “왜 인간은 하느님의 존재를 요청하는가?" “인간의 “‘거짓 자아'와 ‘참 자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은 어떠한 존재로 이해되는가?" “하느님이 아니면 인간 소외 극복 자체가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의 3장은 그리스도교 인간학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하느님을 거부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이다. 머튼에 의하면,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절대적으로 요청할 수밖에 없는 근거이다. 인간은 참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자기 소외를 온전히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하느님 당신 자신이 스스로 인간에게 계시하시지 않으면 인간은 그분의 참 모습을 알 수 없다. 머튼에 의하면 그리스도 신앙이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느님,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분, 하느님의 완전한 자기 계시이시다. 인간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면 온전히 자신의 참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하느님 그분 자신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닮음'을 통해서만 이미 선물로 받은 자신의 온전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3장에서 본 연구가 얻은 결론이다.
본 연구의 4장은 본격적으로 토마스 머튼의 관상이론을 분석한다. 머튼은 인간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영적 여정의 방법으로 관상기도'를 제시하였다. 머튼이 제시한 관상이론의 출발점은 ‘참자아를 찾는 것'이며, 목표는 ‘하느님과의 일치 혹은 궁극적 실재를 향한 깨어남'이고, 열매는 다른 이들을 향한 ‘개방과 자비로운 사랑의 나눔'이었다. 머튼은 하느님을 찾는 것을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자아 내부에서 시작했다. 머튼에게 내적 자아의 의미는 근본적이고 중심적인 사안이었다.
그는 모든 인간의 깊은 내면과 바탕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에 내적 자아에 관상의 씨가 뿌려져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머튼에게 가장 깊은 자아는 우리가 매일 의식하는 ‘나' 또는 애고'(Ego)가 아니라 내적이고 숨겨진 자아, 인간의 가장 깊은 실재였다. 머튼은 가장 깊은 자아 안에서 존재의 근원이신 하느님과 일치함으로써 인간이 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관상을 통해 이룬 하느님과의 합일의 열매는 참된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여정을 통해 우연적인 존재이며 하느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존재는 동시에 하느님으로부터 필연적인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참된 자아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다. 본 연구의 5장에서는 머튼의 관상이론의 현대적 의의를 발견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머튼은 ‘관상'이라는 존재론적 의식을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근거로 삼았다. 앞서 2장에서 드러났듯이,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모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신비적 분가분리성이 논증된다. 따라서 관상 가능하게 하는 ‘관상의 씨앗'은 이미 모든 존재에게 뿌려졌으며, 머튼 이를 근거로 관상의 보편화를 주장할 수 있었다. 머튼은 관상을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로, 그리고 인간 삶의 모든 부분으로 확장했다. 그는 관상적 삶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은 단지 봉쇄 구역 안에서 살아가는 수도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머튼에게 관상의 목표는 내적 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감으로써 하느님과 일치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어난 사람의 삶은 관상의 열매인, 다른 사람을 향한 개방과 자비로운 사랑으로 드러나게된다. 이는 5장에서 ‘관상적 삶'이라는 단어로 현대 사회에 대한 제언으로 제시되었다. 만약 관상생활의 최종적인 완성이 개인적인 직관에 불과하다면, 그리스도교 영성은 앞서 언급한 개인주의적 영성의 노선을 걷게 됨으로써 현대 영성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머튼은 관상이론을 통해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도모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물음에 답하고, 타인과의 상호 관계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웃 사랑과 하나 됨을 지향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영적 갈증은 사실, 삶의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하느님을 찾으려는 열망이다. 머튼을 통해 재해석된 관상이론은 결코 탁상공론이거나 봉쇄 수도원 안에서 통용되었던 성과 속의 이분법적 분리가 아니었다. 머튼에 의해 보편화된 관상기도를 통하여 이제 모든 사람들은 ‘힐링’을 바랬던 현대인들은 이제 ‘구원’을 열망하게 되었다. 관상은 시공간을 초월한 비밀스러운 장소가 아닌 오늘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이끌어준다.
일상의 시공간에서 하느님 현존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는 그 전인적 행위가 바로 ‘구원에 이르는 길’인 동시에 ‘구원 그 자체’다.
인간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사건들과 세상 속 모든 피조물들, 보이지 않는 미래와 불명확한 삶의 기로 앞에서도 지복직관에 대한 열망, 곧 관상적인 삶을 살아갈 때 구원의 문은 인간에게 열릴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피상적이며 세속적인 개체로서의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인격체로서의 나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바로 머튼 영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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